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우손갤러리에서 전시 갖는 이명미 작가
"상황과 조건에 따라 변하는게 실체......우연에 대한 긍정은 세계와 삶에 대한 긍정...거대 담론은 불안만 부추긴다. "

마치 어린아이가 마음껏 그림을 그리듯 자신의 감성과 직관을 화폭에 주저없이 펼쳐내는 작가가 있다. 순수한 형상들과 색상들이 발랄하기 그지 없다. 꾸밈마저도 거추장스러울 지경이다. 순수직관의 천진난만한 모습이다. 보는 이들을 무장해제 시킨다. 1월9일부터 3월 13일까지 대구 우손갤러리에서 전시를 갖는 이명미(70)작가의 이야기다.

대구 우손갤러리에서 전시 갖는 이명미 작가

작가는 1972년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한 직후부터 국전을 비롯하여 ‘앙데팡당전‘, ’서울 현대미술제‘, ’한국실험작가전‘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일찍이 화단에 등단했다. 1974년 한국 현대미술의 중요한 전환점이었던 대구현대미술제 창립 멤버로 참여하면서 최연소 여성 미술가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스펀지를 불에 태우거나 캔버스에 비닐을 부착시키는 등 물성을 이용한 단색화 스타일의 실험성 강한 작품을 제작했다. 어쩌면 당대 대가들의 주류 미술사조를 따랐다고 할 수 있다. 20대 중반의 젊은 작가가 미술계에서 고립되지 않는 방책이었을 것이다.”

그는 어느순간부터 더 이상 갈 곳도, 재미도 느끼지 못했다. 197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마침내 그는 논리적 개념을 중시했던 기존의 미술 경향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자신의 감성과 직관에 따라 새로운 회화적 언어를 구축해 나갔다. 예술적 표현의 즐거운 관능으로 향하는 자유로운 길을 열었다. ‘놀이-PLAY’의 시작이었다. ‘놀이’는 작품 제목을 비롯하여 1977년 서울 그로리치 화랑에서 열린 개인전 전시타이틀로도 붙여졌다. 그 후로도 수많은 개인전의 타이틀로 사용되어왔으며 40여 년이 지난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의 중요한 작업 요소가 됐다.

“나의 ‘놀이’는 기존 추상미술이 추구했던 현시할 수 없는 영적 정신세계, 무한의 공간, 개념적 이론을 먼저 세우고 이론에 접근하는 유토피아식 발상에서 해방된 것을 축하하는 폭죽 같은 것이었다. 단색화와 개념미술의 흑백시대에 파격적인 컬러와 사유의 자유로움을 제시하고 싶었다.”

그것은 포스트모더니즘의 전조 같은 것이었다. 모든 관습과 형식에서 벗어나 자율적이며 추상적이지 않고, 구체적으로 존재하는 실체이기에 상황과 조건에 따라 변화하는 것이었다.

“ ‘놀이’가 가진 우연적, 불연속적, 불완전한 속성이야말로 현실과 문맥을 함께하고 있다. 점점 더 다양하고 복잡해지는 삶의 조건속에서 예상치 않게 다가올 내일을 두려워하지 않고 맞닥드리는 것이다. 우연에 대한 긍정은 세계와 삶에 대한 긍정을 의미한다.”

그의 이번 전시 타이틀이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veni vidi vici)’이다. 작가의 삶을 향한 강한 열정과 긍정의 자세를 압축해 주는 말이다.

이명미 작가의 작품에는 동물과 사람, 식물 등 생명을 가진 존재부터 집과 의류, 음식, 가구 등과 심지어는 숫자와 문자 등의 사회적 의미를 가진 존재에 이르기까지 일상적 삶의 모든 요소가 회화적 언어를 형성하고 있다. 일상의 평범한 것들을 화려한 채색 위에 원근감도 없이 배치하고 있다. 일견 순진무구한 어린아이의 정서로 돌아가는 근원 주의적 태도로 보여진다. 일상 소재를 화려한 컬러와 반복적 패턴으로 표현한다는 점에선 팝아트적 요소도 엿보인다. 보편적 진리보다는 주관적 감성과 형식으로 삶의 본질을 표현했던 표현주의적 태도도 넘실거린다. 여러 전통 모더니즘의 미술 형식과 관련성을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어떤 장르에도 속해있지 않고 제한받지 않고 있다. 자유로움과 해방만이 있는 것이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내겐 이 시대 지금 여기에서 나의 ‘놀이’만이 있을 뿐이다.”

이 시대의 놀이는 이 시대의 삶을 모방하게 마련이다. 삶의 모방이야말로 놀이이고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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