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에게 빌붙어 사는 사람의 행태를 빗대 “빈대 붙다”라고 표현할 정도로 ‘빈대’는 인류의 몸에 기생하는 혐오스러운 벌레로 인식된다. 실제로 빈대는 눈에 잘 보이지도 않고, 밤에만 활동하며, 침실 속에 숨어 인간의 피를 빨아 먹는 성가신 곤충이다. 하지만 빈대는 바로 그런 습성 때문에 인류의 공포와 호기심을 자극하며 문명과 사유에 깊은 발자취를 남겼다.

 

 

 

빈대는 오랜 시간 각종 병균의 매개 취급을 받으며 불결함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빈대가 정말 온갖 질병을 옮기며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위험한 곤충인가에 대해서는 증거가 부족하고 의견이 분분하다. 그럼에도 인류는 화학 살충제부터 트랩이나 훈증법, 생물학적 조작까지 빈대를 퇴치하기 위한 시도를 계속해왔다. 빈대에 대한 혐오는 잠재된 정신적 문제를 유발하거나 심지어는 자살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 빈대에 한 번이라도 물린 사람은 끝없는 불안과 걱정을 겪는다. 저자는 빈대가 안전하고 청결한 양질의 수면을 위협한다는 점을 들어 이러한 히스테릭한 반응을 설명한다.

이 책은 빈대와 인류의 공존과 불화에 관한 25만 년 역사를 조명한다. 빈대에 우연히 물린 사소한 경험에서 시작된 저자의 빈대 탐험은, 이 곤충이 종교와 철학, 문학과 예술, 문화와 생활양식 등 다방면에 걸쳐 인류에게 수많은 영감을 가져다 준 존재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오늘날 화학 살충제를 발명해 빈대 없는 유토피아를 실현하려는 현대인들과 이에 맞서 새로운 진화를 감행하는 빈대의 도전을 소개하며 인류와 자연이 공존하는 길을 제시한다.『빈대는 어떻게 침대와 세상을 정복했는가』는 빈대의 기원, 진화, 몰락과 귀환의 역사를 좇아 ‘빈대 탐험’에 나선 프리랜서 과학기자 브룩 보렐의 탐험록이다. 빈대를 퇴치하려는 인간과 이를 피해 진화를 거듭한 빈대 사이의 끈질긴 악연은 무려 25만 년 동안 이어져왔다. 역사 속의 곤충이 된 줄로만 알았던 빈대가 지구 전역에 다시 등장한 2010년, 저자는 빈대 때문에 방역업자를 고용하고 대청소를 하며 곤혹을 치른 것을 계기로 빈대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게 됐다.
 
저자는 역설적이게도 빈대에 대한 격렬한 공포가 경제와 문화의 측면에서 ‘빈대 르네상스’ 시대를 불러왔다고 말한다. 21세기의 인류는 다시 나타난 빈대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랐다. 무지에서 비롯된 두려움은 빈대 방역으로 대변되는 틈새시장을 만들어냈다. 문화계에서는 빈대를 유쾌함과 공포라는 양면성을 지닌 풍자적인 소재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빈대를 주인공으로 삼은 풍자뮤지컬 「빈대들!!!」은 빈대와 살충제에 대한 과학적인 사실들을 서사에 반영했다. 인간의 삶을 빈대에 빗대 사회상을 비판하는 방식이었다. 빈대를 주제로 삼은 저예산 코미디 영화와 풍자만화 잡지도 여럿 등장했다. 인류는 이 조그만 벌레를 혐오하면서 그 자체를 웃음거리로 승화했다.
 
저자는 자신의 편안한 잠을 방해한 빈대에 대한 궁금함을 가지고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빈대가 어디서 나타났는지에 대한 궁금함으로 세계 각지의 공공주택, 호스텔과 연구소를 돌아다녔고, 빈대의 기원으로 추정된다는 박쥐동굴에도 찾아갔다. 저자는 결국 빈대의 기원을 명확히 밝히지는 못했다. 대신 빈대가 어떻게 전 세계로 퍼졌고 개개인의 의식주와 심리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음악, 문학, 미술 등 문화 전반에 어떤 영감을 줬는지를 발견했다. 빈대는 격렬하고 비이성적인 혐오를 불러 일으켰지만, 한편으로는 인류와 오랜 세월 궤를 같이 하며 생활상과 문화에 큰 족적을 남겼다. 이러나저러나 인간과 빈대는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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