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소하 "농성 거점은 함부로 이리저리 옮기는 것 아니다.. 안 밟고 갈게"

[뉴스프리존= 김선영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몽골천막 단식에 이어 11일 저녁 7시부터 ‘무기한 실내 농성’에 돌입했다. 그가 농성에 들어가는 것은 청와대 사랑채 앞 천막에서 국회로 돌아온 지 6일 만이다.

로텐더홀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텐더홀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황교안 대표와 일부 의원들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저지를 내세우며 국회 본관 앞 로텐더홀에서 무기한 농성을 벌인 지 하루가 지났다. 바닥에 스티로폼 돗자리를 깔고 이불을 덮은 채 누워 농성을 이어갔다.

황 대표는 12일 농성장인 로텐더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예산안 날치기 처리는 일종의 발맞추기 예행연습이었다”며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도 이렇게 날치기 처리하겠다는 예고로 보여진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곳 로텐더홀을 마지막 보루로 삼고 민주주의를 지켜내야 한다”라며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고 강조했다. 농성장 바닥에는 붉은색 글씨로 ‘나를 밟고 가라!’라고 쓴 플래카드를 깔았다.

앞서 황 대표는 전날 저녁 느닷없이 농성 시작을 알리며 “좌파독재 완성을 위한 의회 쿠데타가 임박해 있다. 여기서 한 걸음이라도 물러서면 우리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몰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황 대표의 농성을 두고 "마침 오늘은 12.12 군사 쿠데타가 일어난 지 40년이 된 날이다, 자신들이 만든 국회법조차 불법폭력으로 무시하고 거리투쟁, 삭발, 단식농성으로 독재 타도를 외치는 황교안 대표와 한국당이야말로 총칼만 들지 않은 쿠데타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심 대표는 12일 국회 본청 앞 농성장에서 열린 당 상무위원회의서 "패스트트랙은 한마디로 강행처리 입법절차"라며 "제1야당의 몽니보다 헌법 기관인 국회의원의 5분의 3이라는 국회의원의 다수 의지가 더 존중되어야 한다는 의회 민주주의 원칙을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국회 선진화법은 자유한국당이 주도해서 만들었다"며 "더이상 억지 부리지 말고 필리버스터라는 합법적인 수단을 통해 응대하라"고 말했다.

황교안의 농성 루트.. "국회 로텐더홀이 마지막 보루"

황 대표의 첫 번째 투쟁 방식은 국회를 팽개치고 많은 논란을 불러온 전광훈 목사와 연합한 길거리 집회였다. 그다음으로는 주로 사회적 약자의 투쟁 방식이라는 삭발을 제1야당 대표가 지난 9월16일 조국 법무부 장관 파면을 요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벌였다.

당시 그의 삭발을 두고는 조국 사태에도 자한당 지지율이 오히려 하락하면서 지도부에 대한 불신임과 함께 자신의 리더십 위기를 탈출하기 위한 '꼼수', '정치쇼'라는 지적도 나왔다. 당내에서는 여전히 황 대표에 대한 불신임이 표면화됐다.

급기야 지난 11월 17일 김세연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자한당은 이제 수명을 다했다.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다”라며 지도부 총사퇴를 거론했다. 삭발로 잠시 지도부에 대해 반짝했지만, 황 대표가 이끄는 자한당에 회의를 느낀 의원들의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그러나 황 대표는 쇄신보다는 청와대 앞에서 뜬금없는 단식을 택했다. 겨울 문턱에 들어선 차가운 날씨에 나이가 있는 황 대표의 건강을 고려한 문 대통령의 하달을 받은 강기정 수석이 두 차례나 나와서 만류하고 이낙연 국무총리 등 정치권 인사들이 단식을 말렸다.

황 대표는 8일 만에 단식을 종료했지만, 효과는 분명 있었다. 단식 전 지도부 총사퇴 카드로 자한당 쇄신을 요구한 김세연 의원과 일부 의원들의 불만이 쑥 들어가 버리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됐다.

그러나 당내 잡음은 황 대표의 지난 2일 자한당 당직자 인선 이후 다시 들끓고 있다. 자한당 쇄신을 요구했던 김세연 의원은 4일 '당이 말기 증세를 보이고 있다'라며 또다시 비판했다. 황 대표의 당직 인선이 쇄신은커녕 '친황체재'를 구축한 거로 보고 이같이 말했다.

당직자 총사퇴 선언에 황 대표가 당직자 인선을 단행했지만, 임명직 당직자 중 상당수가 유임됐다. 이에 따라 당 쇄신을 강하게 주장했던 김 의원을 내치기 위한 사퇴가 아니었느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황 대표의 투쟁 수순은 길거리 집회와 삭발, 단식 그리고 국회 농성으로 이어졌다. 대내외적으로 뚜렷이 무엇하나 이뤄진 것 없이 자초해서 예산안까지 패싱 당하면서 초조해진 황 대표는 청와대 앞에서 국회 안으로 장소를 옮겨 패스트트랙 저지 무기한 농성으로 돌입했다.

'다음 수순은 무엇일까'라고 사람들의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그런 황 대표를 향해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12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의 남자가 아니라 창밖의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창밖에서 정치하면 얼마나 춥냐. 광화문에서 국회 로텐더홀로 옮겼던데 그건 지혜롭다 추우니까"라며 "또 청와대 앞에 가는 거로 알았더니 그래도 추우니까 로텐더홀로 옮긴 것은 잘한 것"이라며 "국회 안이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당 상무위원회의서 '나를 밟고 가라'라고 크게 쓴 자한당의 플래카드에 대해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의원들, 저희는 그곳을 밟고 가지 않습니다. 그분들을 피해서 본회의장으로 자알~ 들어갈 것"이라고 말해 주위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농성투쟁의 선배로서' 뼈있는 한마디를 더 던졌다.

"수십 년 농성투쟁을 해왔던 당사자로서, 또 선배로서 말씀드립니다. 농성 거점은 함부로 그렇게 이리저리 옮기는 것이 아닙니다. 청와대에 갔다가, 국회 앞에 왔다가, 다시 국회 로텐더홀로 옮겨 가는 것은 정상적인 농성이 아님을 가르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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