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방해' 비판여론·사상자 속출에 "폭력 자제" 목소리
시위대, 구의원 선거일정 확답 요구…주말 폭력충돌 가능성 여전

홍콩 시위대가 15일 대중교통 방해 운동을 닷새째 이어갔지만, 지난날과 달리 일부 도로 봉쇄를 풀고 평화 시위를 전개하는 등 모처럼 '유화 제스처'를 보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에 따르면 시위대는 이날도 '여명(黎明·아침) 행동'으로 불리는 대중교통 방해 시위를 벌여 상당수 지하철 노선과 버스 노선 운행이 중단됐지만, 출근길 사정은 다소 나아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시민들의 출근길 불편 장기화에 따라 비판 여론이 나오고 시위대가 던진 것으로 추정되는 벽돌에 머리를 다친 70세 노인이 숨지는 등 사상자도 속출하자, 시위대가 압박 정도를 낮추며 '속도 조절'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위대는 홍콩 정부에 24일 구의원 선거를 예정대로 치르겠다는 약속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번 주말 집회에서 폭력 충돌이 재발할 우려는 여전한 상황이다.

센트럴 지역에서 열린 집회
센트럴 지역에서 열린 집회
센트럴 지역에서 열린 집회
센트럴 지역에서 열린 집회
센트럴 지역에서 열린 집회
센트럴 지역에서 열린 집회

◇ 시위대 일부도로 봉쇄 풀어…'교통대란' 면해
이날도 시위대의 대중교통 방해 시위로 상당수 지하철 노선과 버스 노선 운행이 중단됐다.

시위대가 카오룽퉁 지하철역 인근 선로에 화염병을 던지면서 동부 구간 노선 운행이 중단됐고, 시위대가 도로 위에 설치한 바리케이드 등으로 인해 수백 편의 버스 편도 운행을 멈췄다.

하지만 시위대의 대중교통 방해 운동으로 최근 수일간 '교통대란'이 이어졌던 것에 비해 이날 출근길 사정은 다소 나아졌다는 평이다.

홍콩 도심에서 근무하는 한 한국인은 "오늘은 교통대란으로 부를만한 수준은 아닌 것 같다"며 "이번 주 내내 무더기로 벌어졌던 홍콩 현지인들의 지각 사태도 오늘은 상당히 줄었다"고 전했다.

홍콩 시위대의 '유화 제스처'도 나왔다.

홍콩 중문대를 점거하고 경찰과 격렬한 충돌을 빚었던 학생 시위대는 보도블록, 바리케이드 등으로 봉쇄했던 중문대 인근 톨로 고속도로의 양방향 차선 중 1개씩을 개방한다고 밝혔다.

시위대는 기자회견에서 "톨로 고속도로 봉쇄는 지난 수일간 지역 주민들 특히 노인들에게 큰 불편을 초래했다"며 "우리의 상대는 정부이지, 지역 주민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밝혔다.

다만 시위대는 도로 개방의 조건으로 홍콩 정부가 오는 24일 예정된 구의원 선거를 예정대로 치러야 한다며, 정부가 16일 오전 6시까지 이에 대한 확답을 줄 것을 요구했다.

홍콩 정부는 시위 사태가 격화할 경우 24일 구의원 선거를 연기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으며, 친중파 진영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이번 선거의 연기를 획책하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 '날아온 벽돌' 맞은 70대 사망…부상자 속출에 "충돌 자제" 요구

시위가 격화하면서 사망·중상자가 속출하고 있어 경찰과 시위대 모두 폭력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3일 성수이 지역에서 발생한 시위대와 주민 간 충돌 과정에서 시위대가 던진 것으로 보이는 벽돌에 머리를 다친 70세 환경미화원 노인은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전날 밤 사망했다.

경찰은 "이 노인이 마스크를 쓰고 검은색 옷을 입은 사람에 의해 '악의적으로' 살해됐다"면서 이를 살인 사건으로 다루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용의자의 신원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홍콩과기대 2학년생인 차우츠록(周梓樂) 씨는 지난 4일 정관오 지역의 시위 현장 인근 주차장에서 추락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지난 8일 끝내 숨졌다.

지난 11일 사이완호 지역의 시위 현장에서는 직업훈련학교에 다니는 21살 학생이 경찰이 쏜 실탄에 맞아 쓰러져 병원으로 긴급히 이송돼 수술을 받았다.

같은 날 홍콩 마온산 지역에서는 시위대가 한 남성과 언쟁을 벌이다가 남성의 몸에 휘발성 액체로 추정되는 물질을 뿌리고 불을 붙였다. 이 남성은 신체의 40%에 화상을 입어 아직 위중한 상태이다.

지난 13일에는 틴수이와이 지역에서 시위 현장에 있던 15세 소년이 최루탄에 맞아 중태에 빠졌다.

전날에는 성수이 지역에서 정체불명의 남성들이 곤봉 등으로 시위대 상징인 검은 옷을 입은 시민들을 무차별 구타하고, 검은 옷을 입은 여성 2명의 머리채를 끌고 가는 모습마저 목격됐다.

홍콩 시위 사태가 격화하자 전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해외 순방 중 이례적으로 홍콩 시위의 폭력 종식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서 중국 정부가 한층 강도 높은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커졌다.

◇'점심 시위' 전역으로 확대…모처럼 평화적 진행
이날 점심시간 홍콩 금융 중심가인 센트럴에서는 직장인 수백명이 모여 '런치 위드 유(함께 점심 먹어요) 시위'로 불리는 대낮 도심 시위를 벌였다.

전날까지 이 점심 시위는 센트럴을 중심으로 전개됐으나, 나흘째인 이날은 타이쿠, 코즈웨이베이, 웡축항 등에서 동시에 전개됐다.

이들 시위 현장에는 각각 수백 명의 직장인이 모여 오른손을 들고 손가락을 쫙 펴 보이면서 "5대 요구, 하나도 빼놓을 수 없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홍콩 시위대의 5대 요구 사항은 ▲송환법 공식 철회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이다.

이날 센트럴 시위에서는 검은색 의상과 마스크 등으로 구별되는 과격 시위대의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또 홍콩 시위대가 즐겨 사용하는 소셜미디어에는 이날을 '휴식의 날'로 정하고 과격 시위를 삼가자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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