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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약속 지키라더니…군함도 '조선인 강제노역' 아예 쏙 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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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약속 지키라더니…군함도 '조선인 강제노역' 아예 쏙 빼
  • 정현숙 기자
  • 승인 2019.12.04 2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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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한 '군함도(端島)' 등 강제징용 시설에 대한 후속 보고서에서 강제징용과 관련된 표현을 재차 누락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군함 모양의 석탄 채굴 섬인 군함도는 4년 전 제대로 역사적 사실을 알리는 조건으로 이 곳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했지만, 일본은 입을 싹 씻었다.

일제강점기 공사현장에서 토목 노동을 하는 강제징용 조선인들.  ⓒ 연합뉴스
일제강점기 공사현장에서 토목 노동을 하는 강제징용 조선인들. ⓒ 연합뉴스

일본 나가사키현의 하시마섬은 우리에겐 군함도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일제강점기 조선인들을 강제로 동원해 착취했던 곳으로 일명 지옥도라고 불렸다. 이 군함도를 일본이 지난 2015년 메이지시대의 근대산업시설로 가치가 있다며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해달라고 해 당시 많은 논란이 됐다.

우리정부가 반대했지만 일부 시설에서 한국인 등에 대한 강제 노역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희생자들을 기리는 정보센터를 만들겠다고 해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그런데 이런 역사적 사실을 누락시킨 것에 대해 일본 측이 지난 2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센터 홈페이지에 올해로 두번째인 후속 이행 보고서를 올리면서 공개됐다.

이에 외교부는 3일 대변인 논평을 통해 “일본 측이 2015년 등재 신청 당시 한국인의 강제 노역을 인정한 내용을 이번 보고서에 포함하지 않은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어 “유네스코 측에 일본의 이번 보고서와 관련해 직접적인 문제제기를 하겠다”며 “향후 집행이사회와 세계유산위원회 등 다자회의가 있을 때마다 공개적으로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2015년 유네스코 위원회에 일본 남부 나가사키현의 군함도와 동북부 가마이시(釜石) 제철소 등 강제징용 시설 7곳을 포함한 23곳을 “일본 메이지 유신시대(19세기 말)의 산업화 시설”이라며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해 달라고 신청했다.

한국 입장에선 일제시대 강제징용 현장인 만큼 반발이 컸다. 가마이시 제철소는 지난해 대법원 손해배상 판결문에도 등장한다. 강제징용 가해기업인 신일본제철(옛 신일철)의 제철소로 지목됐다.

한국 정부의 반대에 일본은 2015년 6월 독일 본에서 개최된 39차 세션에 나와 강제징용 문제를 인정하겠다는 듯한 발언을 했다.

당시 사토 쿠니 주유네스코 대사가 “일본은 각 장소에 대한 완전한 역사적인 이해를 돕기 위한 위원회의 요구에 진심으로 부응할 것”이라며 “특히 수많은 한국인들과 여타 국민들이 그들의 의지에 반해(against their will) 데려가졌고, 가혹한 조건에서 일하기를 강요(forced to work) 받았다는 점에 대한 이해를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은 일제강점기 조선인들에 대한 강제노동으로 악명 높았던 나가사키현 하시마(일명 군함도)에서 이재갑 사진작가가 찍은 방파제 너머 조선인 숙소의 모습이다. 이재갑 사진작가 제공/한겨레
사진은 일제강점기 조선인들에 대한 강제노동으로 악명 높았던 나가사키현 하시마(일명 군함도)에서 이재갑 사진작가가 찍은 방파제 너머 조선인 숙소의 모습이다. 이재갑 사진작가 제공/한겨레

또 “희생자(victims)를 기억하기 위한 정보센터를 세우겠다”고도 했다. 일본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그해 유네스코 결정문과 첨부 문서에 그대로 기록돼 있다. 이에 회원국들은 컨센서스(합의)에 의해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승인했다.

그러나 유네스코 등재가 이뤄진 2017년 첫 후속조치 보고서에서 일본은 강제징용 시설에 대해 “전쟁 시기와 전후 일본의 산업을 지원한(support) 한반도 출신 근로자가 많이 있었다”며 표현을 바꿨다.

‘지원’ 표현은 자발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희생자 정보센터는 도쿄의 싱크탱크로 바뀌었다. 일본은 지난해 한국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해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줄곧 말해 왔지만, 정작 국제무대에서 먼저 말을 바꾼 것은 일본 쪽이었던 셈이다.

JTBC 3일 보도에 따르면 일본의 이런 행태는 이미 예상됐던 일아다. 일본 정부가 보고서 작성과 관련해 조사연구를 맡긴 단체는 '산업유산국민회의'라는 곳이다. 이 단체는 그동안 조선인 강제노동을 부인하는 보고서를 많이 발간했던 곳이다.

2016년에 작성한 보고서에는 '전시기 일본으로 노무동원된 조선인 탄광부의 임금과 민족 간 격차'라는 논문이 실려있다.

내용을 보면 "본고는 전시기 일본에 동원된 탄광부들이 받은 임금은 조선의 가족에게 송금됐다든지 현지에서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는 선택이 가능한 수준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라며 "조선인 탄광부 임금은 일본인과 큰 차이가 없었고 민족 간 임금 차이가 민족 차별이었다고는 볼 수 없다" 는 주장이 실려있다.

이 논문은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이 쓴 논문으로 이 연구위원은, '반일종족주의'에도 비슷한 내용을 실었다. 지난 7월엔 스위스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에 출석해 강제징용은 없었다고 주장한 인물이다.

이 씨는 지난 7월 2일 UN 인권이사회에서 "한국 사법부의 판결과 한국 정부의 태도는 조선인 노동자들이 강제로 납치되어 노예로 일하게 되었다는 잘못된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과거 많은 조선인 노동자들은 자발적으로 일본에 갔던 것이며, 징용조차도 합법적 절차로써 이뤄졌던 것"이라고 일본 측 주장을 그대로 대변했다.

이 산업유산국민회의라는 단체는 군함도의 진실이라는 동영상을 만들었는데 강제징용과 관련해 왜곡된 내용을 퍼트린 단체다.

한국 정부의 외교적 노력을 통해서 일본 정부가 유네스코와 한 약속을 이행하도록 더욱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해서도 보다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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