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산 김덕권 칼럼] 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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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김덕권 칼럼] 구설
  • 김덕권
  • 승인 2017.07.17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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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설

 

 

▲ 김덕권 전 원불교문인협회장,,칼럼니스트구설(口舌)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공연히 사람들과 시비하거나 헐뜯는다는 말이지요. 요즘 뉴스를 보면 참 많은 사람 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구설수(口舌數)’에 오르고 있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 짝이 없습니다.

 

<잡오행서(雜五行書)>에 구설을 ‘집 서쪽에 재(梓)나무와 추(楸)나무를 각각 다섯 그루씩 심으면 자손을 효성스럽고 유순하게 하며 구설이 없어진다.’고 부정적인 뜻으로 쓰고 있습니다.(舍西梓楸各五根,令子孝,口舌消也.)

 

하지만 원래는 꼭 부정적인 뜻만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고려사(高麗史)> ‘권제94,’ ‘서희’에 보면 장영이 돌아와 성종이 군신을 모아 묻기를, “누가 능히 거란의 진영에 가서 구설로써 군사를 물리쳐 만세의 공을 세우겠느냐?”하니, 군신이 응하는 자가 없는데, 서희가 홀로 아뢰기를, “신이 비록 불민하오나 감히 명령대로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瑩還 成宗會群臣問曰 誰能往契丹營 以口舌却兵 立萬世之功乎 群臣無有應者 熙獨奏曰 臣雖不敏 敢不惟命) 하였다는 구절이 나옵니다.

 

이렇게 구설은 긍정적인 뜻으로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한국고전용어사전’에서는 구설을 ‘뛰어난 언변’이라고 정의내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본래 긍정의 뜻도 포함됐지만, 이제는 구설이 부정적인 뜻으로 많이 쓰이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혀 설(舌)자는 입(口)에서 혀가 튀어나온 모양(千)을 나타낸 글자입니다. 그러니까 혀는 몸에 지니고 있는 칼이지요. 이것이 남을 공격하는 용도로도 쓰이고도 있지만 오히려 자기 몸을 해치는데 쓰이고 있는 것입니다.

 

말은 하다보면 의도하지 않게 구설에 빠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구설에 셈 수(數), 즉 운명 수자를 붙여서 ‘구설수’라 하여 남과 시비하거나 남에게서 헐뜯는 말을 듣게 될 운수, 말을 잘못해서 어려운 일을 겪는 것을 말합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사람이 살면서 말을 하지 않고서야 살 수 없습니다. 그러나 공연히 안 해도 될 쓸데없는 말로 남의 원한(怨恨)을 사거나 원망(怨望)을 부르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렇게 입을 함부로 놀리면, 이 쓸데없는 말들이 남을 베고, 나를 베는 칼이 되어 돌아오는 것입니다.

 

요즘 날씨가 무더워서 그런지 막말로 구설에 오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민주당의 추미애 대표는 “국민의당 자체 진상조사에서 ‘이유미 씨 단독 범행’으로 꼬리 자르기를 했지만, 당시 선대위원장이었던 박지원 전 대표와 대통령 후보였던 안철수 전 의원이 몰랐다고 하는 건 머리 자르기”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자 국민의당이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막말”이라며 “추 대표가 사퇴나 사과 등 납득할 만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이후 국회 운영에 협조할 수 없다”고 구설을 자초한 것입니다.

 

그리고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지난 대선 기간에 “결혼을 반대한 장인에게 한이 맺혀 26년 동안 집에 못 오게 하고, 용돈은 장모한테만 주면서 ”영감탱이한테는 주지 말라”고 하고, 장인이 돌아가시기 며칠 전에 당신이 잘못했다고 사과하자 “잘못한 줄 이제 아셨냐?”

 

홍준표 대표의 막말을 들으면 마치 제가 들은 것처럼 가슴이 아픕니다. 마치 자신은 늙지 않을 것 같이 막말을 합니말입니다. 어느 기자한테는 “그걸 왜 물어, 너 그러다가 진짜 맞는 수가 있다. 버릇없게” 라고 내뱉고,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자기 대장이 뇌물 먹고 자살한 사람 아니냐?”

 

요즘 국민의 당 수석부대표인 이언주의원의 막말 또한 보통이 아닙니다. 사과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식을 줄 모르는 구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SBS의 보도에 따르면 이 의원은 비정규직 파업에 관한 견해를 묻는 기자의 물음에 파업 노동자들을 ‘미친놈들’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또 급식 조리종사자들에 대해 “아무 것도 아니다. 그냥 급식소에서 밥 하는 아줌마들이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SBS 보도는 “밥하는 아줌마가 왜 정규직화가 돼야 하냐?”며 “그냥 동네 아줌마들이다. 옛날 같으면 그냥 조금만 교육시켜서 시키면 된다.”고 말한 이 의원의 막말을 전하고 있습니다. 이런 정도의 인간들이 이 나라의 국정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에 정국이 꽉 막히고 나라의 발전이 늦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요?

 

우리도 입을 잘못 놀리면 구설에 오를 수 있습니다. 구설에 대처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몇 가지 방법을 한 번 알아봅니다.

 

첫째, 타인의 구설수를 들었을 때입니다.

누군가의 험담을 들었을 때, 그 험담을 당사자에게 옮겨 주면 안 됩니다. 전해들은 당사자는 일단 화가 날 것이고, 험담을 시작한 사람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갖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자기 안에서 삭여 없애는 것이 성숙한 사람의 처신이고 예의입니다.

 

둘째, 구설수의 주인공이 되었을 때입니다.

구설수의 주인공이 되었을 때는 큰 배포를 갖고 의연하게 때를 기다릴 줄 알아야 합니다. 당장에 시시비비를 가리려 하면 소문은 더 걷잡을 수 없는 괴물로 자라날 뿐입니다. 더욱이 정치적인 목적을 갖고 있는 구설수에 ‘맞불’ 작전으로 나가는 것은 금물입니다.

 

셋째, 사람 사는 세상에 구설수 없기를 바라지 않는 것입니다.

차라리 '구설수는 성공의 동반자' 쯤으로 인식하고 큰 생각, 큰 배포로 넘기면서 처신 관리에 더욱 신경을 쓰는 것입니다. 그리고 ‘세치 혀의 무서움’을 마음 깊이 새기고 타인의 구설수에 동참하지 않도록 자신을 다스리고 또 다스려야 합니다.

 

구설수에 대처하는 자세에 요령이란 없습니다. 우직하다 싶을 만큼 정도(正道)를 지키는 것, 그 길만이 구설수의 공격에 살아남는 최선의 생존법칙이기 때문이지요. 내가 구설수에 올랐다 하더라도 절대 흥분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해명하려고 적극 나서는 일은 절대 금물입니다. 구설이나 스캔들은 건드리면 건드릴수록 걷잡을 수 없게 커지는 성질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저 구설수가 제 풀에 꺾일 때까지 조용히 기다리는 것이 구설을 막는 최선이자 최고의 방법이 아닐 런지요!

 

단기 4350년, 불기 2561년, 서기 2017년, 원기 102년 7월 17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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