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9일 오후 8시 취임 후 처음으로 격의 없는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 '국민 패널' 300명과 함께 화기애애하면서 왁자지껄한 분위기로 117분간 ‘국민과의 대화’를 진행했다.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시민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던진  '1만6천34장의 질문지'가 쌓여있다. 청와대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시민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던진 '1만6천34장의 질문지'가 쌓여있다. 청와대

사전 각본 없이 생방송으로 진행된 국민과의 대화는 검찰개혁과 모병제, 한반도 평화, 소상공인·비정규직 문제, 부동산 문제, 다문화 가정 문제 등 다양한 주제의 거침없는 질문이 쏟아졌다.

MBC 측은 세대·지역·성별 등을 고려하고 노인·농어촌·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와 지역 주민 등을 배려해 국민 패널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방송 분위기는 권위적이고 딱딱한 모습은 전혀 찾아 볼 수 없고 패널들이 서로 질문하겠다고 손을 들고 격의없는 돌발성 질문들을 쏟아내면서 대통령과 국민이 직접 소통하는 대단히 인상적인 모습을 남겼다. 급기야는 처음 예정했던 100분을 훌쩍 넘겼다.

문재인 대통령은 주위를 한번 둘러 보고는 첫 질문자로 지난 9월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아들 김민식(9)군을 잃은 어머니 박초희 씨를 지목했다.

박 씨는 “어린이가 안전한 나라를 이뤄주기를 부탁드린다”며 “하지만 법을 만들어도 단 하나도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고 울먹이며 호소하자 문 대통령도 눈시울을 붉히며 경청했다. 그러고는 “아이들의 안전이 훨씬 더 보호될 수 있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서 고(故) 김민식군의 부모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질문하고 있다. 김군은 지난 9월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교통사고를 당해 숨졌다. 국회는 어린이보호구역에 과속단속 장비 설치 등을 의무화하는 ‘민식이법’을 발의했다.청와대사진기자단
2019 국민과의 대화’에서 고(故) 김민식군의 부모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질문하고 있다. 김군은 지난 9월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교통사고를 당해 숨졌다. 국회는 어린이보호구역에 과속단속 장비 설치 등을 의무화하는 ‘민식이법’을 발의했다.청와대사진기자단

이날 생방송 스튜디오는 원형 계단식으로 마련된 좌석에 문 대통령을 중심으로 국민 패널이 둘러앉았다. 문 대통령은 청색 줄무늬 넥타이와 짙은 남색 정장을 입고 청각 장애인들이 만드는 수제화인 ‘아지오’ 구두를 착용했다. 무대의 주인공이라기보다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보였다.

문 대통령과 진행자 배철수 씨는 1953년생 동갑내기인 점을 강조하며 친밀감을 드러냈다. 배철수 씨는 동시대 사람으로 자신은 오로지 노래만 불렀다며 민주화 운동으로 인권 변호사로 일생을 점철한 문 대통령의 이력에 경의를 표하자 문 대통령은 노래로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즐겁게 한 것도 민주화 운동 이상의 활동이라며 화답을 했다.

이날 방송은 이주민, 장애인,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의 아픔을 호소하는 질문이 대화 초반에 주를 이뤘다. 다문화 교육 교사, 다문화 가족 구성원, 민족사관고 1학년 남학생, 소상공인, 중증장애인, '워킹맘', 북한이탈주민, 일용직 노동자, 여자 중학생과 남자 대학원생 등 다양한 패널이 대통령에게 질문을 던졌다.

“다문화 아이들이 군대 갔을 때 차별당하지 않을까 부모로서 걱정된다”는 다문화 가족으로 이날 패널로 참석한 한국인 부인의 호소에 문 대통령은 “권리도 의무도 국민들과 차등 없이 하는 게 중요하다. 관심을 갖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발언한 한국인 부인의 남편이 발언에 나서 자신은 무슬림 국가 출신으로 한국에 14년째 거주하며 결혼까지 하고 단란한 가정을 이뤘다고 소개했다. 이 남성은 한국어 발음이 어색했지만 웃음을 잃지 않고 질문을 한 후 문 대통령과 같은 홍은동에 거주하면서 대통령 취임 당시 함께 찍은 사진을 액자에 담아 선물했다.

사회자 배철수 씨가 방송 진행을 위해 잠시 보관했다가 방송 끝나고 드리라고 남성에게 건의하자 문 대통령은 지체없이 이 남성에게 직접 다가가 선물을 받고 감사의 인사를 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민식이 엄마'를 시작으로 패널 17명이 현장에서 던진 질문과 실시간 온라인 소통방에 올라온 질문 3개 등 모두 20개 질문에 시종일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질문을 청취했다. 그리고 질문 내용도 직접 메모했다. 1시간가량 진행된 후에는 재킷을 벗고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맨 차림으로 답변에 열중했다.

이날 방송에서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호소한 남성 패널은 자신의 질문을 적은 것으로 보이는 종이를 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각본 없이 생방송으로 진행된 국민과의 대화는 현장의 '생생한 소통'으로 왁자지껄 시끄럽기도 하면서 활기가 넘쳤다.

방송이 끝날 무렵이 되자 질문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대통령과의 대담이 끝나는 게 아쉬운 시민들은 서로 하겠다고 "저요! 저요! 질문하겠습니다!"하고 외쳤다. 패널들의 안타까운 목소리에 진행자 배철수 씨는 진정시키기 바빴다. 결국 국민과의 대화는 정해진 방송 시간을 15분가량 넘겨 오후 9시 57분까지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방송 마무리 발언에서 "우리가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고 같은 방향으로 계속 노력해나간다면 반드시 우리가 원하는 나라를 만들 수 있다는 확실한 믿음과 희망을 드릴 수 있다"며 각오를 다졌다.

그러면서 "임기가 절반 지났을 수도 있고 절반 남았을 수도 있다. 저는 임기가 절반 남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시민들의 환호와 박수 세례를 받았다. 방송이 끝나고도 문 대통령은 밀려드는 시민 패널들의 '셀카 요청'을 거절하지 않고 일일히 사진을 찍었다. 또 각종 호소문과 의견서도 전달받았다.

이날 보조 진행자로 나선 허일후, 박연경 아나운서는 '1만6천34장의 질문에 대통령이 모두 직접 답변할 것'이라며 아쉬워하는 패널들을 달랬다. 산더미 처럼 보이는 '1만6천34장의 질문지'는 행사 종료에 앞서 수레에 실려 문 대통령에게 전달됐다. 청와대는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전달된 질문에 대해 적절한 형식으로 답할 예정이다.

19일 MBC  방송을 통해 '국민과의 대화'를 진행한 문재인 대통령과 300명의 국민 패널들. 청와대
19일 MBC 방송을 통해 '국민과의 대화'를 진행한 문재인 대통령과 300명의 국민 패널들. 청와대

문 대통령은 방송이 끝난 후 패널 중 독도 헬기 사고 유족을 만나 무거운 표정으로 이야기를 듣고 "아직 못 찾았군요"라며 유족의 이름을 물었고, 이 유족을 따뜻이 위로하면서 포옹을 했다. 이 같은 모습은 TV를 통한 방송 종료 후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됐다.

이때 문 대통령은 또 한 번 마이크를 잡고 "방금 인사한 분 가운데 독도 헬기 사고로 아직 찾지 못한 실종자 가족도 계셨다. 정말 최선을 다하겠다"며 "그중 소방대원 한 분은 헝가리 다뉴브강 사고 때 수색 작업에 종사했는데, 이번에 안타깝게 희생자가 되셨다"고 위로의 마음을 다시 한번 전했다.

이어서 문 대통령은 첫 질문자로 지목했던 민식 군 부모를 또다시 거론하며 "다시 한번 위로 말씀을 드리고, 함께 노력해 나가겠다"고 했다.

한편 이날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가 2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20일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지상파 KBS 1TV, MBC TV와 종합편성채널 채널A, MBN, TV조선 총 5개 채널이 생방송한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의 시청률 합계는 22.116%로 집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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