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박정희 김영삼 전 대통령은 현 자유한국당의 정신적 지주다. 이는 자유한국당이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이명박 박근혜로 이어지는 대통령 계보에서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 전 대통령 3인의 사진만 당시에 건 것에서 알 수 있다.

지난 2017년 11월 10일 당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다음 주부터 건국의 아버지 이승만, 조국 근대화의 아버지 박정희, 민주화의 아버지 김영삼 세 분의 사진을 당사에 걸겠다”고 말하고, 당사에 이들 3인의 사진을 부착한 뒤 17일 최고회의에서 자랑스럽게 공개했다.

그러나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79년 10월 4일 자유한국당의 전신이자 현 자유한국당이 근대화의 아버지로 추앙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이끈 민주공화당과 박정희의 거수부대인 유정회에 의해 국회의원직에서 제명된 일이 있다. 그해 9월 김영삼 신민당 총재가 뉴욕타임즈와 인터뷰한 기사 때문이다.

당시 인터뷰는 1979년 9월16일자로 발행된 뉴욕타임즈에 ‘한국의 야당 당수가 미국에 요구한다’라는 제목으로 실렸다. 기사 서두는 “한국의 야당 지도자 김영삼은 카터 행정부에 대해 ‘소수 독재정권’(minority dictatorial regime)에 대한 지지를 끝낼 것을 요구했다”였다.

뉴욕타임즈는 이 기사에서 당시 신민당 총재 김영삼은 그해 6월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이 서울을 방문한 것을 지적하며 “카터의 한국 방문을 생각할 때마다, 나는 화를 참지 못하겠다”면서 “카터의 한국방문이 박정희 독재에 면죄부를 줬다”고 주장했다는 점을 보도했다.

또 “이란 혁명은 독재자 팔레비 국왕을 지원한 미국의 실수 때문”이라고 평가하고 “미국이 (한국에서)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기 바란다”면서 “박정희 정권에 대한 미 행정부의 ‘공식적이고 직접적인 압력’만이 그를 제어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미국 관리들에게 말했음도 전했다.

박정희 당시 대통령은 이 인터뷰를 참을 수 없었던 것 같다. 분노한 박정희의 뜻을 읽은 공화당과 유정회는 그래서 일사분란 움직였다. 그해 9월 22일 공화당과 유정회는 소속 국회의원 160명 전원의 이름으로 ‘징계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징계 수위는 국회의원직 제명,

징계 사유는 “국회의원 신분을 일탈하여 국헌을 위배하고 국가안위와 국리민복을 현저히 저해하는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등 반국가적 언동을 함으로써 스스로 주권을 모독하여 국회의 위신을 실추시키고 국회의원으로서의 품위를 손상시켰다”이다. 짧게 정리하면 ‘사대주의’.

10월 4일 박정희의 여당은 이 징계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국회 속기록에 나타난 과정의 날치기도 국회 기록이다. 당시 백두진 국회의장은 구두로 법사위에 징계동의안을 회부하고, 야당의원 없이 여당의원으로만 3분 후 소집된 법사위는 40초 만의 전격 가결 후 본회의에 넘겼다.

본회의는 본회의장을 신민당 의원들이 점거했으므로 146호에 공화당과 유정회 의원들만 모이게 한 뒤 열었다. 백두진 국회의장은 경호권을 발동, 사복경찰 300여 명으로 신민당 의원 진입을 차단시키고 본회의를 열어 무기명 비밀투표를 실시했다. 개표결과는 참석한 공화, 유정 159명 전원 찬성, 가결이었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2019년, 자유한국당 나경원 대표는 최근 미국에 가서 총선 전에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 정상회담을 하지 말아달라고 말했음을 자랑스럽게 방미성과로 소개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YTN은 27일 “나 원내대표가 지난주 방미 과정에서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등에게 내년 총선 전 북미정상회담을 피해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자유한국당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신문고뉴스 편집부
 

이 보도 후 여당과 청와대, 그리고 많은 국민들은 과연 제1야당 대표가 한 말이 맞느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국민의 안위와 관련된 일조차도 '정쟁의 도구'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에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국회의원 의석 몇 개를 위해 국민의 열망인 한반도 평화를 막아선 일을 ‘성과’랍시고 얘기하는 것은 이들이 ‘반(反)평화 세력’이며 선거 승리를 위해서라면 국가 안위도 팔아먹는 ‘매국 세력’이 아닌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자신들의 선거 승리를 위해 한반도 평화를 동맹국가와 거래하려는 정당이 대한민국의 제1야당이라는 것은 우리 국가의 불행”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나 원내대표는 자신의 행동과 발언에 잘못이 없음을 말한다.

그는 “북핵 폐기 등 진정한 한반도 평화와 거리가 먼 ‘보여주기식 회담’을 하지 말라는 주장은 당연히 해야 할 주장”이라며 “이 정권은 북한 이슈를 선거용으로 써 먹을 생각 밖에 없으니, 문재인 정권에 속지 마라고 미 당국자에게 진실을 말해준 것”이라고 강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나 원내대표의 원래 발언도 문제지만 해명도 틀렸다. 아무리 봐도 그의 주장과 해명은 미국이 한국의 총선에 개입해달라고 말했다는 것 외에는 뜻을 찾을 수 없다.

1. 북미 정상회담으로 한반도가 안정되면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이 불리하니까 총선 전에는 하지 말라.

2. 한반도는 냉전의 극한 긴장이 유지되어야 자유한국당이 총선에서 유리하니까 극한 긴장상태를 유지해 달라가 주된 골자다.

다시 말해 북미 정상회담은 민주당이 유리한 총선개입, 북미간 긴장상태 유발은 자유한국당이 유리한 총선개입이므로 자유한국당에 유리하도록 총선에 개입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결국 나경원 원내대표는 미국 트럼프 정부에게 한국정치에 개입하되 자유한국당이 유리하도록 개입해달라고 요구한 것이 된다. 어떤 해명도 이 해석에 의의를 달 수 없을 것이다.

앞에서 나는 미국의 한국정치 개입요구라는 ‘사대주의’ 전쟁을 벌인 박정희 김영삼 사진이 걸린 자유한국당 당사 얘기를 썼다. 거기서 원내대책회의를 하고 원내대표로 최고위원회의를 참석하거나 대표 부재 시 최고회의도 주재하는 나경원 원내대표가 바로 ‘사대주의’를 한 것이다.

자유한국당 전신인 신한국당은 1997년 15대 대선 직전 당시 여당이던 신한국당의 이회창 후보가 당선되게 하기 위하여 이 후보 측 인사가 북한 측 인사와 접촉해 판문점 인근에서 총격을 요청한 것이 추후 밝혀졌다. 이른바 총풍 사건이다. 그 외에도 1987년 대선 직전 칼기 폭파범 김현희 송환 작전도 있었다. 남북긴장, 남북대립, 전쟁위협 이런 상황이어야 선거판세가 유리하다는 생각들이 저지른 사건들이다.

그래서다. 나 원내대표에게 묻는다.

자유한국당이 선거에 유리하도록 남북간 긴장상태가 유지되어야 하는가? 지금 북한 김정은이 서해 NLL에 해안포를 쏘도록 지시한 것에 대해 만족한가? 김정은이 더 도발했으면 좋겠는가?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고 북핵문제가 꼬여 북한은 핵무기를 계속 만들고 그 핵무기로 남한을 위협해도 총선에서 이기고 정권을 잡으면 좋은가? 그래서 북미 정상회담을 하면 안 된다고 미국에 요구 한 것인가? 당신은 이 질문에 답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다’면 당신에겐 매국 비판도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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