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하우스제55회

방문

좀 안쪽으로 다가가니 각자의 테이블 위에서 여러 소년과 소녀들이 학습을 하고 있는 듯했다.
자원봉사자처럼 보이는 대학생들이 일대일로 개인적으로 붙어서 공부를 가르치고 있었다.
그들은 지선에게 눈으로 인사하며 하던 일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쪽에서 갑자기 악을 쓰는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고통스런 신음소리였다.
“조금만… 더….”
“아이고 아파….”

지선은 성폭력으로 망가진 소녀의 하체치료를 위해 쑥찜질을 하고 있다고 조용하게 말해 주었다.
여기에 모인 청소년들은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들이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까 눈에 멍든 학생은 난폭한 아버지가 술만 먹으면 무참하게 폭력을 행사하여 다리가 부러져 치료 중이고 멍이 든 것도 벌써 오래 되어서 완치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런 청소년을 수용하여 돌봐주는 것, 극히 소수일 뿐이죠!”
“어린이들을 성폭력하고 살인하는 사회! 정말 무섭고도 떨리는 일이죠.
우리가 뒤치다꺼리를 하며 이들을 돌보는 것보다 더 이상 이런 문제들이 발생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죠.
사회적, 국가적 차원에서 대책을 세우는 적극성이 필요합니다.
범죄자들을 보면 모두 파괴된 가정의 아이들이죠.
그런 가정에서〈싸이코 페스〉의 비정상적인 인격들이 출현하는 현상이니까요!”


지선은 한숨을 쉬며 끝없이 아득한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지쳐있는 표정이었다.
학생들은 한 오십 명 정도가 이곳에서 보살핌과 양육을 받고 있지만 실제로 사회에 버려져서 방치된 아이들은 수없이 많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장차 그 아이들이 사회의 암적 존재가 될 것이고 우리는 그들의 범죄로 시달림을 받아야 하고….”
“사랑받지 못했으니 악만 남아서 그렇겠죠!”
그 아이들이 거리에 나가 사람들의 가방을 낚아채서 그 돈으로 연명하기도 하고, 성폭력 등, 반사회적 행동에 얽히어 있다고도 했다.
부모에 대한 배신과 사회에 대한 저주, 냉소 등 아이들의 가슴에 적개심이 가득 차 있어 지도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함부로 말하고 흡연으로 벌써 반은 몸이 망가져 있고 적개심으로 불타 총으로 누군가를 쏴 죽이고픈 마음 상태였다.
그 아이들은 자신의 부모를 싫어하고 욕했다.

집에 들어오면 무관심이고, 서로 애인을 두고 바람을 피우고 자식들이야 어찌되든 상관하지 않았다.
뭐든지 돈으로 해결해버리려고 했고 사회의 지식인이지만 너무도 본받을 게 하나도 없다고 쏟아냈다.
마침내 마음 둘 곳이 없어 가출하여 전전하였던 아이들이었다.
처음에 지선도 남편이 시작한 이 운동에 냉소적이고 절망적이었다.
“당신이 나선다고 뭐가 변화되나요? 다 헛것이란 말이에요. 이것은 사회적 근본적인 문제라서 그것을 손대는 것도 너무 멀고 험악하고….”
“그러니까 우리는 더욱 헌신해야 하오. 잘못 심은 부모의 도덕적 문제는 그 자녀들에게 똑 같은 악순환과 모순을 낳는 일이오. 우리가 하는 이 모델하우스 운동을 통해서 한 나라의 대통령을 키워내기도 할 수 있단 말이오. 만일 그 아이들을 방치하면 대통령도 서슴치 않고 살해하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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