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가 능력 있고 군주가 전쟁에 간섭하지 않으면 승리한다.

“전쟁에서 완전한 승리를 거두기 위해 손자는 두 가지의 필수적인 조건을 제시하는데, 하나는 현명한 군주며 또 하나는 현명한 장수다.”

‘손자병법’ ‘모공편에 나오는 ’승리를 아는‘'지승(知勝)’의 다섯 가지 방법 중 하나로 매우 의미심장하다. 손자는 군주가 군사문제에서 지휘를 잘못하는 경우로 다음 세 가지를 지적하고 있다.

첫째, 전진해서는 안 되는데 전진을 명령하고, 물러서서는 안 되는데 물러서라고 명령하는 것으로, 이를 ‘군을 속박한다.’는 뜻의 ‘미군(縻軍)’이라 한다.

둘째, 군대의 행정을 모르면서 군사 행정에 간섭하면 병사들이 정신을 못 차린다.

셋째, 군대의 명령 계통을 무시하고 군령의 일에 참여하면 병사들이 의심한다.

그러면서 손자는 “삼군이 정신을 못 차리고 또 의심하게 되면 제후에게 혼란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이를 두고 군을 혼란하게 만들어 적의 승리를 끌어들이는 것이라 한다.”고 경고한다. 군주가 이렇게 군의 지휘를 엉망으로 만들지 않고 군사상의 특징에 따라 정확하게 지도하고 장수와 한마음 한뜻이 되어 간섭하지 않는다면, 그런 군주는 바로 손자가 말하는 ‘명군’이다. 군주와 장수는 결코 대립해서는 안 되며, 둘의 관계는 하나라도 없어서는 안 되는 마치 수레바퀴와 같아서 서로 의지하고 도와야 한다.
‘병경(兵經)’ ‘임(任)’에는 다음과 같은 요령 있는 지적이 나온다.

위(군주)에서 통제하면 질질 끌려 다니고, 아래(부하)에서 대들면 군(장수)은 위엄을 잃고 가벼워진다. 따라서 장수는 모름지기 지휘권을 장악해야 한다.‧‧‧‧‧‧감시해서는 안 된다. 감시하면 서로 갈라질 수밖에 없다. 의심의 눈초리로 보지 말라. 그러면 잘못된 소리를 듣게 마련이다. 헐뜯는 말을 듣지 말라. 헐뜯는 말을 피하지 않으면 이간질 당한다. 그렇기 때문에 장수는 밖(전장)에 나가 있으면, 누군가가 아뢰기를 기다리지 말고 상벌을 분명히 해서 기회를 보아 나아가고 멈춰야 한다. 장수가 병사를 통제해야지 군주가 장수를 통제해서는 안 된다.장수를 잘 거느리는 것은 오로지 일을 그에게 맡겨두는 것뿐이다.

손자를 비롯한 많은 군사 사상가들이 군주가 군사 지휘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중요한 군사상의 원칙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전쟁의 역사에서도 이 점은 분명히 입증되고도 남는다. 군주가 장수에 간섭하지 않고, 장수가 자신의 주관을 가지고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며, 전쟁의 실제 상황에 맞게 정확한 전략‧전술을 구사하면 결코 패할 수 없다. 군주가 장수를 신임하지 않고 지나치게 장수를 억제하면 전쟁의 실제 상황과 어긋나 큰 착오와 실패를 초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현대 군사 이론에 등장하는 위탁식 지휘법은 ‘군주는 장수를 통제하지 않는다’는 ‘군불어장(君不御將)’의 완전한 발전이다. 전쟁을 지휘할 때 독립성과 자유는 지휘관이 창조력을 발휘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 이 독립성과 자유는 군주의 ‘불간섭’을 전제로 한다.

물론 이 원칙은 ‘장수에게 능력이 있고 아울러 군주가 통제하지 않으면 승리한다.’는 말이다. 달리 말해서 ‘장수에게 능력이 없으면’ 전쟁의 승부는 ‘군주의 불간섭’만으로 결정 나지 않는다. 이 역시 소홀히 할 수 없는 문제다. ‘군주가 장수를 통제하지 않는다’의 전제는 ‘능력 있는 장수’다.
장수에게 어떤 ‘능력’이 있으며, 어느 방면의 ‘능력’이 필요한가는 또 다른 문제다. 현대적 조건하에서는 ‘능력 있는 장수’와 ‘군주의 불간섭’을 강조할 뿐 아니라 ‘군주(대통령‧주석‧수상‧총리 등)’가 적시에 전쟁 상황과 과정을 파악하여 전체적인 국면에서 전쟁을 지휘할 것을 동시에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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