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판 블랙리스트'가 26일 확인됐다. 삼성이 진보성향 시민단체를 '불온단체'로 분류하고 임직원들이 이들 단체에 후원했는지를 파악해 관리해 왔다는 내용이다. 

임직원들의 동의 없이, 소득공제를 받기 위해 제출하는 연말정산 자료를 무단으로 열람하고 직접 관리해 왔다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날 '한겨레 신문'에 따르면 삼성은 계열사 20여 곳의 일반 직원까지 사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주도한 곳은 노조 와해 컨트롤타워였던 삼성 '미래전략실'로 2013년경 '불온단체 기부금 공제 내역 결과' 등을 문건으로 만든 것이다.

삼성 미래전략실이 기부금 내용을 살펴본 계열사는 삼성중공업,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을 포함해 심지어 삼성경제연구소와 삼성의료원 같은 병원도 포함되어 있었다.

기부금 납입 사실이 확인된 임직원의 기부액, 직급, 최종학력, 최종학교 등의 개인정보를 함께 기재해 삼성이 이른바 불온단체라고 칭한 단체에 후원한 386명의 명단을 만들어  특별관리 대상에 올렸다.

삼성이 불온단체로 선정한 곳은 환경운동연합과 민족문제연구소,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한국여성민우회, 통합진보당 등 진보성향으로 분류되는 시민단체와 정당 11곳으로, ‘6월 민주항쟁’의 성지인 향린교회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방위적인 삼성의 임직원 개인정보 무단 열람 사실이 알려진 건 지난 4월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재판을 통해서였다. 검찰은 법정에서 미전실이 노조원뿐 아니라 일반 직원들의 개인정보도 광범위하게 불법적으로 수집했다며 ‘불온단체 기부금 공제 내역 결과’ 등의 문건을 공개했다.

2013년 작성된 문건에는 20여 개 계열사 직원 가운데 270명이 불온단체를 후원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비슷한 자료가 에버랜드 노조파괴 재판에도 제출됐는데, ‘2013년 5월 28일 기부금 확인 결과’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불온단체를 후원하는 삼성물산 등 16개 계열사 임직원 116명의 명단이 나열돼 있었다.

기부금 문건은 삼성이 노조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광범위하게 직원들을 사찰했다는 방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매체가 확보한 문건에는, 삼성이 진보 시민단체를 바라보는 시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진보적 가치를 추구하는 시민단체를 ‘불온’세력이라 규정하고, 이들 단체를 후원하는 직원을 감시하는 일을 ‘노사업무의 일환’으로 본 것이다.

이런 해당 사실이 밝혀지자 일각에서는 세계적인 초일류기업을 내세우는 삼성이 직원을 불법적으로 사찰했다는 자체가 충격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특히 서주호 정의당 서울시당 사무처장은 SNS에 “진보단체를 불온단체로 규정한 것도, 직원들을 사찰한 것도 모두 충격적”이라며 “이재용 삼성 부회장은 과연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을까. 재심에서 이재용 부회장 징역형 선고 후 수감해야 한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정기후원 하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