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박훈규 기자] 홍콩에서 민주화 시위 첫 사망자를 추모하는 시위가 사흘째 격렬하게 이어진 가운데 11일 홍콩경찰 오전 7시20분경 사이완호 대로에서 시위대 연행 중 이를 제지하기 위해 달련든 또 다른 시위대 향해 실탄 3발 발사, 경찰의 총격을 받아 쓰러지는 동영상이 온라인에 유포되면서 홍콩 시위 현장이 들끓고 있다. 지난 8일 시위현장에서 첫 희생자가 나온 지 사흘 만이다. 9일 시작된 22주차 주말시위는 11일까지 이어졌고, 홍콩 시위대의 분노는 한층 커졌다. 중국 중앙정부와 홍콩 당국은 ‘강대강’ 대응을 천명했다.

홍콩 경찰이 쏜 실탄에 시위대원 한 명이 맞아 중상을 입었으며,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20분쯤 사이완호 지역에서 열린 시위에서 한 경찰이 도로 위 시위자를 향해 실탄을 발사하는 장면이 페이스북을 통해 생중계됐다. 홍콩 시위대에 빠르게 퍼져나간 이 동영상에는 시위자가 부상을 입고 눈을 부릅뜬 채 누워있는 장면도 담고 있다. 경찰은 성명을 내고 “과격한 시위대들이 시위를 벌였다”며 “당장 불법 행위를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벌어진 총격 사건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분노한 시위대는 총파업과 동맹 휴학, 상점 휴업 등 이른바 '3파 투쟁'에 돌입했다. 홍콩 시위는 지난달 말 중국의 4중전회 직후 중국 중앙정부가 더욱 강경한 시위 진압을 예고하면서 격화 양상을 보여왔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4일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을 만나서도 폭력행위에 대한 진압과 처벌을 법에 따라 흔들림 없이 견지해 나갈 것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홍콩 경찰은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공세적인 진압 작전에 나서고 있다. 4중 전회 후 첫 주말인 2일 시위에선 시민들이 집회를 개최하자마자 병력을 투입해 해산에 나섰다. 대형 쇼핑몰 내 시위에 대해서도 강경 대응을 자제하던 경찰이 홍콩 내 6개 쇼핑몰에 전격 진입해 대규모 검거 작전을 펴기도 했다. 중국 중앙정부 관료와 관변학자들을 통해 홍콩 국가보안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속속 제기되고 있다.

주변에 있던 시민들은 경찰을 향해 '살인자'라고 외치며 항의했지만, 시위 장기화에 따라 한풀 꺾였던 시위 기세는 복면금지법, 중국 4중전회를 거쳐 4일 첫 희생자가 나오면서 다시 되살아나고 있다. 시위대는 9월 이후 중단했던 동맹휴학과 총파업, 상점 철수 등 이른바 ‘3파 투쟁’도 재개했다. 오는 24일 예정된 구의원 선거가 연기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홍콩 야당은 “야당이 선거에서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자 정부가 선거를 연기하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중국의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은 홍콩과기대 내에서 벌어진, 본토 학생을 겨냥한 폭력을 강하게 비난했다. 이날 관영 환추스바오(環球時報)에 따르면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은 전날 공개편지에서 “학원 폭력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홍콩경찰이 시위대를 향하여 총을 쏜 모습 ⓒ 뉴스프리존 tv 갈무리
홍콩경찰이 시위대를 향하여 총을 쏜 모습 ⓒ 뉴스프리존 tv 갈무리

한편 경찰이 응급 구조요원의 시위대 치료를 방해한 것도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8일 저녁 툰먼 지역 시위 현장에서는 부상을 입은 시위자를 치료하기 위해 출동한 응급 구조요원 3명을 경찰 20여 명이 둘러싸고 욕설을 퍼부으며 치료를 막았다. 경찰은 지난 8월 31일에도 프린스 에드워드역에서 경찰의 구타로 실신한 시민을 도우려는 응급구조대를 저지하기도 했다. 지난 4일 홍콩과기대생 차우츠록의 추락 사고 때도 긴급 이송이 필요한 상황에서 경찰이 구급차의 현장 진입을 막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와관련, 몇 달째 이어진 가운데 경찰은 16살 소녀를 집단 성폭행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홍콩 명보 등에 따르면 16살 소녀가 홍콩 경찰들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한 뒤 임신해 낙태 수술을 받았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 소문에 따르면 이 소녀는 지난 9월 27일 홍콩 췬완 경찰서 옆을 지나다 4명의 경찰에 붙잡혀 끌려간 뒤 경찰서 내 한 방에서 이들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이후 이 소녀는 임신해 지난 8일 병원에서 낙태 수술을 했다는 것이 소문의 내용이다. 홍콩 경찰은 지난달 22일 이 소녀의 변호사가 이런 내용의 고소장을 경찰에 제출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경찰의 자체 조사 결과 이 소녀의 주장은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경찰 관계자는 주장했다. 이에대해 홍콩 인권단체들은 경찰의 자체 조사를 믿을 수 없다면서 정부가 독립된 위원회를 구성해 이번 사건을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달 홍콩 명문대인 중문대에 다니는 소니아 응이 경찰의 성폭력을 고발한 뒤 두 번째 성폭력 고발이어서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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