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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일거수일투족과 마음 속까지 들여다보게 만들었던 창작판소리 "노인과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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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일거수일투족과 마음 속까지 들여다보게 만들었던 창작판소리 "노인과 바다"
두산연강예술상 수상자 이자람 신작
  • 권애진 기자
  • 승인 2019.12.06 1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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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 프레스콜 사진_소리꾼 이자람, 고수 이준형 /ⓒAejin Kwoun
‘노인과 바다’ 프레스콜 사진_소리꾼 이자람, 고수 이준형 | 병풍 앞에 화문석이 깔리고 소리꾼과 고수를 중심으로 관객들이 그들을 둘러싸기 시작하면, 그녀의 이야기는 시작한지도 모르게 시작된다. /ⓒAejin Kwoun

[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The Old Man and Sea)’를 판소리로 재창작한 <노인과 바다>가 지난 26일부터 12월 1일까지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관객들은 자신만의 판소리 만들기에 집중하여 오롯이 소리만으로 무대를 채운 이자람 소리꾼과 함께 무대를 만들어가는 시간을 가졌다.

쿠바의 작은 어촌인 코히마르 마을에 사는 한 노인 어부의 이야기다. 평생을 바다 위에서 외줄낚시를 하며 살아온 노인은 늘 커다란 고기를 낚는 타고난 어부였다. 하지만 운이 다했는지 좀처럼 고기가 찾아오지 않는다. 바다에서 85일째 되는 날, 노인에게 마침내 커다란 청새치가 찾아온다. 바다 깊은 곳의 청새치와 수면 위에서 홀로 낚싯줄을 붙잡고 버티는 노인의 한판 싸움이 벌어진다.

‘노인과 바다’ 프레스콜 사진_소리꾼 이자람과 고수 이준형 /ⓒAejin Kwoun
‘노인과 바다’ 프레스콜 사진_소리꾼 이자람과 고수 이준형 /ⓒAejin Kwoun

2015년 제6회 두산연강예술상 공연부문 수상자로 ‘사천가’, ‘억척가’, ‘이방인의 노래’ 등의 작품으로 국내외 관객들에게 꾸준히 사랑 받은 판소리 창작자 이자람 소리꾼의 신작 <노인과 바다>는 전통 판소리처럼 고수의 북 하나에 의지하여 소리꾼이 혼자 무대를 온전히 이끌어나가지만, 고어의 사용은 전혀 없기에 관객들은 판소리 특유의 힘 있게 내지름에서 느껴지는 청량감을 느낄 뿐이다. 그리고 그녀가 안내하는 데로 따라가다 보면 노인의 일거수일투족 뿐 아니라 그의 마음속까지 바라보고 느끼는 놀라운 경험을 할 뿐이다.

‘노인과 바다’ 프레스콜 사진 | 혼신을 다해 매 순간순간을 판소리 뿐 아니라 연기하는 열정어린 모습을 보여준 소리꾼 이자람 /ⓒAejin Kwoun
‘노인과 바다’ 프레스콜 사진 | 혼신을 다해 매 순간순간을 판소리 뿐 아니라 연기하는 열정어린 모습을 보여준 소리꾼 이자람 /ⓒAejin Kwoun
‘노인과 바다’ 프레스콜 사진 | 북을 치고 소리를 받쳐주며 소리꾼 이자람의 흥을 돋아주고 힘을 지탱해주던 고수 이준형 /ⓒAejin Kwoun
‘노인과 바다’ 프레스콜 사진 | 북을 치고 소리를 받쳐주며 소리꾼 이자람의 흥을 돋아주고 힘을 지탱해주던 고수 이준형 /ⓒAejin Kwoun

<노인과 바다>의 창작 과정은 한 문장으로 정의하자면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서 이자람의 노인과 바다로’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소설 ‘노인과 바다’와 다르게 창작 판소리 <노인과 바다>에서는 제외된 몇 장면들이 있다. 원작 속 노인의 강박적 승부욕이라든지, 조 디마지오의 팬이라는 설정, 누구나 아는 명대사들 그리고 마지막에 이르러 노인이 꾸는 사자 꿈을 창작 판소리 <노인과 바다>에서는 제외시켰다. 작창가 이자람으로 바라보는 노인 산티아고는 승부욕이 강한 인물이라기보다는 매일 같이 같은 일을 반복하며 바다에서 평생을 보내 온 어부이자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투박한 인물이기에, 그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대어를 낚으려는 어부라기보다는 어쩌면 반복되는 일상 속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 더욱 집중하는 어부였다.

소리꾼 이자람은 이번 판소리 마당이 노인 산티아고의 정서를 노래하는데 그치는 작업이 되는 것을 지양했다. 동시에 청새치를 상어에게 물어뜯긴 노인이 어떤 큰 철학적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보이는 것도 경계했다. 심오한 철학적 설정을 하거나 좌절과 슬픔의 정서를 불러 일으켜 관객들의 상상력을 빼앗는 일을 지양하고자 했다. 다만, 노인 산티아고의 삶을 통해 인간에게 누구나 화려했던 과거도 있고, 노인 산티아고처럼 84일간 아무런 수확도 얻지 못하는 별 볼 일 없는 과거가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노인과 청새치의 사투처럼 현대인 모두가 아무도 해결해 줄 수 없는 저마다의 싸움을 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공감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누구도 대신 싸워 줄 수는 없지만, 산티아고에게 16살 소녀 친구(청새치 낚시는 남자가 할 것이라는 편견을 깨기 위한 부분이다. 하지만 소리꾼 이자람의 작창세계에서는 어쩌면 놀랄 일도 아니다.)가 있었던 것처럼,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웃고, 의지하고, 공감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다시 일상을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소리꾼 이자람의 세계 속에 펼쳐지는 <노인과 바다>의 원작과 다른 결말은 너무나 ‘이자람 스럽다’라는 단어 이상의 표현을 찾기는 힘들 것 같다.(연태흠 조연출의 ‘연출노트’ 발췌 및 참조)

'노인과 바다'에서 드라마트루그 과정을 통해 소리꾼 이자람의 철학을 담은 창작 판소리로 함께 완성해 간 박지혜 연출가와 전통 판소리의 관객과 소리꾼 이자람을 연결한 무대를 깔아준 여신동 시노그래퍼 /(제공=두산아트센터)
'노인과 바다'에서 드라마트루그 과정을 통해 소리꾼 이자람의 철학을 담은 창작 판소리로 함께 완성해 간 박지혜 연출가와 전통 판소리의 관객과 소리꾼 이자람을 연결한 무대를 깔아준 여신동 시노그래퍼 /(제공=두산아트센터)

물론 창작 판소리 <노인과 바다>는 소리꾼 이자람 혼자의 힘만으로는 버겨울 수밖에 없다. 지금도 훌륭하지만 더욱 나아질 기대감을 안게 만드는 이번 작품은 작가・작창가・소리꾼으로서의 이자람을 개개의 예술가로 인지하고 대하는 동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모두가 무거운 문제들과 살아간다는 것을 알기에 함부로 예상하지 않는 소리꾼 이자람과 양손프로젝트의 박지혜 연출가와 작품을 이해하고 명확히 콘셉트를 잡으며 확실한 표현력을 가진 여신동 시노그래퍼 그리고 북소리와 추임새 하나하나에 희로애락을 담아낸 고수 이준형이 함께 한 <노인과 바다>는 궁금하게 만든다. 원작의 배경 쿠바에서 공연되어질 때의 반응이.

'노인과 바다' 포스터 /(제공=두산아트센터)
'노인과 바다' 포스터 /(제공=두산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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