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투쟁;예술가 편’ 공연사진 /ⓒAejin Kwoun
‘인정투쟁;예술가 편’ 프레스콜 사진_한 명의 예술가를 연기한 7명의 배우 강희철, 백우람, 하지성, 강보람, 김원영, 김지수, 어선미 /ⓒAejin Kwoun

[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빈 무대, 한 예술가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떠나는 ‘여정’을 그리며, 무대와 객석 그리고 예술과 우리의 삶에 대한 경계에 대해 살펴보는 연극 <인정투쟁; 예술가 편>이 지난 10월 29일부터 11월 16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공연되고 있다.

"현대예술에 대한 감이 이렇게 없나? 왜 이렇게 서사에 목을 매?"

"국가공인자격증. 예술인패스.

패스하느냐, 마느냐. '나'. 그것이 문제로다." 

어떤 존재가 세계 밖에서 세계 안으로 들어가서 자신의 자리와 언어를 습득하고, 들어가는 과정을 들여다본다. 존재는 세계 안에서 확인 받기 위해 어떠한 선택을 하는가?

존재의 선택과 행동은 무엇으로부터 기인하는가?

세계 안에 존재한다는 것과 그 안에서 객관적인 거리를 갖고 세계를 바라보는 것은 어떻게 가능한가?

무대라는 큰 숙명을 예술가는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예술가는 무엇으로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가?

증명 없이 예술가로 존재하는 것은 가능할까?

예술가와 관객은 어떻게 만나는가?

무대 위 신체장애 예술가들이 지금 이 순간의 자신을 나타내면서 예술가 예술가에 대한 질문을 관객과 나누고자 한다.

극단 애인의 단원들과 객원 단원인 김원영 씨는 예술가인 자신의 실존적 고민을 극의 형태로 만나게 될 것이다. 다큐멘터리극, 또는 당사자의 이야기를 고백하는 극은 아니다. 관객이 보고자 하는 것을 먼저 예상하면서 객석에서 무대를 바라본다면 이들의 무대는 만나지 못할 지도 모른다. 무대와 마주한 객석이 서로를 인식하는 과정을 통해 이 시대 관객들도 새롭게 만나고 싶다. 아마도 당신일 것이다.

장면의 제목이 서사를 이어가고, 알 수 없는 곳에서 들려오는 말이 배우들을 가로막거나 기다리게 만든다. 시(時)는 명언이 되고 노래가 되었으며, 거리의 소음은 극장 밖 세계를 무대로 끌어들이고 있다. 연극은 그 자체로 살아있는 유기체이다. 연극은 그 시간 그 공간에서 그것을 공유하는 관객과 배우는 물론, 그것을 둘러싼 모든 이들의 이해관계가 부딪히고 조정된 결과이며 그래서 절충된 염원이 반영된 세계이다. 연극은 예술가들의 욕망이 투사된 작품이고, 예술계의 자율성이 작동하는 현장이다. 어찌할 수 없이 돈이 개입되는 일터이자 시장이다. 연극인들이 자신들의 힘듦을 무대 위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이제는 흔한 이야기라 바라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의 힘들고 아픈 현실을 관객들에게 봐달라고, 이해해달라고 사정하기 위해 무대 위 연극을 힘들게 올리는 것은 아닐 것이다. 무대 위에 작품을 올리기 위해 준비하는 작가, 배우, 연출, 제작진과 마찬가지로 ‘나’와‘너’ 그리고 ‘우리’는 ‘인정’을 받기 위해 매일 매시간 투쟁을 이어가기에. 연극과 세상도 따로 동떨어져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에.

‘인정투쟁;예술가 편’ 공연사진 /ⓒAejin Kwoun
‘인정투쟁;예술가 편’ 프레스콜 사진 /ⓒAejin Kwoun
‘인정투쟁;예술가 편’ 공연사진 /ⓒAejin Kwoun
‘인정투쟁;예술가 편’ 프레스콜 사진 /ⓒAejin Kwoun
‘인정투쟁;예술가 편’ 공연사진 /ⓒAejin Kwoun
‘인정투쟁;예술가 편’ 프레스콜 사진_예술가 역 배우 백우람, 김지수 /ⓒAejin Kwoun
‘인정투쟁;예술가 편’ 공연사진 /ⓒAejin Kwoun
‘인정투쟁;예술가 편’ 프레스콜 사진_예술가 역 배우 하지성, 어선미 /ⓒAejin Kwoun
‘인정투쟁;예술가 편’ 공연사진 /ⓒAejin Kwoun
‘인정투쟁;예술가 편’ 프레스콜 사진_예술가 역 강보람 배우, 김원영 배우 /ⓒAejin Kwoun
‘인정투쟁;예술가 편’ 공연사진 /ⓒAejin Kwoun
‘인정투쟁;예술가 편’ 프레스콜 사진 /ⓒAejin Kwoun
‘인정투쟁;예술가 편’ 공연사진 /ⓒAejin Kwoun
‘인정투쟁;예술가 편’ 프레스콜 사진 /ⓒAejin Kwoun
‘인정투쟁;예술가 편’ 공연사진 /ⓒAejin Kwoun
‘인정투쟁;예술가 편’ 프레스콜 사진 /ⓒAejin Kwoun
‘인정투쟁;예술가 편’ 공연사진 /ⓒAejin Kwoun
‘인정투쟁;예술가 편’ 프레스콜 사진 /ⓒAejin Kwoun

이 연극에는 일곱 명의 배우들이 등장한다. 언제부터인지 알 수 없는 시간 동안 무대를 지켜온 이 배우들은 자신이 예술가라는 사실을 증명함으로써만 연극 안에 존재할 수 있다. 이것은 그저 배우와 무대의 관계를 드러내기 위한 수사적 표현이 아니다. 증명을 권하는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그래서 마침내 증명에 성공했다고 믿게 된 예술가들에 대한 연극 <인정투쟁; 예술가 편>에서 이들은, 관객이 연극을 거부하고 무대가 죽음을 고했을 때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무대가 끝나지 않는 것은 축복일까? 아니, 어쩌면 답은 ‘예술가와 예술’에서가 아니라 ‘존재와 세계’ 그 자체로부터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작가이자 연출가인 이연주가 추적하는 인정투쟁이란 존재와 세계 사이의 역동적인 상호작용으로 그려진다. 본디 서구 사상사에서 ‘인정’은 상호적인 것, 즉 서로가 서로를 환대하고 화해하는 관계를 의미했다. 하지만 동시대 일상에서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인정투쟁이란 말은 자기를 내세우는 것,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 성과로써 평가받는 것으로 축소 해석되기 일쑤고, 이로 인해 끊임없는 피로를 불러일으키면서도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경쟁 기제 정도로 인식된다. 이 연극은 그러한 현실을 비판적으로 풍자하는 것을 넘어, 다양한 존재들 사이에 발생하는 긍정적인 동력과 그 존재들이 구성하는 세계의 촘촘한 역학을 들여다보고 있다.

‘인정투쟁;예술가 편’ 공연사진_강보람 배우 /ⓒAejin Kwoun
‘인정투쟁;예술가 편’ 프레스콜 사진_예술가 역 강보람 배우 /ⓒAejin Kwoun
‘인정투쟁;예술가 편’ 공연사진 /ⓒAejin Kwoun
‘인정투쟁;예술가 편’ 프레스콜 사진_예술가 역 강보람 배우 /ⓒAejin Kwoun
‘인정투쟁;예술가 편’ 공연사진_강희철 배우 /ⓒAejin Kwoun
‘인정투쟁;예술가 편’ 프레스콜 사진_예술가 역 강희철 배우 /ⓒAejin Kwoun
‘인정투쟁;예술가 편’ 공연사진 /ⓒAejin Kwoun
‘인정투쟁;예술가 편’ 프레스콜 사진_예술가 역 강희철 배우 /ⓒAejin Kwoun
‘인정투쟁;예술가 편’ 공연사진_김원영 배우 /ⓒAejin Kwoun
‘인정투쟁;예술가 편’ 프레스콜 사진_김원영 배우 /ⓒAejin Kwoun
‘인정투쟁;예술가 편’ 공연사진 /ⓒAejin Kwoun
‘인정투쟁;예술가 편’ 프레스콜 사진_예술가 역 김원영 배우 /ⓒAejin Kwoun
‘인정투쟁;예술가 편’ 공연사진_김지수 배우 /ⓒAejin Kwoun
‘인정투쟁;예술가 편’ 프레스콜 사진_예술가 역 김지수 배우 /ⓒAejin Kwoun
​‘인정투쟁;예술가 편’ 공연사진 /ⓒAejin Kwoun
​‘인정투쟁;예술가 편’ 프레스콜 사진_예술가 역 김지수 배우 /ⓒAejin Kwoun
​‘인정투쟁;예술가 편’ 공연사진 /ⓒAejin Kwoun
​‘인정투쟁;예술가 편’ 프레스콜 사진_예술가 역 백우람 배우 /ⓒAejin Kwoun
‘인정투쟁;예술가 편’ 공연사진_백우람 배우 /ⓒAejin Kwoun
‘인정투쟁;예술가 편’ 프레스콜 사진_예술가 역 백우람 배우 /ⓒAejin Kwoun
‘인정투쟁;예술가 편’ 공연사진_어선미 배우 /ⓒAejin Kwoun
‘인정투쟁;예술가 편’ 프레스콜 사진_예술가 역 어선미 배우 /ⓒAejin Kwoun
​‘인정투쟁;예술가 편’ 공연사진 /ⓒAejin Kwoun​
​‘인정투쟁;예술가 편’ 프레스콜 사진_예술가 역 어선미 배우 /ⓒAejin Kwoun​
‘인정투쟁;예술가 편’ 공연사진_하지성 배우 /ⓒAejin Kwoun
‘인정투쟁;예술가 편’ 프레스콜 사진_예술가 역 하지성 배우 /ⓒAejin Kwoun
‘인정투쟁;예술가 편’ 프레스콜 사진_예술가 역 하지성 배우 /ⓒAejin Kwoun
‘인정투쟁;예술가 편’ 프레스콜 사진_예술가 역 하지성 배우 /ⓒAejin Kwoun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무대 위 배우들이 ‘연극 속 연극’에서 하나의 인물을 연기한다는 사실이다. 그 인물은 자기 존재를 증명하려는 한 예술가의 복잡다단한 내면을 반영하기도 하고, 이 시대 예술가들의 서로 다른 다양한 면모를 드러내기도 한다. 욕망과 꿈, 자존심, 확신, 강박과 불안이 뒤엉켜 그렇게 한 명의 예술가가 탄생하는가 싶더니, 황당하게도 인물이 ‘나’에서 ‘너’로, 그러더니 ‘그’로 이름을 바꾼다. 여기서 다시 한 번, 창작자 이연주가 제안하는 인정투쟁의 실체가 드러난다. 세상의 모든 존재란 ‘나’로 시작해, 나를 ‘너’로 불러주는 타자를 만나고, 결국 ‘그’로 불리게 되니 우리는 이름을 바꾸지 않아도 현상적으로 언제나 같은 결과에 도달하게 마련이다. 심지어 ‘나’, ‘너’, ‘그’는 바꾸고 싶다고 해서 바꿀 수 있는 이름이 아니기에 이 연극은, 이름을 바꾸는 그 능동적인 선택의 결과가 무엇인지 관객이 함께 목격하고 증언하길 기다린다.

자신만의 고유한 세계를 유지하는 동시에 다른 존재들과의 유기적 호흡에 익숙해져야 했던 배우들은 극단 애인의 단원들과 객원 배우로 작가이자 변호사인 김원영이 합류해 4월부터 6월까지 이어진 신체워크숍에서는 자기 몸의 균형점 찾기, 동사와 형용사를 움직임으로 표현해 보기, 일상의 평범함 것들로부터 리듬 발견해내기, 다른 이의 움직임을 따라 하거나 변주하기, 짝을 지어 그림 만들기 등을 수행하면서 자극에 반응해 몸을 깨우기 위한 여러 종류의 워밍업을 시도했다. 그리고 8월, 대본이 나오자 배우들은 여럿이 하나의 인물을 연기한다는 것의 구체적인 구현 방식을 탐험하기 시작했다. 장면을 쌓아가는 동안 지금 나의 말과 몸이 향하는 곳을 지각하고, 감정에 빠지는 것을 경계했다. 그보다는 각자가 처한 상황과 입장을 인지해 그로부터 추동되는 태도를 찾는 것이 먼저였다. 때로는 가쁜 숨이 전염되었고, 서로 어긋나는 시선 속에 조화로운 이미지가 생겨나는 순간도 있었다. 매일의 연습은 오랫동안 무대를 떠돌아 몸이 기억하는 여유를 입는 과정이자, 인정투쟁의 근원적 불안을 체현하는 과정이었다.

2017년 제8회 두산연강예술상(인재양성에 힘써 온 두산 초대회장 연강 박두병 선생의 뜻을 이어 2010년에 제정했으며, 미술과 공연 분야에서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하고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가는 만 40세 이하 예술가들을 지원하고 있다) 공연부문 수상자 이연주의 신작이다. ‘전화벨이 울린다’, ‘이반검열’, ‘삼풍백화점’ 등에서 삼풍백화점과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들, 장애인, 청소년, 성소수자, 감정노동자들을 통해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수많은 ‘나’의 이야기를 담아온 이연주의 신작 <인정투쟁; 예술가 편>은 한 예술가의 인정투쟁 과정을 그리며, 예술과 우리의 삶에 대한 경계에 대해 살펴볼 예정이다. 이연주는 “무대 위 신체장애 예술가들이 지금 이 순간의 자신을 나타내면서 예술과 예술가에 대한 질문을 관객과 나누고자 한다”며 “무대와 객석이 서로를 인식하는 과정을 통해 관객들도 새롭게 만나고 싶다”고 했다.

‘인정투쟁;예술가 편’ 커튼콜 사진 /ⓒAejin Kwoun
‘인정투쟁;예술가 편’ 커튼콜 사진 /ⓒAejin Kwoun
‘인정투쟁;예술가 편’ 커튼콜 사진 /ⓒAejin Kwoun
‘인정투쟁;예술가 편’ 커튼콜 사진 /ⓒAejin Kwoun

여러 에너지들이 각축을 벌이는 곳으로서의 ‘연극’을 무대 위 연극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인정투쟁; 예술가 편>은 그 인정투쟁을 지금 연극이 펼쳐지고 있는 무대와 관객석에 머물며 시간을 공유하고 있는 관객과 배우들 그리고 감동을 함께 나눌 모든 이들과 더불어 화해와 환대로써 시작해 보려 하고 있다. <인정투쟁; 예술가 편>은 지난 3일에 이어 오는 10일 공연 후 배우, 연출, 드라마터그 등과 함께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며, 작품을 준비하며 느낀 고민과 과정들을 들려줄 예정으로 무대의 시간을 공유했던 관객들은 관극 후 느끼는 감동의 깊이를 자유로이 더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의 휠체어석은 전화로 자유로이 전화 문의가 가능하며, <인정투쟁; 예술가 편>은 매 공연 동시자막을 제공하며, 오는 14일 8시, 16일 3시 공연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해설을 제공한다. (김슬기 드라마터그 노트 참조)

'인정투쟁;예술가 편' 포스터 /(제공=두산아트센터)
'인정투쟁;예술가 편' 포스터 /(제공=두산아트센터)

"여기는 무대다. 조명이 켜지면 무대는 다시 살아날 것이다.

그것이 무대의 법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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