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를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로 기소한 검찰의 공소장 변경을 불허했다. 검찰이 정 교수를 처음 재판에 넘길 때 적시한 공소사실과 지난달 추가로 기소한 내용의 구체적 사실관계가 큰 차이를 보이자 동일성을 인정하지 않은 판단이다. 이 사건은 지난 9월 6일 정 교수가 한 차례의 조사도 없이 그것도 심야에 전격 기소될 때부터 논란이 일었다. 검찰은 당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 말미에 정 교수를 재판에 넘겼다. 공교롭게도 그날 밤 12시를 기해 공소시효가 만료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게 검찰 설명이었지만, 이를 두고 성급한 결정이 아니었느냐는 지적이 일면서 여러 가지 정치적 해석도 낳았다.'

정경심 구속 후 첫 재판…검찰, 공소장 변경 신청
정경심 구속 후 첫 재판…검찰, 공소장 변경 신청

 

법원의 공소장 변경 불허 사유를 보면, 당시 기소를 둘러싼 논란이 그럴만한 구석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재판부는 첫 공소장과 추가 기소된 내용의 간극을 조목조목 구체적으로 짚었다. 범행 일시와 장소뿐 아니라 방법, 행사 목적, 공범 관계 등이 모두 일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사실상 검찰의 첫 기소가 확실한 증거가 확보 안 된 상태에서 이뤄졌음을 지적한 셈이다. 대법원 판례는 이들 다섯 가지 요소 가운데 하나라도 동일성이 인정되면 변경된 공소사실이 '일치'한다고 인정하는데, 재판부는 단 한 가지의 동일성도 인정하지 않았다. 같은 사안인데도 죄명과 적용 법조, 표창장 문안 내용 등 사실상 외피만 같을 뿐 기본적이면서도 알맹이 격인 핵심 사실관계에서는 죄다 차이가 난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두 공소장은 범행 장소가 각각 동양대학교와 정 교수의 주거지로 달랐고, 위조 목적도 '유명 대학 진학 목적'과 '서울대에 제출할 목적'으로 차이가 났다. 첫 공소장에서는 공범을 막연히 '불상자'라고만 했다가 추가 기소 때는 딸이라고 적시하거나, '총장 직인을 임의로 날인했다'고 했던 위조 방법을 나중에는 스캔·캡처 등으로 만든 이미지를 붙여넣었다고 바꾼 부분은 검찰이 첫 기소 때 얼마나 여유와 준비가 없었는지 보여준다. 가장 논란이 될 만한 부분은 표창장 위조 시점이다. 검찰은 처음에는 2012년 9월 7일이라고 했다가 두 번째 공소장에는 2013년 6월로 기재했다. 사문서 위조죄 공소시효가 7년이어서, 위조 시점이 2013년 6월이 맞는다면 검찰은 지난 9월 기초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정 교수를 허겁지겁 기소하고 만 꼴이다. 물론 검찰로서는 만에 하나 공소시효를 넘겨 처벌을 못 하는 상황이 되면 쏟아질 비판도 염두에 뒀을 것이란 점을 고려해도 수사 편의주의라는 지적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정치적으로 민감하고 엄청난 폭발력을 지닌 여러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이번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제한된 범위 내에서 필요하다면 수사 대상자를 대면조사 없이 기소할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범죄 일시와 장소, 방법 등을 특정할 수 있는 확실한 증거가 있을 때의 얘기다. 공소장 변경도 형사소송법이 규정한 것처럼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가능한 일이다. 일단 기소부터 하고 보자는 태도는 버려야 한다. 검찰이 범죄 입증에 꼭 필요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거나 사실관계를 제대로 꿰지 못한 채 성급히 사건을 처리하다 보면 예기치 못한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많은 국민이 큰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사안일수록 더더욱 그렇다. 오이밭에서 신발 끈만 고쳐 신어도 이상하게 비칠 수 있다는 걸 깊이 새겨야 한다. 기소권이 검찰에만 부여된 독점적 권한이어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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