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 뒤엉킨 실은 칼로 자른다.

북제의 창건자인 고환(高歡)
북제의 창건자인 고환(高歡)

남북조 시대 고환(高歡)은 북조 동위(東魏) 효정제(孝靜帝. 534~550년 재위) 때 승상을 지낸 사람이다. ‘북제서(北齊書)’라는 역사서에는 그에 관한일화가 기록되어 있다.

고환이 한번은 아들들의 지혜를 시험해 보고자, 마구 뒤엉킨 삼을 한 다발 주며 누가 가장 빨리 정리할 수 있는지 시험을 시켰다. 다른 아들들은 모두 삼을 한 가닥 한 가닥 뽑아내서 정리하려 했다. 생각 같아서는 그렇게 하는 것이 빠를 것 같았지만 그게 제대로 되지 않자 모두들 조급해졌다.

그런데 고양(高洋)이라는 아들은 쾌도를 커내더니 다발을 자르는 것이 아닌가? 이 아들은 근본적으로 이리저리 뒤엉킨 덩어리에는 아랑곳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가 제일 먼저 정리를 끝냈음은 물론이다. 아버지 고환은 어째서 그런 방법을 택했느냐고 묻자, 아들은 “어지럽게 엉킨 것은 잘라야 합니다.”라고 대답했다. 고환은 이 아들이 기특하기도 했고 또 기뻤다. 장차 큰일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뒤 과연 고양은 효정제의 황제자리를 빼앗아 북제(北齊)의 문선제(文宣帝)가 되었다. 소년 시절의 이런 일화는 ‘전승’ 자료로 ‘북제서’에 실리게 되었다. 그가 말한 ‘어지럽게 엉킨 것은 잘라야 한다’는 말은 훗날 통치자들에 의해 백성들을 억누르는 ‘격언’으로 받아들여졌다.

오늘날 우리는 이것을 복잡한 문제를 신속하고 과감하게 처리하는 것에 비유하여 흔히 ‘쾌도참난마’라 한다. 이 말은 대체로 자주 사용되고 있는 책략이다. 사방이 의문으로 둘러 쌓여있어 아무리 생각해도 풀길이 없을 때, 의기소침하여 오고 갈대가 없는 상태에 놓여 있을 때, 이 ‘쾌도참난마’를 활용하여 문제의 세부적인 부분은 포기하고 극히 간단한 방법으로 모호한 문제를 처리해버리는 것이다. 과감한 조치로 한두 차례의 ‘풍파’를 해친 다음, 밝은 국면을 열어나가면 되는 것이다.

전설에 의하면 고대 페르시아의 다리우스 왕은 ‘매듭’ 하나를 묶어놓고는 누구든지 이 매듭을 풀 수 있는 사람이 소아시아 전체를 통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선포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 매듭을 풀려고 했지만 한사람도 성공하지 못했다. 알렉산더 대왕은 그것을 살펴보더니 칼을 뽑아 두 동강을 내버렸다. 이런 가장 간단하고 과감한 방법은 흔히 지혜와 사고가 고갈되었을 때 미로를 해쳐나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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