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라스낭독극장

'REDO'를 함께 만든 사람들 /ⓒAejin Kwoun
'REDO'를 함께 만든 사람들_음향오퍼레이터 이정주, 조명오퍼레이터 이다빈, 채원장 외(임현국), 어머니(김희연), 홍보람 연출, 기석태(윤성원), 프렌드봇(임은조) /ⓒAejin Kwoun

[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나 자신을 잃어가며 무력감에 빠져가는 이에게 위로를 전하는 음악극 <REDO 리두>가 지난 19일부터 22일까지 대학로 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에서 관객들을 울고 웃게 만들며 눈과 귀 그리고 마음까지 사로잡으며 감동의 도가니로 빠지게 만들었다.

로봇을 만드는 것이 인생 최고의 꿈이었던 소년은 이제 로봇이라면 질색인 어른이 되었다. 어머니의 부고를 받고 오랜만에 다시 찾아온 옛 집은 여전히 적막하다. 잠자리에 들던 그의 앞에 오래전 자신이 만들었던 로봇이 나타났다.

“너 정말...개 늙었구나!”

‘REDO’ 공연사진 /(제공=창작집단 LAS)
‘REDO’ 공연사진_기석태(윤성원), 프렌드봇 외(임은조), 어머니(김희연), 나무늘보로봇 외(임현국) /(제공=창작집단 LAS)
‘REDO’ 공연사진 /(제공=창작집단 LAS)
음악극 ‘REDO’ 낭독공연사진_나무늘보로봇(임현국) /(제공=창작집단 LAS)
‘REDO’ 공연사진 /(제공=창작집단 LAS)
음악극 ‘REDO’ 낭독공연사진_기석태(윤성원), 어머니 기선영(김희연) /(제공=창작집단 LAS)
‘REDO’ 공연사진 /(제공=창작집단 LAS)
 음악극‘REDO’ 낭독공연사진_기석태(윤성원) /(제공=창작집단 LAS)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에 대한 고민과 두려움은 살면서 누구나 한번은 겪는 일이다. 반복되는 삶 사이에서,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 사이에서, 우리는 나 또는 주변에 의해 스스로를 잃어버리는 경험을 한다. 음악극 <REDO 리두>는 로봇을 만드는 것이 인생 최고의 꿈이었던 소년 ‘기석태’와 석태의 ‘어머니’ 그리고 과거 석태가 만들었던 ‘프렌드 봇’ 사이에 벌어지는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이자 동시에 나, 너,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음악극 ‘REDO’ 커튼콜 사진 /ⓒAejin Kwoun
음악극 ‘REDO’ 커튼콜 사진_기석태(윤성원), 프렌드봇 외(임은조), 어머니 기선영(김희연), 나무늘보 로봇 외(임현국) /ⓒAejin Kwoun

좋은 삶이 특별한 삶이 아니다. 좋은 삶이 특별한 삶으로 귀착된다면, 좋은 삶에 대한 그리움은 평범한 사람에게는 언감생심이 아니겠는가? 특별한 삶은 제로섬게임의 승자에게만 보장된다. 성공하지 못한 사람에게 특별한 삶은 오르지 못할 나무에 불과하다. 특별한 삶과 달리 좋은 삶은 제로섬게임의 관계가 아니라 화수분(貨水盆)처럼 나누어도 줄어들지 않는 호혜의 관계를 통해 얻을 수 있다. 아니, 그래야만 좋은 삶이라는 궁극의 뜻에 가까워진다.

-노명우 저 『세상 물정의 사회학 – 세상을 산다는 것에 대하여』 -

- MINI INTERVIEW -

1. AI 및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인간들과 일상을 향유하게 되는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아이와 어머니와의 갈등을 음악극의 형태로 이야기하는 작품 <REDO 리두>를 보며 ‘테트리스’가 잠시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서로 다른 색깔과 크기의 벽돌들을 차곡차곡 쌓아 큰 네모를 만들어 나간다는 느낌이, 작품의 소재들과 음악, 연기들이 어우러지는 느낌과 비슷하다 느껴서 인 듯합니다. 희곡의 극작과 작곡 뿐 아니라 연출까지 도맡으신 연출님의 작품 <REDO 리두>를 쓰게 된 배경과 과정 뿐 아니라 작곡을 하며 가장 중점을 두신 부분들이 궁금합니다. 그리고 음악극으로 관객들에게 선보인 <REDO 리두>를 언제쯤 다시 만나 볼 수 있을까요?

‘REDO’의 희곡을 쓰고 무대 속 음악의 작곡과 연주, 연출까지 도맡은 홍보람 연출 /ⓒAejin Kwoun
‘REDO’의 희곡을 쓰고 무대 속 음악의 작곡과 연주, 연출까지 도맡은 홍보람 연출 /ⓒAejin Kwoun

・홍보람 연출

작곡 얘기부터 하고 싶습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장면과 정서에 어울리는 곡을 쓰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석태가 로봇에 관심을 가지고 빠져들게 되는 과정에서 관객들에게 ‘석태의 순진한 마음이 제대로 전달이 되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라는 걱정이 조금 있었습니다. 밝고 천진한 느낌의 음악을 쓰려고 애썼습니다.

어머니도 나약한 인간이고 석태는 더욱 나약한 인간이지요. 그런 석태가 어머니의 그늘에서 한 발짝 벗어나 스스로를 찾고 성장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어머니의 선택에 대한 이해, 어머니에겐 어떤 그늘이 있었으며 어떻게 그 그늘에서 빠져나갔는지 짐작하게 되는 과정이 함께 짚여 나가길 원했습니다만 그 부분에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아쉬웠던 부분을 보완하여 추후 다시 관객들에게 찾아갈 기회를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정확히 언제가 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요.

2. 관객 뿐 아니라 배우님들의 눈물도 참 많았던 작품 <REDO 리두>에서 연출님과 배우님들이 가장 인상 깊다 여기는 대사와 그 이유가 듣고 싶습니다.

‘REDO’ 홍보람 연출 /ⓒAejin Kwoun
‘REDO’ 홍보람 연출 /ⓒAejin Kwoun

・홍보람 연출

극의 초반 "어때요, 충분히 자랑스러우세요?" 라며 어머니를 이해하지 못하고 오히려 원망하는 마음이 묻어있던 석태. 그가 극의 후반에 어렴풋이나마 어머니의 상황과 선택을 이해하게 되고 자신을 돌이켜보는 첫 걸음을 뗄 준비가 된 모습이 짚이길 바랐습니다.

"용서를 구해야 할 건 나 인 것 같은데." 원망의 마음을 걷어낸 석태가 자신을 파괴하는 짓을 그만두고 빛나던 자신을 찾아내길 바랍니다.

‘REDO’ 기석태 역 윤성원 배우 /ⓒAejin Kwoun
‘REDO’ 기석태 역 윤성원 배우 /ⓒAejin Kwoun

・기석태 역 윤성원 배우

석태의 외로움이 묻어나는 대사라서, 그리고 저 또한 항상 다짐하고 있는 말이라서 기억에 남습니다.

‘REDO’ 석태의 어머니 기선영 역 김희연 배우 /ⓒAejin Kwoun
‘REDO’ 석태의 어머니 기선영 역 김희연 배우 /ⓒAejin Kwoun

・어머니 기선영 역 김희연 배우

기억에 남는 대사에 어머니 역할의 대사는 많지 않은 것 같기도 합니다. 기선영 님이 들으면 서운해 하시겠지만, 어머니의 등장 부분들이 석태의 아픈 기억의 조각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도 꼽아본다면 어머니가 프렌드 봇에게 남겨둔 편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내가 너무 어찌할 바를 몰랐었지. 난 항상 안절부절 했고 너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어.” 이 편지를 기록하고 다시 펼쳐보던 순간이 엄마에게도 석태에게도 참 아픈 화해의 시간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화해하고 싶은 누군가와 오랜 시간 평행선을 걷기만 하는 순간들이 많잖아요. 그래서 그렇게라도 봉합되는 관계가 판타지처럼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가닿는 서로가 저는 따뜻하고 행복하게 느껴졌습니다.

‘REDO’ 채원장/나무늘보 봇 역 임현국 배우 /ⓒAejin Kwoun
‘REDO’ 채원장/나무늘보 로봇 역 임현국 배우 /ⓒAejin Kwoun

・채원장, 나무늘보 외 역 채원장 배우

나무늘보로봇 대사 중에 “따뜻해.” 라는 대사가 기억에 남습니다. 혜화동1번지 극장 조명이 정말 따뜻했거든요!

‘REDO’ 프렌드봇 역 임은조 배우 /ⓒAejin Kwoun
‘REDO’ 프렌드봇 역 임은조 배우 /ⓒAejin Kwoun

・프렌드봇 외 역 임은조 배우

늘 옆에 있거나 당연한 것들에 익숙해져 모르고 살아가는 요즘이에요. 그러다 ‘아차’한 순간은 이미 잊어버린 후인 경우가 많습니다. 프렌드봇이 하는 말처럼 주변에 누군가가 ‘나 여기 있어’라고 얘기하고 있는데 무심히 듣거나 행동하진 않았는지 대사를 볼 때마다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3. 연출님과 배우님들의 차기 작품들도 함께 하고 싶습니다. 계획이 어떻게 되시나요?

・홍보람 연출

정해진 계획은 아직 없습니다. <리두>로 너무 늦지 않게 찾아뵙겠습니다!

・윤성원 배우

드림아트센터에서 1월에 오픈하는 뮤지컬 “스페셜 딜리버리”에 출연합니다.

・김희연 배우

차기작은 3월에 극단공연이 있을 것 같습니다. 자세한 스케줄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3월 공연이니까 곧 연습에 들어갈 것 같습니다. 차기작이 ‘착착착착’ 있으면 좋겠습니다.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임현국 배우

내년에 영화와 공연 스케줄이 있습니다.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임은조 배우

예정된 차기작은 아직은 없습니다. 우선은 잘 사는 것이 계획입니다!(웃음)

'2019 라스낭독극장' 포스터 /(제공=창작집단 LAS)
'2019 라스낭독극장' 포스터 /ⓒEASThug(제공=창작집단 LAS)

라이브 연주와 다양한 시각효과들로 관객들을 만족시키는 창작집단 LAS의 입체낭독극 <라스낭독극장>의 3편의 작품들은 part1과 part2 두 공연으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단순히 읽어주는 기존의 낭독극과는 조금 다른 형식의 입체낭독극들은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으며 하나의 ‘장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19년 12월에 만나 본 "2019 라스낭독극장"은 음악극 <REDO 리두> 뿐 아니라 연극 “딸에 대하여”와 가족음악극 “고구마 밭 그 랩터” 또한 창작집단 LAS의 독특한 색깔과 매력에 매료된 팬들의 열띤 응원이 소극장을 가득 메웠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미래의 어느 시간 속에서, 그러했을 지도 모를 아들과 어머니의 관계를 관객들과 낭독극 형식으로 먼저 만나 본 <REDO 리두>는 낭독극만으로도 충분히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작품이었다. 그러하기에 본 공연으로 재탄생되어질 <REDO 리두>가 궁금하고 기대가 모아지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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