제19회 월드 2인극 페스티벌

'뉴스데스크' 남편 역 도창선 배우, 아내 역 전영 배우, 김묘진 작/연출 /ⓒAejin Kwoun
'뉴스데스크' 남편 역 도창선 배우, 아내 역 전영 배우, 김묘진 작/연출 /ⓒAejin Kwoun

[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온 가족이 오순도순 모여 저녁 식사를 한다는 것이 어마어마한 꿈이 될는지도 모르는 현재의 슬픈 현실을 들여다보는 블랙코미디 <뉴스데스크>가 ‘제19회 월드2인극 페스티벌’의 공식참가작으로 지난 30일과 31일 양일 간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관객들에게 ‘그래도 희망’을 이야기하며 상처를 주고받는 자극적인 세상에서 후시딘까진 못 미치더라도 반창고 같은 순간을 함께 하며 아쉬운 막을 내렸다.

열심히 살아보려 노력했지만 결국 실패한 가장인 남편은 오늘 ‘최선을 다해’ 죽으려 한다. 실종 보험사기를 꾸미고 숨어 지내던 그는 아무대서나 죽을 수도 없어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돌아와 자살을 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죽는 것도 사는 것만큼 쉽지가 않다. 자살 시도가 실패하여 사고가 되는 중에 집으로 돌아온 아내가 그래도 살아보자, 버텨보자 남편을 설득한다. 아내는 딸의 결혼이 임박했다 알리며 남편의 마음을 흔든다.

식탁을 사이에 두고 함께 나눴던 일상이 펼쳐진다. 아내와 딸, 남편과 아들의 대화가 오가고, 상기되며 그래도 살아내야 할 이유를 만들어내는 부부.

비로소 남편은 아내의 설득에 자식과 가족을 생각하며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힘을 내 살아보자 결심을 한다. 그렇게 새로운 희망을 다짐하는 찰나, 생각지도 않은 상황이 펼쳐지고, 수습을 위해 남편은 다시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데...

4인용 식탁 위 가족의 일상과 내일에 대한 희망은 패밀리 드라마의 해피엔딩을 맞이할 수 있을까? 아니면 뉴스데스크에 브리핑 되어지는 사건사고가 될까?

'뉴스데스크' 커튼콜 사진_남편(도창선), 아내(전영) /ⓒAejin Kwoun
'뉴스데스크' 커튼콜 사진_남편(도창선), 아내(전영) /ⓒAejin Kwoun
'뉴스데스크' 커튼콜 사진_남편(도창선), 아내(전영) /ⓒAejin Kwoun
'뉴스데스크' 커튼콜 사진_남편(도창선), 아내(전영) /ⓒAejin Kwoun
'뉴스데스크' 커튼콜 사진_남편(도창선), 아내(전영) /ⓒAejin Kwoun
'뉴스데스크' 커튼콜 사진_남편(도창선), 아내(전영) /ⓒAejin Kwoun
'뉴스데스크'의 희곡을 쓰고 연출한 김묘진 연출 /ⓒAejin Kwoun
'뉴스데스크'의 희곡을 쓰고 연출한 김묘진 연출 /ⓒAejin Kwoun

어순의 질서를 자유로이 넘나들며 대사에 특유의 리듬과 템포를 담아내는 김묘진 작가의 글은 경쾌함이 담겨 있기에, 무거운 내용을 무겁지 않게 풀어낸다. 묘할 묘(妙), 보배 진(珍)의 이름처럼 매일 발칙하고 엉뚱한 상상들로 물음표와 느낌표를 만들어내고 있다. “꼴값 말고, 밥값과 이름값 하는 이야기를 지어 세상을 넘어 우주까지 정복해 보고 싶다. 내가 나를,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 존재들을 지켜내기 위해서 글을 쓴다”라고 이야기하는 김묘진 작가는 우리에게 ‘나도’라는 대답을 건넬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뉴스데스크' 무대사진 /ⓒAejin Kwoun
'뉴스데스크' 무대사진 /ⓒAejin Kwoun

화려한 기술이나 조명 없이, 사람 냄새 하나 진하게 풍기는 그들의 땀 냄새와 거친 호흡과 눈물과 웃음이 관객들을 들썩이게 만든 작품 <뉴스데스크>의 협력연출 문선주 연출은 “날 것이라 더욱 힘찬, 유쾌하게 던져지는 대사와 처참하게 그지없는 상황들. 그것들이 모두 나 같았다”라고 이야기했다.

'뉴스데스크' 남편 역 도창선 배우 /ⓒAejin Kwoun
'뉴스데스크' 남편 역 도창선 배우 /ⓒAejin Kwoun
'뉴스데스크' 아내 역 전영 배우 /ⓒAejin Kwoun
'뉴스데스크' 아내 역 전영 배우 /ⓒAejin Kwoun
'뉴스데스크' CAST_남편(도창선), 아내(전영) /ⓒAejin Kwoun
'뉴스데스크' CAST_남편(도창선), 아내(전영) /ⓒAejin Kwoun

작가와 연출도 혹독한 무대라 이야기하는 작품 <뉴스데스크>에서 남편 역 도창선 배우와 아내 역 전영 배우는 짧은 준비 기간 동안 독특한 템포와 리듬의 대사들을 나만의 것으로 체화시키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했다. 각종 연극과 영화에서 최우수 배우상을 수상했던 두 배우들에게도 쉽지 않았던 준비과정은, 그들의 고민과 정열이 깊이 더해졌기에 관객들에게 더욱 다가올 수 있었을 것이다.

“꿈은 가질 수 없고, 이룰 수 없기에 그토록 달콤한 거란 걸 살아갈수록 나는 깨달았습니다. 꿈은 그냥 꾸는 걸로만 머무는 거예요. 허상이죠. 쓰디쓴 삶의 현실에 달콤하지만 해로운 사탕 같은 꿈을 아직도 약처럼 수시로 복용 중이신가요? 아마도 매일이 서글플...”

대한민국의 자살률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최상위 권에서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무직・가사・학생들의 자살률이 전체 자살률의 45.6%(‘2017&‘2018년 사망원인통계’ 참조)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 안전망 구축 및 실현이 좀 더 촘촘하고 세심해져야 할 필요가 더욱 커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살유가족에 대한 심리적・신체적・사회적 고통의 배려도 필요한 부분이다.

‘생활고를 겪은’, ‘빚더미에 시달린’ 일가족 ‘동반’ 자살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또한 서양에서는 ‘아동 살해 후 자살’ 등으로 표현하는 것과 달리 자녀는 독립적 존재가 아닌 부모의 분신 내지는 연장선에 보고 있다는 것 또한 문제시되고 있다.(장진용 광명시 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 기고글 참조) 제3자에게는 뉴스의 한 면을 차지하고 있는 사건 기사일 뿐이다. 그들의 고통어린 속내에 대한 관심은 지대하지 않다. 가족의 동반자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뉴스데스크>는 각각의 속내를 보여주며, 그들의 아픔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 아닌 우리 이웃의 일이라고 들려준다.

'제19회 월드 2인극 페스티벌' 포스터 /(제공=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19회 월드 2인극 페스티벌' 포스터 /(제공=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성장과 진통’이라는 주제로 발전적인 세상을 향해 한걸음 더 나아가고자 하고 있는 <제19회 월드2인극페스티벌>은 세계공연예술계에서 독창적인 페스티벌로 가치 인식되어 꾸준히 발전되어 가고 있다. 특별참가작・해외초청작・공식참가작・기획초청작・대학참가작 51개의 작품을 통해 2인극의 매력을 선사해 주고 있다. 2인극은 의사소통의 최소단위만으로 극을 끌어가면서 갈등 구조를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고, 인물의 관계나 특성을 집중적으로 탐구해서 연기 할 수 있기 때문에 배우들에겐 두렵지만 도전해 보고 싶은 매력적인 형식이다. 등장인물을 2명으로 제한하기에 창작극을 준비하는 작가나 다양한 작품을 연출하고자 하는 연출가들에게는 답답함을 안겨줄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이러한 제한적 상황이 역작용을 일으켜 작품의 창조성을 고양시키는 적극적인 계기로 작용하여 보다 다양하고 독창적인 형태의 작품들을 선보이게 만드는 긍적적 효과를 낳게 한다.(김성녀 월드 2인극 페스티벌 조직위원장 ‘초대의 글’ 참조) 관객들에게 다양한 표현에 의한 극적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신선한 기회를 선사하는 <제19회 월드2인극페스티벌>은 지난 10월 27일부터 오는 11월 17일까지 다양한 국가들의 고유한 색채를 드러내며 새로운 도약을 계속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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