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23일 본회의를 열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여야 협의체의 개정안에 반대하며 협상을 거부해온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크게 반발하며 곧바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에 들어갔다. 한국당 의원들은 상정 직전까지 의원 발언대 앞에 둘러선 채 '의회 독재' 같은 구호를 외치다가 상정 직후에는 문희상 국회의장을 '날강도'라고 부르며 거칠게 항의하기도 했다. 선거법 개정안은 25일 의사일정이 끝나는 이번 임시회 회기 안에 본회의 문턱을 넘기는 힘들 전망이다. 그러나 국회법상 필리버스터에 한 번 걸린 안건은 다음 본회의 땐 표결에 부쳐지기 때문에, 이후 열릴 임시회 본회의에서는 처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본회의 상정은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이날 오전 석패율제 도입 철회에 합의하며 단일한 개정안을 극적으로 마련한 데 따른 것이다. 석패율제는 애초 4+1이 지난 4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올린 선거법 개정 원안에는 포함됐던 제도다. 6개 권역별로 지역구 선거구에서 아깝게 낙선한 후보 2명씩을 비례대표로 구제한다는 게 골자였다. 민주당은 그러나, 석패율제가 도입되면 위협적 경쟁 정당 후보들의 완주 경향이 두드러져 자당의 총득표 전략에 불리할 것으로 보고 이를 반대했다. 준연동형(연동률 50%)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그러잖아도 자당의 비례대표 의석수가 감소할 판이니 추가 의석수 감소 가능성이 두려웠을 것이다. 민주당이 완강하게 버티자 3+1은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하여 민주당에 수용을 촉구한 이 제도를 포기함으로써 양측이 가까스로 타협에 이르게 된 셈이다.'

넉 달도 안 남은 내년 4월 총선 일정과, 대화와 타협이라는 의회주의 원칙을 고려할 때 단일안 도출은 의미 있는 성과다. 하지만 정당 지지에 비례하는 총의석수 배분 취지를 살리면 살릴수록 좋은 것이 선거제도라고 본다면 타협안은 원안에서 지나치게 후퇴한 느낌이다. 우선 비례대표 총의석수가 47석으로 또 줄었다. 원안에선 75석이었던 것이 돌고 돌아 현행 비례의석수로 회귀한 것이다. 100%를 적용하고 초과의석까지 인정해야 제도 도입의 의미가 온전히 살게 되는 연동률의 50% 반영 결정도 애당초 논란이었지만, 연동되는 비례의석수를 47석 전체로 하지 않고 그중 30석으로 제한한 것도 마찬가지다. 어느 모로 보나 단일안 성안 과정은 민주당이 소수정당들의 양보를 더 얻어내는 양상을 띠었다고 봐야 한다. 소수당들의 원내 진출 확대라는 선거법 개정 효과는 그만큼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역대 처음으로 정당 지지에 총의석수 배분을 연동하는 개념을 선거법에 도입하고 미래의 더 나은 발전을 기약할 토대를 확보한 것은 큰 의의가 있다.'

남은 문제는 한국당까지 가세한 최종안 마련 여부와, 이의 불발 시 처리 방식이다. 필리버스터를 개시한 한국당은 여전히 결사반대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4+1 단일안 수준이면 크게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일각의 분석이 있지만, 연동형 도입 자체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필리버스터 등 진행 과정에서 끝까지 한국당과 협상하고 합의하려고 노력하겠다고 했다. 선거법은 합의 처리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판단하에 이 원내대표는 약속을 실천하길 바란다. 한국당 역시 자당을 제외한 원내 다수 세력의 합의를 존중하고 막판 대반전의 타협을 꾀하길 기대한다. 4+1 협의체에 함께하는 소수당들을 여당의 2, 3, 4중대라고 부르며 들러리 군소정당 정도로 취급하는 것은 제1야당의 오만과 무능을 증명할 뿐이다. 이제 한국당은 4+1이 가까스로 합의한 단일안을 전면 폐기하긴 어렵다는 점, 자당이 끝까지 타협을 배척해 모두가 합의 처리하는 길이 막히면 다수결 외 달리 처리할 방법이 없다는 점을 두루 고민할 때다. 총선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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