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 의원이 자유한국당 신임 원내대표로 9일 취임했다. 그가 취임 일성으로 자한당이 모든 법안에 걸었던 필리버스터 신청을 철회하겠다고 교섭단체 합의 내용을 밝혀 정치권에 꽉 막혀있던 타협의 물꼬가 트이기를 기대했다.

예산합의 불발 '일촉즉발'…與 "4+1案 상정", 한국당 "총력저지" = 9일 오후 국회를 방문한 방청객들이 본회의장 방청석에 앉아 설명을 듣고 있다.여야는 10일 본회의를 열고 민생법안과 예산안 등을 처리할 예정이다.
예산합의 불발 '일촉즉발'…與 "4+1案 상정", 한국당 "총력저지" = 9일 오후 국회를 방문한 방청객들이 본회의장 방청석에 앉아 설명을 듣고 있다.여야는 10일 본회의를 열고 민생법안과 예산안 등을 처리할 예정이다.

그러나 심 원내대표가 합의내용을 밝힌 지 몇 시간 만에 필리버스터 보류 입장을 내면서 결국 '하루짜리 휴전'으로 끝나고 말았다. ‘싸워 봤고, 싸울 줄 아는 사람’을 내걸고 9일 당내 경선에서 승리한 그는 취임 하루 만에 리더십 위기를 맞았다.

10일 4+1협의체(더불어민주당ㆍ바른미래당ㆍ정의당ㆍ민주평화당+대안신당)가 마련한 2020년도 예산안 수정안이 자한당을 패싱하고 상정한 지 28분 만에 결국 국회 본회의를 전격 통과했다.

필리버스터 철회 번복을 한 심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벌어진 예산안 충돌 과정에서 사실상 속수무책인 모습을 보였다. 당내에선 “이러다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도 손 놓고 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8시 38분 본회의 속개를 선언하면서 "효율적 진행을 위해 예산안부터 상정하겠다"며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종배 자한당 의원이 각각 제출한 수정안을 상정했다.

민주당이 제출한 4+1 협의체은 정부 예산안 513조5천억원에서 1조2천억원 가량 삭감한 512조3천억원이었고, 자한당 수정안은 정부 예산안에서 14조2천억원 가량 삭감한 499조2천억원이었다.

20대 정기국회 마지막날인 이날 본회의에서 처리한 민주당의 전략은 치밀하고 전격적이었다. 허를 찔린 자한당 의원들은 구호를 외치며 의결을 막아봤지만 허사였다. 결국 새해 예산안은 상정한 지 30분도 지나지 않은 오후 9시 6분 가결됐다.

문희상 의장은 본회의에서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오전 본회의에서 미처 처리하지 못한 200여개 안건을 먼저 처리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본회의가 열린 직후인 오후 8시 38분 4+1 협의체가 준비한 2020년도 정부 예산안 수정안을 바로 상정하는 초강수를 뒀다.

그러자 자한당 의원들은 "4+1은 세금도둑" "날치기"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고성을 지르며 강하게 항의했다. 김재원 정책위의장이 문 의장에게 항의하는 동안 자한당 의원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서 임이자 의원의 선창에 문 의장을 향해 "사퇴하라"라고 구호를외쳤다.

자한당은 다시 예산안 ‘수정안 카드’로 맞섰다. 하지만 이 카드는 문 의장이 수정안 제안 설명 절차를 생략하면서 무력화됐다. 반대 토론에 나선 조경태 자한당 의원이 시간을 끌자 문 의장이 토론 종료를 선언했고, 결국 표결로 이어졌다.

기습을 당한 자한당 의원들은 전원 기립한 상태로 ‘4+1 세금도둑’ 피켓을 들고 “문 의장은 사퇴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아들공천 대가” “세습공천”으로 구호를 바꿔 문 의장을 공격하는 무리수를 던졌다.

본회의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지만 4+1협의체가 마련한 예산안 수정안은 속전속결로 처리됐다.

문 의장은 이들의 항의가 이어지는 동안 자한당이 제출한 수정안을 상정하며 정부의견을 물었으나,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자한당의 수정안에 대해 "부동의한다"고 밝혔다. 이에 문 의장은 "정부가 부동의했으므로 이 수정안에 대해서는 표결을 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문 의장은 즉시 헌법 57조를 언급하며 “부동의 결정에 따라 표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후 4+1 협의체 수정안을 상정했고, 재석 162명, 찬성 156명, 반대 3명, 기권 3명으로 가결됐다.

자한당은 이날 자신들을 제외하고 결국 내년도 예산안이 통과되자 “세금 도둑들의 날치기”, "독재타도"라고 외치며 거세게 항의했으나, 이미 버스는 떠나간 뒤였다. 정부 예산안을 발목 잡자는 계획이 틀어진 것을 두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겠다고도 으름장을 놨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문재인 정권과 정권 2중대들의 야합으로 예산 폭거가 자행됐다”며 “밀실·밀봉 예산”이라며 “국회의장마저 입법부를 포기했다”며 “입법부 치욕의 날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김재원 자한당 정책위의장은 11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겨냥해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뿐만 아니라 형법상에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한다”며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홍남기 부총리가 전날 자한당을 뺀 여야 ‘4+1협의체’(더불어민주·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민주평화·대안신당)의 내년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시트작업이라는 예산명세서를 부하 직원들을 시켜서 작성하도록 한 것이 법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이날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우리 의원님들께 오늘 중으로 총의를 모아보고 탄핵소추를 진행을 해야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홍남기 부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활력대책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자한당이 본인에 대한 탄핵을 주장한 것과 관련 "내가 (탄핵) 요건이 될지 모르겠다.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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