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신고자는 부모가 18.9%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교직원(14.2%), 사회복지 관련 종사자(13.4%) 순이었다.

 

피해 아동 13세 이하가 67%, 학대자 84%는 친부모, 지난해 경기도 내에서 발생한 아동학대가 4천여 건으로, 전년보다 46%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경기도가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지역사회 협력체계 구축을 위해 개최한 세미나에서 김미호 경기도 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이 발표한 도내 아동학대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이나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에 신고된 아동학대 의심 신고는 5천949건이며, 이 중 72.9%인 4천338건이 학대로 판정됐다.

지난해 10월 전남 목포시에서 발생한 A 군(6) 아동학대 사건 때 경찰의 무성의한 대응이 문제가 됐지만 정작 징계는 하위직 경찰관 한 명 전보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끔찍한 폭행과 무관심 속에 여섯 살 어린이가 한쪽 눈을 실명하는 등 영구 장애까지 입었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20일 전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목포경찰서는 19일 A 군의 학대 가능성을 제기하는 수사요청서를 받고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는 이유로 B 경사를 보직 이동시켰다. 그리고 나머지 직원을 상대로 ‘특별교양’ 교육을 하기로 결정했다.

경찰의 조치가 알려지자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아동학대피해가족협의회는 “학대가 의심된다는 의료진의 신고를 받고도 수사에 착수하지 않은 다른 경찰관들의 조사가 소홀하게 이뤄졌다”며 “A 군이 가족도 없이 홀로 남은 상태라 경찰이 소극적인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앞서 광주동부경찰서는 지난해 9월 의료진의 신고를 받은 뒤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는 문서와 전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7차례에 걸쳐 관할 목포경찰서에 보냈다. 그러나 목포경찰서는 A 군 사례를 조사한 광주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부터 ‘학대가 아닌 것 같다’는 의견을 전달받은 뒤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수사 중단 직후인 같은 해 10월 6일과 20일 A 군은 친모 최모 씨(35·구속 기소)의 동거남 이모 씨(27·구속 기소)로부터 참혹한 폭행을 당했다. 최 씨의 방치까지 겹치면서 A 군은 한쪽 눈을 잃었고 고환 제거, 양팔과 다리 골절 등의 중상을 입었다.

시민단체들은 국회에 A 군 사건의 전면적인 진상조사를 건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경찰은 20일 뒤늦게 정식 감찰에 나섰다. 목포경찰서 관계자는 “감찰 조사를 시작한 만큼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과정에 대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경찰청도 의료기관이 아동학대 의심신고를 하면 반드시 내사나 수사에 착수하라는 지침을 이날 전국 경찰에 내려보냈다. 또 A 군 사건과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이 반드시 동행해서 조사 현장에 출동하고 합동회의를 여는 등 협력체계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A 군은 이 씨로부터 폭행당할 때 눈물은커녕 비명도 지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등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20일 이 씨가 가장 심하게 폭행할 때도 A 군은 소리조차 전혀 내지 않았다. 혹시 자신이 비명을 질렀을 때 이 씨가 엄마를 때릴 수도 있다는 걱정이 들어서다. A 군은 이달 열린 재판에서도 “삼촌(이 씨)이 많이 때렸다”고 말하면서도 “엄마한테는 (걱정할까 봐) 맞았다는 말을 못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마지막 폭행 후 9개월 가까이 지났지만 여전히 A 군의 몸 상태는 불안하다. 몸에 열이 약간이라도 있으면 대형 병원으로 옮겨진다. 간과 담도관 손상이 워낙 커 후유증이 우려돼서다. 실명한 눈에 염증이 생겨 의안을 교체하는 등 치료도 받아야 한다. A 군 주치의인 한석주 연세대 의대 교수(57)는 “A 군은 일반인이 평생 다칠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상처를 입었다”며 “다행히 수술이 잘돼 현재까지 특별한 후유증이 없지만 앞으로 긴장을 놓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특히 A 군의 정신적 상처를 걱정했다. 그는 “A 군이 처음에 유난히 활기차게 행동한 건 의지할 곳 없는 상황에서 처음 본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려던 것”이라며 “A 군 마음의 상처는 평생 치유해야 한다”고 했다.

다행히 A 군은 최근 어린이집에 다시 가고 일주일에 한 번 자신을 돌보는 생활지도사와 함께 키즈카페도 가는 등 조금씩 안정을 되찾고 있다.

하지만 A 군의 미래는 여전히 불안하다. 광주지검 목포지청은 최 씨의 친권 상실을 법원에 청구한 상태다. 친권 상실 여부는 27일 1심 선고 후 결정된다. A 군을 맡아 키울 친인척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친권 상실이 이뤄지면 사회복지시설이나 위탁가정에서 생활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학대 판정 4천338건의 피해 아동을 연령별로 보면 0∼6세가 26.1%(1천133명), 7∼12세가 40.5%(1천758명), 13세 이상이 33.4%(1천447명)이었다.

학대 행위자는 친부모가 83.9%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나머지는 계부모 또는 양부모(5.0%), 친인척(3.8%), 보육교사·복지시설종사자·교원·유치원교사 등 기타(7.3%)였다. 

학대 신고자는 부모가 18.9%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교직원(14.2%), 사회복지 관련 종사자(13.4%) 순이었다.

피해 아동의 74%는 원가정에서 보호하고, 19%는 시설 등에 분리 보호했으며, 6%는 일시 분리 보호 후 원가정에 복귀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시군별 신고 건수는 안산이 713건(12.0%)으로 가장 많았으며, 수원(327건), 성남(300건), 부천(291건), 용인(277건), 화성(239건)이 뒤를 이었다.

김 관장은 "2014년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된 이후 아동학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최근 전국적으로 이목을 집중시킨 아동학대 사건들이 이어지면서 시민들의 신고의식이 높아져 학대신고 건수가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학대 예방 등 아동복지와 관련한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단체들이 많이 늘어난 것도 학대신고 건수 증가의 한 원인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수원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이순희 도의원은 시군별 아동보호전문기관 설치 의무화를, 김형모 경기대 교수는 신고전화 112로 일원화 및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인력 확대·전문성 강화를 제안했다.

강득구 도 연정부지사는 인사말을 통해 "아동학대를 막아 아이들이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성장하도록 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자 과제"라며 "세미나에서 나온 제안들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아동학대 없는 사회를 만들자"고 말했다.

sharp229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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