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이천호기자] 종교와 신념의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사람들을 '양심적 병역거부자'라고 한다. 병역법에 따르면 병역 거부자들은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되는데 한 해 평균 500명 정도가 스스로 전과자의 길을 택한다. 대법원이 지난 15일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유죄 판결을 확정했음에도 1주일 뒤인 22일 청주지방법원에서 대법원 판결을 정면으로 반박한 하급심 판결이 나온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해당 하급심 판결을 내린 판사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참석한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로 알려졌다. 대법원 판결이 무시되고 재판부마다 다른 판단을 내놓으며 사법 신뢰가 크게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심 판사가 대법원 판결 조목조목 반박

그런데 얼마전 대법원이 병역거부자에게 유죄 확정 판결을 내린지 불과 1주일 만에, 하급심에서는 또 다른 병역거부자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법원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는 건데, 청주지법 형사4단독 이지형 판사는 지난 22일 훈련소 입소 통지서를 받고도 소집에 응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23)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사는 판결문에서 대법원 판결문을 의식한 듯 대법원이 제시한 유죄 논리를 하나씩 반박했다. 하급심이 대법원 판결을 정면 반박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대법원 제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가 “이른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는 병역법에서 처벌의 예외 사유로 규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한 것과 관련해서 “헌법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정당한 사유라 봐야 한다”고 반박하는 식이다. 

대법원은 한국이 가입한 유엔의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에 따르더라도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병역법 조항을 면제받을 순 없다고 판결했다. 이 판사는 이에 대해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도 한국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형사 처벌이 자유권규약을 위반한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고 맞섰다. 대법원이 “국제규약은 법률적 강제력이 없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헌법 제6조에 따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받아쳤다. 이 판사는 판결문에 자신의 의견을 적극 기재하기도 했다.




‘항명’과 ‘소신’으로 엇갈리는 시각 

이용석 씨는 지난 2006년, 총을 들지 않을 권리를 달라며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했다. 하지만 스물여섯 살 청년에게는 '전과자'라는 낙인이 찍혔다. 법조계에서는 상급 법원 판결에 대한 ‘항명’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현직 부장판사는 “대법원이 판결을 내린 지 1주일 만에 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판결을 내놨다는 건 대법원을 ‘들이받은 것’”이라며 “판결문에 판사 개인 소신이 너무 드러나는 건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대 변화상에 따른 ‘소신’이기 때문에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 현직 판사는 “대법원 판결이 절대 진리는 아닌 만큼 일선 판사들도 소신껏 판결을 내릴 수 있다”며 “시대적 변화를 제시하고 관련한 사회적 논의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평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리는 판사들이 특정 이념을 공유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김 부장판사는 지난 19일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 회의준비지원단장을 맡았다. 한 현직 판사는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들이 특정한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중견 판사들과 비교적 젊은 판사들 간 인식이나 이념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litim@na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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