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CAST_근호(권정훈), 리아(류경인), 영주(곽지숙), 설유진 연출, 해리(황순미), 선희(박지아), 대용(정대용) /ⓒAejin Kwoun
'9월' CAST_선희(박지아), 대용(정대용), 리아(류경인), 해리(황순미), 근호(권정훈), 영주(곽지숙) /ⓒAejin Kwoun

[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타인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자체가 이야기가 되는 연극 <9월>이 지난 21일부터 24일까지 신한두드림스페이스 아트스탠드에서 객석과 무대를 분리하지 않은 공간에서 배우와 관객이 가까이 만나며 서로가 이야기의 인물이 되는 시간을 함께 했다.

말할 상대가 필요해요.

난 어때요?

비밀, 지켜줄 수 있어요?

그럼요.

어떤 것도?

우리는 이야기를 나누려 이곳에 모였습니다.

당신에게는 어떤 이야기가 있나요?

'9월' 인트로 공연사진 /ⓒAejin Kwoun
'9월' 인트로 공연사진 /ⓒAejin Kwoun
'9월' 인트로 공연사진 /ⓒAejin Kwoun
'9월' 인트로 공연사진_근호(권정훈), 리아(류경인), 선희(박지아), 영주(곽지숙), 해리(황순미), 대용(정대용) /ⓒAejin Kwoun
'9월' 인트로 공연사진 /ⓒAejin Kwoun
'9월' 인트로 공연사진_근호(권정훈), 리아(류경인), 선희(박지아), 해리(황순미), 영주(곽지숙), 대용(정대용) /ⓒAejin Kwoun
'9월' 인트로 공연사진 /ⓒAejin Kwoun
'9월' 인트로 공연사진_근호(권정훈), 리아(류경인), 선희(박지아), 영주(곽지숙), 해리(황순미), 대용(정대용) /ⓒAejin Kwoun
'9월' 리허설 사진_영주(곽지숙) /ⓒ김솔(보통현상)(제공=극단 907)
'9월' 리허설 사진_영주(곽지숙) /ⓒ김솔(보통현상)(제공=극단 907)
'9월' 리허설 사진_리아(류경인) /ⓒ김솔(보통현상)(제공=극단 907)
'9월' 리허설 사진_리아(류경인) /ⓒ김솔(보통현상)(제공=극단 907)
'9월' 리허설 사진_해리(황순미) /ⓒ김솔(보통현상)(제공=극단 907)
'9월' 리허설 사진_해리(황순미) /ⓒ김솔(보통현상)(제공=극단 907)
'9월' 리허설 사진_선희(박지아)/ⓒ김솔(보통현상)(제공=극단 907)
'9월' 리허설 사진_선희(박지아)/ⓒ김솔(보통현상)(제공=극단 907)
'9월' 리허설 사진_대용(정대용) /ⓒ김솔(보통현상)(제공=극단 907)
'9월' 리허설 사진_대용(정대용) /ⓒ김솔(보통현상)(제공=극단 907)
'9월' 리허설 사진_근호(권정훈) /ⓒ김솔(보통현상)(제공=극단 907)
'9월' 리허설 사진_근호(권정훈) /ⓒ김솔(보통현상)(제공=극단 907)

객석에 앉아 무대의 기차역과 인물들을 바라봤던 2018년 초연된 <9월>은 ‘기차역’에 머무는 인물들이 역무원과 관객에게 각자의 사연을 풀어 놓는 이야기 전개로 관객과 만났다. 2019년에 관객과 다시 만나는 <9월>은 원형의 ‘공론장’이라는 연극적 공간에서 배우와 관객이 가까이 앉아 공연한다.

연극. 전달자가 묘사하는 언어와 표현하는 장면으로 내용을 습득하는 것이 아닌, 당사자의 입으로 이야기가 처음 발화되는 현장에 내가 그와 함께 한다면, 그 순간을 경험하고 감각하는 것에 집중한다면, 나는 이야기를 넘어서 그까지도 이해할 수 있을까?

연극 <9월>을 연출한 설유진 연출은 연극, 전달자가 묘사하는 언어와 표현하는 장면으로 내용을 습득하는 것이 아닌, 당사자의 입으로 이야기가 처음 발화하는 현장에 내가 그와 함께 한다면, 그 순간을 경험하고 감각하는 것에 집중한다면, 이야기를 넘어서 그까지도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 MINI INTERVIEW -

1. 서로서로 대화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화자가 되기도 청자가 되기도 그리고 동시에 화자와 청자가 되면서도 이야기의 흐름이 또렷함이 참 인상적 이였습니다. 배우님들과 희곡을 연극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협업이 많이 있었을 듯합니다. 연습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무엇이었을지 궁금합니다.

'9월'을 연출한 설유진 연출가 /ⓒAejin Kwoun
'9월'을 연출한 설유진 연출가 /ⓒAejin Kwoun

・설유진 연출

초연을 했을 때의 우리와 세상은 일 년 이 개월 만에 많이 변해있었습니다. 연극이라는 장르적 특성상 관객에게 초연과 똑같이 다가가는 것은 가능하지 않은 이상한 일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항상 구호처럼 외치듯 기억하려 한 것은 ‘관객을 소외시키지 말자’이었습니다. 물론 공연을 보신 관객 중에 이전의 것보다 소외됐다 느끼신 분도 있을 거라 예상합니다. 비명으로 호소나 주장을 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하고 싶지 않다기 보단 그래야만 듣고 발견할 만큼 타인과 주변에 대한 감각이 무뎌진 현실이 슬펐습니다. 힘든 나를 보여줘야만 힘든 내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세상은 이상하게도 이해 타산적이며 비이성적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안 그래도 타인을 돌보고 나도 돌봐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슬픈 누군가를 관객에게 주입식으로 전달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연습의 과정 중에 우리가 지킨 약속은 말하는 사람을 볼 것, 말하는 사람을 보는 내 얼굴을 말하는 사람과 나와 같이 듣는 사람이 본다는 것 나의 반응이 타인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타인이 관객이든 배우이든 차이를 두지 않으려 했습니다.

2. 희곡을 쓴 이후 공연장으로 결정되었을 전시회장에서 무대화는 정말 모험이었을 듯합니다. 가히 잘 상상이 안 되는 작업들에 아쉬움도 컸으리라 생각됩니다. 패셔너블한 조명, 음악 그리고 안무로 시작되는 인트로 장면, 교차되어 있던 의자들의 배열과 원형으로 바뀌며 배우들 뿐 아니라 관객들의 표정까지 자세히 바라보게 만들던 좌석 배치 등 무대화 과정에서 조명과 음향/영상의 이미지화 작업 과정들이 궁금합니다.

'9월'의 무대사진 | 객석과 무대는 동그랗게 하나되어 배우와 관객이 가까이 않자 공연이 진행되었다. /ⓒAejin Kwoun
'9월'의 무대사진 | 객석과 무대는 동그랗게 하나되어 배우와 관객이 가까이 않자 공연이 진행되었다. /ⓒAejin Kwoun

・설유진 연출

관객과 배우를 어느 한 방향으로 몰아가지 않고 각자로서 늘어놓고 그 결과를 받아들이길 바랐습니다. 타인의 인정이나 연민을 위해 나와 이야기를 생성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작업이 아니었습니다. 연출과 배우, 스태프는 결국 모두 보이는 것들, 들려지는 것들에 중점을 두고 공연화 하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문법과 습관들을 잠깐이라도 버리기는 정말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전시공간이라는 마켓 가에 있는 컨테이너 공연장이라는 특성상 그리고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의 한계 때문에 극장에 들어가서 모두가 분투를 했던 것 같습니다. 예상했던 소리와 공간감이 다르고, 또 첫 공에는 그 공간에서 관객을 처음 만남으로 생기는 새로운 공기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연출적 특성은 또 공간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기에 공연장이 정해지고는 몇 차례나 공연장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그에 맞춰 많은 것들을 새로 계획해야했고, 배우와 스태프 모두가 유연하게 대처했기에 가능한 작업이었습니다. 연극이라는 것이 다 그렇다 할 수 있겠지만 이번에는 특히나 매 회 새로운 공연이었습니다.

・목소 음향/영상 감독

<9월>의 음향은 빗소리나 새소리 등의 앰비언스가 주가 되지만 단순히 인물들이 존재했던 시점을 재현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보다 ‘이들은 연극 안에서 무엇을 듣고 있을까’, 혹은 ‘어떠한 순간에 사건보다 환경의 차원에 가까이 놓여 있을까’를 고민했습니다.

또한, 과거에 대한 증언이 절정을 이루는 지점에서 비가 내리고 이윽고 날이 개는 것을 음향으로 표현함으로써, 인물들이 현재로 넘어오며 관객과 동일한 청각적 공간에서 함께 같은 시간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하고자 했습니다.

・신동선 조명감독

공론장이라는 여러 사람이 함께 의논할 수 있는 장소나 환경, 관객과 배우가 편안하고 익숙한 공간으로 서로 거리감 없이 보고, 듣고, 마주하고, 참여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극장조명이 주는 비현실적인 빛들보단 우리가 일상에서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빛들로 공간을 채워 넣어 보았습니다.

'9월' 인트로 무대 사진 /ⓒAejin Kwoun
'9월' 인트로 무대 사진_리아(류경인), 선희(박지아), 근호(권정훈), 영주(곽지숙), 해리(황순미), 대용(정대용) /ⓒAejin Kwoun

・하영미 안무가

9월 초연과 많이 달라진 구성과 형식 속에서 기존 안무를 어떻게 변형해야할까에 대한 고민이 컸습니다. 연출님과 상의 후, 춤이 공연의 제일 앞에 놓이는 구성을 선택하게 되었고, 이 선택을 통해 춤이 무대를 열어주는 동시에 초연과의 연결선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초연에서의 춤은 절제된 움직임을 통해 각각의 인물들이 극을 통해 쌓아올린 감정을 분출하기 보다는 마지막까지 감정을 머금을 수 있도록 의도하였던 반면, 이번 9월의 춤은 이야기를 나누기 전, 낯설음과 익숙함을 모티브로 한 '만남'에 의미를 두었습니다.

3. 배우들이 하나 된 듯 한 여러 디자인의 보랏빛 의상과 분장은 배우님들을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였습니다. 의상 디자인 과정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9월' 무대의상 /ⓒAejin Kwoun
'9월' 무대의상_선희(박지아), 근호(권정훈), 리아(류경인), 해리(황순미), 영주(곽지숙), 대용(정대용) /ⓒAejin Kwoun

・강기정 의상디자이너

컨셉이 사실적인 극이 아닌 것과 인물이 매력적이고 미스터리하기를 바란 것을 감한해서 선택하고 통일한 색상은 보라색이었습니다. 디자인적으로 더하자면 이야기 주머니를 떠올렸습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비밀과 히스토리. 그리고 공론의 장에서 스피치 하는 각각의 인물들이 최대한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디자인했습니다. 의상을 비교적 세련되게 보이도록 한 것은 피해자들이 피해자로 보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들의 과거가 없었다면 가능했을 현재를 그려보았습니다.

・설유진 연출

디자이너 분들이 배우들의 몸과 얼굴을 과정 중에 오랫동안 관찰하신 결과 같습니다. 디자이너 분들의 섬세함과 성실함이 빚은 결과물이겠지요. 의상디자이너분과 분장디자이너분께 연출적으로 말씀 드린 것은 인물들이 비주얼 적으로 매력적일 것이었고 그것을 기대 이상으로 해내셨습니다. 인물의 서사에 따른 외모는 때론 편협하고 편견적인 비주얼로 표현되기 쉽습니다. 그것을 벗어나길 원했습니다. 우리는 첫 만남에 보는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기 쉽다 여기지만 외모를 쉽게 꾸밀 수 있는 지금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여겨졌기 때문이고 그럴 수 없기에 연극에선 그럴 수 없다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작업은 특히 풍기는 것보다 그가 말하는 그를 더 봐야하는 작품이라 여겼기에 디자이너 분들의 상상력이 더욱 요구되는 작업이었습니다. (지금 말씀을 못 전해주신 분장선생님 대신 연출로서 지켜본 과정을 이야기하자면) 의상선생님을 비롯한 다른 디자이너들과 마찬가지로 연출의 목적을 신뢰하며 디자이너로서 디자인을 하시고는 공연마다는 매일 달라지는 배우들의 외적 상태에 따라 분장디자이너로서 변화를 주시는 유연함에 감사했습니다.

4. 연출님과 배우님들이 가장 인상 깊은 대사 그리고 그 이유를 알려주세요.

'9월' 설유진 연출 /ⓒAejin Kwoun
'9월' 설유진 연출 /ⓒAejin Kwoun

・설유진 연출

자주 찾지만 언제라도 나을 수 있는 하지만 또 찾아드는 게 불행 아닐까요.

가끔 뭘 찾는지 잊을 때가 있습니다. 찾는 것에 몰두하느라 잊을 때도 실은 중요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9월' 선희 역 박지아 배우 /ⓒAejin Kwoun
'9월' 선희 역 박지아 배우 /ⓒAejin Kwoun

・박지아 배우(선희 役)

작품에서 해리에게 새로운 시작을 염원하는 메시지인 만큼, 나 스스로에게도 늘 묻고 있는 묻고 싶은 질문입니다.

'9월' 근호 역 권정훈 배우 /ⓒAejin Kwoun
'9월' 근호 역 권정훈 배우 /ⓒAejin Kwoun

・권정훈 배우(근호 役)

근호의 현재와 가장 잘 붙어있는 말이라 생각됩니다.

'9월' 리아 역 류경인 배우 /ⓒAejin Kwoun
'9월' 리아 역 류경인 배우 /ⓒAejin Kwoun

・류경인 배우(리아 役)

가족은 원망과 사랑이 뒤섞인 애증의 관계라 생각합니다. 남아있는 상처를 바라보면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그럴 때 하고 싶은 말인 것 같습니다. 가족들을 원망하기보다 그 일이 우리에게 일어나지 않았다면 이렇게 아프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9월' 해리 역 황순미 배우 /ⓒAejin Kwoun
'9월' 해리 역 황순미 배우 /ⓒAejin Kwoun

・황순미 배우(해리 役)

들을수록 들을 때마다 마음에 깊게 남았던 대사입니다. 말은 담담하지만 얼마나 마음을 다해 사랑을 주었는지, 또 자신의 사랑을 마음을 꾹꾹 눌러 담고 살아왔고 살고 있는지 너무나 느껴지는 대사였기에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9월' 영주 역 곽지숙 배우 /ⓒAejin Kwoun
'9월' 영주 역 곽지숙 배우 /ⓒAejin Kwoun

・곽지숙 배우(영주 役)

대사 그대로의 이유로 그렇습니다.

'9월' 대용 역 정대용 배우 /ⓒAejin Kwoun
'9월' 대용 역 정대용 배우 /ⓒAejin Kwoun

・정대용 배우(대용 役)

격하게 공감해서인지 처음 들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마음에 남는 대사였습니다.

5. 연출님과 배우님들의 차기작을 알고 싶습니다.

'9월' CAST /ⓒAejin Kwoun
'9월' CAST_근호(권정훈), 리아(류경인), 영주(곽지숙), 설유진 연출, 해리(황순미), 선희(박지아), 대용(정대용) /ⓒAejin Kwoun

・설유진 연출

차기작은 아직 미정입니다.

・박지아 배우

지난 22일부터 내년 2월 2일까지 예스24스테이지3관에서 공연되고 있는 <엘리펀트 송>에서 피터슨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내년 2월 7일부터 16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창작산실 작품 <터널구간>에 출연합니다.

・권정훈 배우

2020년 3월에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두산아트랩 작품 <Ciphers>에 출연합니다.

・류경인 배우

2020년 2월에 공연되는 <들개의 기억>에 출연합니다.

・황순미 배우

2020년 1월에 공연되는 <죽어도 가족>에 출연합니다.

・곽지숙 배우

차기작은 아직 미정입니다.

・정대용 배우

2020년 1월에 공연되는 <피어리스: 더 하이스쿨 맥베스>에 출연합니다.

'9월' 포스터 /(제공=극단 907)
'9월' 포스터 /(제공=극단 907)

문제를 풀 듯 해석의 정답을 찾지 않아도 되는, 각자가 솔직하게 감각하고 공감하면 될 뿐인, 만남 그 자체로 의미를 갖는 연극 <9월>의 ‘극단 907’은 주변의 상징과 은유를 찾아, 방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야기한다. 소중한 만남과 대화의 자리가 그러하듯, 당신과 만나는 지금 이곳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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