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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미국 대사, 자국 입장 내세워 이혜훈 압박한 듯한 무례한 모양새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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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미국 대사, 자국 입장 내세워 이혜훈 압박한 듯한 무례한 모양새로 논란
  • 정현숙 기자
  • 승인 2019.11.19 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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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과도한 방위비 분담 요구도 야당의 반대로 결의안조차 미뤄져"

미국의 고위직 인사들이 차례로 방한해 한국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가 매우 노골적이고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미국은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을 지금보다 5배나 높여야 한다며 우리나라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대사(오른쪽)와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이 15일 오후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접견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2019.11.15
해리 해리스 주한 미대사(오른쪽)와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이 15일 오후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접견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2019.11.15

그런데 주한 미국대사가 국회 상임위원장에게까지 직접적으로 분담금 인상 압박을 가한 것이다. 최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가 야당 소속의 국회 정보위원장을 갑자기 자신의 관저로 부른 뒤 방위비를 올리라고 압박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매우 이례적이고 무례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바른미래당 소속인 이혜훈 국회 정보위원장은 지난 7일 주한미국대사관저로 초청을 받았다. 정확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은 채였지만, 이 위원장은 관저로 초대인 만큼 단순히 양국간 교류 차원으로 이해했다.

그런데 이 위원장을 기다리고 있었던 건 의외로 '방위비 청구서'였다. 심지어 이 위원장은 혼자 갔는데, 미 대사관 측에선 해리 해리스 대사를 포함해 5명이나 나와서 이 위원장이 자리에 앉자마자 방위비 인상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 위원장은 “야당 소속인 나를 상대로 갑자기 방위비 얘기를 꺼내 당황스러웠다”며 “대사의 말투나 행동이 무례하다고 느꼈다. 군인 출신이어서 외교적 어법에 서툰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해리스 대사의 주장은 '주한미군이 쓰는 방위비의 5분의 1밖에 한국이 내지 않고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측 논리와 판박이 주장을 펼쳤다. 한 소식통은 "한미 관계의 비대칭을 다시 한번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했다.

대사뿐 아니라 다른 배석자들도 돌아가며 이 위원장을 상대로 방위비 인상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하며 압박한 걸로 전해졌다.

외국 대사가 주재국 국회의원을 불러내 자국 입장을 압박한 듯한 모양새여서 논란이 일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여야를 넘어 우리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을 외국 대사가 직접 불러 압박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 자체를 비상식적 관행으로 보고 있다.

자한당·바른미래당 ‘방위비분담금 공정 합의’ 촉구하는 결의안조차 막아서

이렇게 미국이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을 지금보다 5배나 높여야 한다며 우리나라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지만, 국회에서는 방위비분담금의 공정한 합의를 촉구하는 결의안조차 못 내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자칫 '미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결의안 채택에 제동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미국 방문에 앞서 19일 중 결의안을 채택할 계획으로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이 방위비 분담금 공정 합의 촉구 결의안 처리를 위해 18일 만났지만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0일 여야 3당 원내대표의 방미 일정이 예정된 만큼 19일 국회 본회의에서 관련 결의안을 처리하자고 호소하고 있다. 국회의 초당적인 목소리를 미국에 전달해 우리 정부의 협상력을 높여주자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분담금과 관련해 여야가 국익 차원에서 단일한 목소리를 낼 것은 확실하다”면서도 “다만 민주당이 주장하는 결의안은 전략적으로 우리가 미국에 가기 전 어떻게 접근하는 게 맞느냐 하는 측면이 있어 생각은 조금 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자한당은 방위비분담금 논란과 관련, 무리한 요구를 일삼은 미국을 비판하기보다는 우리 정부의 외교와 안보 정책을 비난하는 데 몰두해 왔다. 이날도 나경원 원내대표는 회동에 앞서 “한미동맹이 왜 거래와 계산의 산물로 전락해버린 것인지 양국 정부가 모두 깊이 성찰해야 한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황교안 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북핵외교안보특위-국가안보위 연석회의에서 "방위비분담금 협상 관련해서 현재 미국이 요구하는 5배 증액은 합리적인 협상의 범위를 넘어섰다고 판단한다"면서도 곧장 "문재인 정권의 잘못된 선택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현 상황을 미국이 아닌 정부의 책임으로 돌리는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 황 대표는 "금액을 조금 아껴보겠다고 1년 단위로 합의해버림으로써 올해 다시 복잡한 상황을 초래하고 말았다. 미국에 덜 주는 것만 생각하지 말고 방위비 분담 금액이 증액됐을 경우 우리가 얻어낼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함께 강구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여야 간 설왕설래하는 방위비 문제에 대해 정의당도 18일 논평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여영국 원내대변인은 "국회에서는 시급하고 중차대한 사안에도 초당적 협력은 찾아볼 수 없다"며 "특히 한국당은 방위비 분담금에 대한 입장은 내놓지 않으면서 결의안 채택에 반대하고 있다. 한국당이 국익보다 미국의 이익을 우선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한국당은 방위비 분담과 관련한 자신들의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고 국회 차원에서 미국의 과도한 방위비 분담 요구에 대해 공동 대응에 나서야 한다"라며 "한국당의 반대로 결의안 채택이 미뤄지고 있다. 더 이상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보지 말라”며 자한당의 입장 전환을 거듭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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