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문×고희안 ego project

'Ego project' 앙코르 곡 사진_고희안 재즈피아니스트, 이희문 소리꾼(의상은 'PUSH BUTTON' 박승건 디자이너가 모두 디렉팅한 작품이다) /ⓒAejin Kwoun
'Ego project'  사진_고희안 재즈피아니스트, 이희문 소리꾼(의상은 'PUSH BUTTON' 박승건 디자이너가 모두 디렉팅한 작품이다) | 개구진 미국의 신문팔이 소년을 연상시키는 복장의 재즈피아니스트 고희안과 패치워크가 앞뒤로 다른 펑키한 믹스매치 복장과 빨간 썬그라스와 녹색 긴 장갑, 노란 가발의 이희문 소리꾼의 등장부터 ‘ego project’의 시작은 화려하기 그지없었다. /ⓒAejin Kwoun

[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파격적인 의상과 독특한 퍼포먼스를 펼치며 B급 국악을 표방하는 소리꾼 이희문과 재즈피아니스트 고희안의 즐거운 소리놀음, <이희문×고희안 ego project>가 지난 6일부터 7일까지 신촌문화발전소 소극장에서 여러 해 동안 함께 무대를 만들어 온 호흡을 멋들어지게 뽐내며 3번의 아쉬운 공연을 마쳤다.

'Ego project'가 열린 신촌문화발전소 소극장은 살롱을 연상시키는 아늑한 공간이였다. /ⓒAejin Kwoun
'Ego project'가 열린 신촌문화발전소 소극장은 희뿌연 담배연기가 가득할 것만 같은 살롱을 연상시키는 아늑한 공간이였다. /ⓒAejin Kwoun

민요와 재즈피아노의 앙상블의 첫 곡은 서북지방 민요 “영변가(寧邊歌)”였다. 다른 지방의 민요에 비해 미묘한 장식음(시김새)을 사용하여 끙끙 앓는 듯 하면서 흐느끼는 듯하고, 높이 질러냈다가 밑으로 슬슬 내려오는 하행선율진행이 많아서 주로 장구 하나만으로 반주를 하며 악보로 옮기기도 어려운 서도민요(‘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참조)가 재즈와 이희문 소리꾼의 짙고 처연한 음색과 만나 우리 판소리와 재즈의 애절함이 절묘함을 이루며 관객들을 그들만의 매력에 담뿍 빠지게 만들었다.

이희문 소리꾼은 “재즈 그리고 민요 모두 ‘즉흥성’이라는 공통점도 있겠지만, ‘민요’는 요즘 제비가 잘 안 보이게 된 것처럼 민요도 이제 그런 존재가 되어버렸다.”며 우리 전통음악인 민요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Ego project'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는 이희문 소리꾼(의상은 'PUSH BUTTON' 박승건 디자이너가 모두 디렉팅한 작품이다) /ⓒAejin Kwoun
'Ego project'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는 이희문 소리꾼(의상은 'PUSH BUTTON' 박승건 디자이너가 모두 디렉팅한 작품이다) | “제도권에 들어가면서 어렵고 위엄 있고 격이 있어지면서, 대중으로부터 멀어진 민요를 B급으로 낮추면서 대중과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  /ⓒAejin Kwoun
'Ego project' 앙코르 곡을 연주중인 재즈피아니스트 고희안(의상은 'PUSH BUTTON' 박승건 디자이너가 모두 디렉팅한 작품이다) /ⓒAejin Kwoun
'Ego project' 앙코르 곡을 연주중인 재즈피아니스트 고희안(의상은 'PUSH BUTTON' 박승건 디자이너가 모두 디렉팅한 작품이다) | "(저를)C급으로 낮추고 있는 중이기에,  B급 아티스트를 만나 다행이다.“ ⓒAejin Kwoun

“‘재즈’를 생각하면 드라마 속 잘 생기고 사연 있는 재벌2세나 분위기 좋은 바를 보통 떠올릴 테지만, 사실 재즈는 흑인음악이다. 솔직한, 어떤 악기로 연주를 해도 그냥 편하게 마음껏 춤을 추게 하기 위한 곡인 재즈의 비트에 맞춰 관객들이 신나게 움직여 주길 바란다.”며 스캣과 박수 치는 타이밍까지 친절하게 알려주는 고희안 재즈피아니스트의 연주는 관객들의 재즈에 대한 인식을 바꿔주는 듯 했다.

두 번째로 들려 준 “산염불(山念佛)”은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민요록밴드 ‘씽씽(SsingSsing)’ 여자싱어 추다혜가 했던 노래를 눈앞에서 이희문 소리꾼이 직접 부르는 노래를 듣는다는 사실만으로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앞으로 재즈 연주를 들을 때 맘껏 박수치고 춤추길 바란다며 들려준, 우리 귀에 익숙한 스팅의 OST “The Entertainer(1903)”는 초기 재즈가 블루스와 결합할 시절의 음악으로 당시 재즈피아니스트는 잘 웃기고, 노래도 잘하고, 피아노도 잘치고, 관객도 잘 흥분시키는 만능 엔터테이너였다는 설명을 들려주며 재즈에 대한 친숙도를 올려주었다.

소리꾼 이희문이 들려준 팝송,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속 카페에 등장했던 Cole Porter가 작사・작곡한 “Let’s Do It, Let’s Fall in Love”의 음색은 1980년대 파리에서 멋들어지고 오색찬란한 두루마기를 걸친 그가 걸어 다니며 부를 것 같은 상상을 하게 만들었다.

피아노에 기대어 갈 수 밖에 없는 곡이라는 설명으로 시작하던, 기교적이고 예술화되어 오늘날에 이른 서도 통속민요 “도화타령 + fever(Eva Cassidy ‘The Other Side(1992)’)”는 소리꾼 이희문이 ‘피버도화’라 부르게 되었다 할 정도로, 두 곡이 합쳐졌음에도 원래 한 곡이었나 싶은 정도로 아름다운 어울림을 들려주었다.

하늘에 제사 지내고 지신(지신)에게 풍년과 액운이 없기를 빌면서 끈질기게 살아온 함경도 전역과 평안남도 안주 지방 사람들의 삶의 애환이 깊이 깃든 서도지방민요 “애원송(哀怨聲)”의 슬픈 의미를 가진 가사는 ‘ego project’의 흥겹고 리드미컬한 연주와 음색으로 재탄생되었다.

‘ego project’ 첫 번째 게스트는 이희문 소리꾼의 20년 되는 절친 이자 패션디자이너 박승건 실장(PUSH BUTTON)이었다. 그는 2009년 이태원 작은 가게에서 시작하여 이제는 서울 패션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성장하여 미국, 홍콩, 프랑스, 영국 등의 글로벌 편집숍에 입점하고 10꼬르소꼬모, 라네즈, 라인 등 굵직한 브랜드와 협업해 온 베테랑이면서도 국내 어떤 신예 디자이너보다 생기발랄하고 통통 튀는 디자인의 의상을 보여주고 있다.(디자인프레스 에디터 개화기소녀 ‘푸시버튼을 이끄는 박승건’ 참조) 그는 1996년 1집 앨범 <꿈을 찾아서>를 발매했었을 만큼 노래 실력도 뛰어난 팔방미인이다. 이희문 소리꾼의 젠더리스한 의상과 고희안 재즈피아니스트의 톰보이스런 의상 모두 그의 작품이다.

신성우의 “서시“를 부끄러움 가득한 얼굴로 멋지게 소화한 박승건 디자이너의 귀에 착 감기는 음색은 매력이 가득했다. 그리고 이희문 소리꾼과 박승건 디자이너의 듀엣, 김치캣의 “검은상처의 부루스”는 이희문 소리꾼의 음색과 트로트 창법이 오묘하게 배어나오는 박승건 디자이너의 음색과 재즈피아노가 아름답게 어우러지며, Sil Ausin의 연주곡 ‘Broken promises’ 색소폰 연주의 기억을 덮을 만치 아름다운 화음을 보여주었다.

‘유기견을 의인화 하여 부른 노래’라는 설명 그리고 20년간 절친 으로 지내는 동안 다퉜던 기억들을 담아 박승건 디자이너가 마음을 담아 불러준 이적의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은 가사 하나하나 집중해서 들으며 안타까운 마음에 젖기도 하였으며, 콘티에는 없었던 고희안 재즈피아니스트가 딸에게 들려주던 연주와 노래는 달콤함을 선사하기도 했다.

마지막 곡은 윤복희의 “여러분”이었다. 이희문 소리꾼과 박승건 디자이너는 서로의 이름을 노래 가사에 담으며 위트를 함께 주고받으며 환상의 호흡을 들려주었다. ‘이고 프로젝트’의 첫날 앙코르 곡은 박해미의 “진짜진짜 좋아해”와 양수경의 “바라볼 수 없는 그대”로 진한 향수에 빠져들게 하며,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Ego Project 사진_고희안 재즈피아니스트, 박승건 패션디자이너, 이희문 소리꾼(의상은 'PUSH BUTTON' 박승건 디자이너가 모두 디렉팅한 작품이다) /ⓒAejin Kwoun
'Ego Project 앙코르 공연 사진_고희안 재즈피아니스트, 박승건 패션디자이너, 이희문 소리꾼(의상은 'PUSH BUTTON' 박승건 디자이너가 모두 디렉팅한 작품이다) /ⓒAejin Kwoun

민요를 전공했던 이희문 소리꾼이 부르는 민요와 재즈의 만남 뿐 아니라 쉽게 듣기 어려울 그가 부르는 팝송과 가요까지 맘껏 들어볼 수 있었던 <이희문×고희안 ego project>는 소리꾼 이희문의 또 다른 매력을 볼 수 있는 너무나 소중한 자리였다. 그들의 연주와 음색을 음반으로 만나 어디서든 다시 들어보길 간절히 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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