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득호도(難得糊塗)

경자 년(庚子年) 새 해가 밝았습니다. 올 한해 어떤 좌우명(座右銘)을 가지고 살아가면 좋을까요? 저는 오래 전부터 <조금은 손해를 보고, 무조건 베풀며, 바보처럼 산다.>는 세 가지를 마음에 새기며 살아오고 있습니다.

난득호도(難得糊塗)라는 말이있습니다. 청(靑)나라의 정판교(鄭板橋 : 1693~1765)라는 사람이 ‘난득호도(難得糊塗)’를 삶의 철학으로 삼았다는 것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난득호도라는 말은 ‘똑똑한 사람이 어리석은 사람처럼 보이면서 살기도 힘들다’는 뜻이지요. 그는 자신이 쓴 시(詩)에서 이렇게 읊었습니다.

「총명해 보이기도 어렵지만/ 어리석은 사람처럼 보이기도 어렵다./ 총명한데 바보처럼 보이기는 더욱 어렵다./ 내 고집을 내려놓고, 일보 뒤로 물러나면/ 하는 일마다 마음이 편할 것이다./ 이렇게 하면 의도하지 않아도 나중에 복이 올 것이다.」

노자(老子) 《도덕경(道德經)》 56장에도 이와 비슷한 말이 나옵니다.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는 법이며, (아는 척)말하는 사람은 알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 이목구비를 막고 욕망의 문을 닫으며, 날카로운 기운을 꺾고 혼란함을 풀고, 지혜의 빛을 부드럽게 하여 속세의 티끌과 함께하니 이것을 현동(玄同)이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친해질 수도 없고 소원해지지도 않으며, 이롭게 하지도 않고 해롭게도 하지 못하며, 귀하게 할 수도 없고 천하게 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천하에 귀한 것이 된다.」

이렇게 지혜의 빛을 늦추고 속세의 티끌과 함께하는 것을 화광동진(和光同塵)이라고 합니다. 화광동진의 지도자는 부처가 중생을 구제하기 위하여 그 본체를 숨긴 채, 스스로 윤회의 굴레를 타고 인간계(人間界)에 태어나 중생들 속에 섞여 살면서 중생을 구제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자신의 뛰어난 덕성(德性)을 나타내지 않고, 자기의 지덕(智德)과 재기(才氣)를 감추며, 세상 사람들과 소통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요.

 1700년대부터 중국인 가슴속에 묻어왔던 고도의 처세술인 난득호도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다양한 방법으로, 그리고 아낌없이 드러내 보이는 것은 이런 면에서는 분명 고수(高手)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할 수 있는 깊은 속내와 지혜는 아는 것을 모조리 드러내놓는 총명함보다 분명 차원 높은 처세술에 속하지요.

그러니까 지혜로우나 어수룩한 척하고, 기교가 뛰어나나 서툰 척하고, 언변이 뛰어나나 어눌한 척하고, 강하나 부드러운 척하고, 곧으나 휘어진 척하고, 전진하나 후퇴하는 척하는 지혜가 바로 난득호도의 처세술인 것입니다.

가수 김도향이 작사, 작곡한 <바보처럼 살았군요.>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어느 날 난 낙엽 지는 소리에/ 갑자기 텅 빈 내 마음을 보았죠./ 그냥 덧없이 흘러버린 그런 세월을 느낀 거죠./ 저 떨어지는 낙엽처럼/ 그렇게 살아버린 내 인생은/ 우~ 우~ 우~ 우 우 우/ 잃어버린 것이 아닐까/ 늦어버린 것이 아닐까

흘려버린 세월을 찾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좋을까/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난 참 우~/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우~/ 잃어버린 것이 아닐까/ 늦어버린 것이 아닐까/ 흘려버린 세월을 찾을 수만 잊다면/ 얼마나 좋을까 좋을까/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난 참 우~/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우~/ 어느 날 난 낙엽 지는 소리에/ 갑자기 텅 빈 내 마음을 내 마음을 보았죠./ 그냥 그렇게 흘러버린 그런 세월을 느낀거죠./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난 참 우~/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우~」

 우리가 새 해의 문을 열면서 한 번 바보처럼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저 마다 잘났다고 날뛰는 세상에 조금은 못난 듯이 비켜서 있는 것도 아마 이 세상을 맑고 밝고 훈훈하게 만들어주는 첩경(捷徑)일지도 모릅니다.

세상이 너무 어렵습니다. 조금 잘난 듯이 보이면 어느 귀신에게 잡혀갈지도 모릅니다. 꼭 난세(亂世)가 다시 오는 것이 아닌가 걱정도 됩니다. 모난 돌이 정 맞기 쉽습니다. 처세에는 부드러운 것이 제일 귀하고, 말 하기는 어눌(語訥)한 듯 삼가행하는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저는 참 바보처럼 살았습니다. 우리 조금은 손해를 보고, 무조건 베풀며, 바보처럼 살아가는 것이 어쩌면 세상을 살아가는 비결이 아닌지요!

단기 4353년, 불기 2564년, 서기 2020년, 원기 105년 1월 6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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