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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언 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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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언 례
  • 김덕권
  • 승인 2019.12.03 0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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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언 례(乞言禮)라는 말을 들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말씀을 빌린다는 뜻입니다.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 1762~1836)의 『목민심서(牧民心書)』 <애민편(愛民編)>에 나오는 말입니다. 다산의 애민사상의 실체를 보여주는 참으로 탁월한 인간 사랑의 교훈이지요.

그 애민편의 첫 조항이 바로 <양로(養老)>입니다. 양로는 가난하고 힘없고 늙어서 병약한 노인들을 돌보고 부양시켜주는 일인 것입니다. 걸언 례는 고을 안의 80세 이상 노인들을 초치하여 잔치를 베풀어주고 그냥 해산하는 것이 아닙니다. 노인들의 입을 통해 백성들이 당하는 괴로움이나 고통에 대한 이야기나 지적사항이 있으면 시정할 방법을 듣는다는 것입니다.

아마 그 때만 해도 노인들의 권위와 지혜를 나라에서 인정했던 모양입니다. 나라에 직언을 서슴지 않고, 국가에서는 그 직언을 경청하여 정사(政事)에 반영하였으니까요. 그러나 지금 우리의 현실은 참으로 적막(寂寞)하기가 짝이 없는 것 같습니다. 노인들의 고독 사(孤獨死)가 잇따르고, 생활고로 우아하게 늙는 것은 언감생심 바랄 수 없는 것이 현실이 아닐까요?

‘노인사고((老人四苦)라는 말이 있습니다. 노인들에겐 십중팔구 늘그막에 바라지 않은 불청객이 찾아온다는 말입니다.​

첫째, 병고(病苦)입니다.

거의 다 노인이 되면서 약봉지가 보따리를 이룹니다. 그나마 우리나라는 의료보험제도가 잘 되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어쨌든 종합병원 가까이에 사는 것이 최고일 것입니다.

둘째, 빈고(貧苦)입니다.

젊어서 벌어놓은 재산을 자식들의 교육과 양육에 다 써버려 대부분의 노인들이 빈털터리가 되었습니다. 그나마 집 한 칸 남은 것도 팔아 내 놓으라고 여간 성화가 아닙니다.

셋째, 고독 고(孤獨苦)입니다.

핵가족화가 이루어지면서 노인이 되면 외로움을 주체할 길이 없습니다. 그나마 배우자가 생존하면 다행이지만, 한 쪽이 먼저가면 그 기나긴 100세 시대를 어찌 견뎌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넷째, 무위고(無爲苦)입니다.

일찍 정년퇴임을 당하고 대개는 하는 일이 없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사람은 아파트의 경비원이라도 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런 일도 못하는 노인은 수입이 없어 귀여운 손주들 용돈도 못줍니다.

어떻습니까? 이 사고 중에 몇 개나 해당 되시는지요? 이중에 단 하나라도 해당되지 않는다면 그나마 꽤 축복받은 노인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찍이 ​공자(孔子)는 노년이 되면 모든 욕심의 유혹부터 뿌리쳐야한다고 충고했습니다. 노욕(老慾)은 곧 노추(老醜)와 직결되기 때문이지요.​

세계적으로 덕망이 높은 존 맥아더 목사는 노인들의 삶을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단지 오래 살았다는 것만으로 늙은 것은 아니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얼굴에 주름살이 생기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하지만 말년에 꿈마저 버린 사람은 대신 마음의 주름살이 생길 것이기에, 노인 세대는 ‘지금도 할 수 있다’ 는 꿈까지 버려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남은 인생을 국가나 사회에서 무엇을 해주기만을 바랄 것이 아닙니다. 우리 스스로 무엇인가 할 일을 찾아서 해야 하는 쪽으로 삶의 방향을 바꿔야 합니다. 어떤 일을 해보기도 전에 체념부터 하면 안 됩니다. ‘나는 안 돼, 나는 이제 쓸모없는 늙은이야’ 따위의 푸념은 자신을 스스로 매장하는 짓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저는 일찍이 《일원대도(一圓大道)》에 귀의(歸依)해 도(道) 닦는 일에 여념이 없습니다. 수도(修道)라는 것은 우주의 진리를 확철대오(廓撤大悟)하여 부처를 이룰 때 까지 정년이 없기 때문에 할 일이 무궁무진 합니다. 천만다행하게도 나이 70에 『덕화만발』을 개설하여 만 10년 째 여러 도반(道伴) 동지(同志)들과 맑고 밝고 훈훈한 세상을 이루기 위하여 여념이 없습니다.

노인에게 남은 것은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智慧)밖에 없습니다. 나라나 사회, 여러 단체에서 정중히 모셔다가 세상 살아가는 얘기나 지혜를 들려주는 그런 결언 례를 베풀어 주면 얼마나 좋을 까요!

단기 4352년, 불기 2563년, 서기 2019년, 원기 104년 12월 3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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