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사흘째 '선거법 필리버스터'
기동민 "연말연시지만 개혁 방치 못 해"…이정미 "선거법 개정, 노회찬 정신"
전희경 "30년 정치인생 반추하라" 비판에 文의장 "국회법 어긴 적 없다" 발끈

국회는 성탄절인 25일에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계속했다.

선거제 개혁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등 패스트트랙 법안을 둘러싼 여야의 치열한 공방은 사흘째인 성탄절 새벽까지도 멈추지 않고 이어졌다.'

휴식 마친 문희상 국회의장 = 24일 오후 문희상 국회의장이 휴식을 마친 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의 무제한 토론이 진행되는 국회 본회의장으로 돌아와 주승용 국회 부의장과 교대하고 있다. 2019.12.24
휴식 마친 문희상 국회의장 = 24일 오후 문희상 국회의장이 휴식을 마친 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의 무제한 토론이 진행되는 국회 본회의장으로 돌아와 주승용 국회 부의장과 교대하고 있다. 2019.12.24

전날 저녁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에 대응해 '찬성 토론' 주자로 나선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성탄절을 맞아 국민께 선물을 드려야 하는데, 이런 모습으로 인사드리게 돼 집권여당 의원으로서 송구스럽다"며 입을 열었다.

기 의원은 "선거법 개정안을 반드시 처리하고,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안을 통과 시켜 검찰개혁을 완수해야 한다는 국민 주문이 있다"면서 "연말연시 이런 모습이 송구스럽지만, 이 문제를 방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29일 한국당이 패스트트랙 저지 전략의 일환으로 본회의 안건이던 민생법안 199건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것을 거론, "어떻게 피도 눈물도 없는, 국민을 대상으로 한 잔인하고 가혹한 정치테러를 할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기 의원은 약 2시간 40분간 발언했다.'

잠시 대화하는 문희상과 전희경= 문희상 국회의장이 2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선거법 개정안에 반대하며 무제한 토론을 이어가는 자유한국당 전희경 의원과 잠시 대화하고 있다. 2019.12.25
잠시 대화하는 문희상과 전희경= 문희상 국회의장이 2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선거법 개정안에 반대하며 무제한 토론을 이어가는 자유한국당 전희경 의원과 잠시 대화하고 있다. 2019.12.25

이어 반대토론을 시작한 한국당 전희경 의원은 문희상 국회의장의 의사진행에 대한 비난으로 포문을 열었다. 그는 "이러시자고 30년 세월을 정치했나. 패스트트랙 과정마다 법은 뭉개졌고, 그 중심에 의장이 있었다"며 "정치인생을 반추하라"고 쏘아붙였다.

전 의원이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자 문 의장도 발끈한 듯 언쟁을 주고받기도 했다.

전 의원이 민주당의 '찬성 토론'을 문제 삼으며 "계속 받아줄 겁니까"라고 거듭 묻자 문 의장은 "그냥 토론하라, 아니면 그만두라"라며 "말씀을 너무 잘해서 잘 듣고 있고 이해하고 있다. 아주 부럽다"라고 받아넘겼다.

이에 전 의원이 '국회법 위반'을 지적하자 문 의장은 "국회법을 한 번도 어긴 적이 없다"며 "질문에 답변할 의무가 없다. 토론을 계속하라"고 했다.

이 과정에 한국당 의석 쪽에서 반말투의 항의가 터져 나오자 문 의장은 "지금 뭐라고 하셨나. '야'라고 하시면 안 된다"라고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자 전 의원은 "법이 유린당하는 현장에서 웬 반말 타령들을 하시나. 다들 한가하다"라고 비아냥거렸다.

전 의원은 "정말 '메리 크리스마스'를 하고 싶다. 국민이 기쁘게 외칠 수 있는 크리스마스를 선사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의 발언은 3시간 41분간 이어졌다.'

이정미 의원 "6411초 동안 찬성 토론할 것"=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무제한 토론을 하고 있다. 2019.12.25
이정미 의원 "6411초 동안 찬성 토론할 것"=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무제한 토론을 하고 있다. 2019.12.25

이어 단상에 오른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토론을 시작하면서 "6천411초(1시간 46분 51초) 동안 필리버스터를 하겠다"고 예고했다.

 '6411'은 고(故) 노회찬 의원이 2012년 진보정의당 당 대표 선거 당시 수락연설에서 언급한 '6411번 버스'를 가리키는 것이다. 꼭두새벽부터 버스에 몸을 싣고 일터로 나가는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과 포용을 촉구하는 '상징'으로 자리 잡은 숫자를 통해 자신의 발언에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이 의원은 노 의원의 당시 연설문을 읽은 후 "우리가 왜 선거법을 개정해야 하는지, 이 연설문에 고스란히 담겨있는 노회찬 정신 속에 여러분께 말씀을 시작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또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패스트트랙 법안이 빨리 강행 처리돼 통과되길 바라고 있을 것이다. '국회가 한국당을 핍박한다'며 지지층을 결집시켜 총선을 돌파하는 것만 생각하고 계신 분"이라고 지적하며 그의 장외투쟁 노선을 비판했다.

이 의원은 또 선거법 상정 과정에서 한국당 의원들이 의장석을 둘러싸고 격렬하게 항의한 것에 대해 "검찰은 내일이라도 국회선진화법을 짓밟은 한국당 범죄를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의원에 이어 민주당 홍익표·한국당 박대출 의원 등 순서로 무제한 토론이 이어질 예정이다.

텅 빈 본회의장서 '무제한토론'은 계속=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가 계속된 24일 새벽 2시 20분께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이 텅 빈 본회의장서 '무제한 토론'을 하는 모습
텅 빈 본회의장서 '무제한토론'은 계속=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가 계속된 24일 새벽 2시 20분께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이 텅 빈 본회의장서 '무제한 토론'을 하는 모습

▶ 여야 사흘째 '선거법 필리버스터'…밤 12시 무제한 토론 종료

국회는 성탄절인 25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사흘째 이어간다.

이번 임시국회 회기는 이날 밤 12시로 종료되며, 자유한국당이 선거법에 신청한 무제한 토론도 국회법에 따라 이때 자동으로 종결된다.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26일 새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한 데 따라 이르면 이날 선거법 표결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선거법 수정안을 함께 마련한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의결정족수(148석)을 넘기는 의석을 확보한 만큼, 표결시 법안 통과가 전망된다.

민주당은 이어 또 다른 패스트트랙 법안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등 검찰개혁 법안을 상정할 예정이며, 한국당은 또다시 필리버스터로 저지에 나설 방침이어서 국회 대치 상황은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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