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재단 "보호종료아동 자립지원 캠페인-열여덟 어른" 의 '박도령 프로젝트'

‘열여덟 어른’ /ⓒAejin Kwoun
‘열여덟 어른’를 함께 만든 사람들_민철(정석희), 성진(박도령), 유나영 연출, 여인(김예림), 윤호(이영중) /ⓒAejin Kwoun

[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만18세가 되어 보육원을 나와 ‘자립’을 해야만 하는 보호종료아동들도 평범하게 꿈을 꾸는 청년들과 다를 바 없음을 알리고 있는 아름다운재단의 『보호종료아동 자립지원 캠페인-열여덟 어른』의 마지막 프로젝트 “박도령 프로젝트”가 준비한 연극 <열여덟 어른>이 지난 28일부터 29일까지 신촌 얘기아트씨어터에서 쉽게 꺼낼 수 없었기에 우리가 몰랐던 진솔한 그들만의 이야기에 한숨과 눈물을 지으며 그들의 시간을 함께 나누었다.

보육원 퇴소를 앞두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열여덟 성진의 기일.

보육원에서 함께 자란 윤호, 민철은 그의 죽음에 대한 이유가 궁금해졌다.

그들에게 반드시 찾아오는 열여덟의 순간, 자립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닐까 추측한다.

민철의 기억 속에 남은 성진의 유품을 찾으면서 그의 죽음의 이유를 알게 되는데...!

‘열여덟 어른’ 공연사진 /(제공=아름다운재단)
‘열여덟 어른’ 공연사진 /(제공=아름다운재단)
‘열여덟 어른’ 공연사진 /(제공=아름다운재단)
‘열여덟 어른’ 공연사진 /(제공=아름다운재단)

누구에게나 숨기고 싶은 비밀이 있다. 기억하기조차 싫은 비밀의 내용은 누구에게나 천차만별일 것이다. 이야기를 꺼내고 나면 오히려 아무것도 아닌 작은 것이라고 느낄 때도 있지만, 이야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가슴에서 아직도 감당하기 어려운 뜨거운 것들이 치밀어 오를 때가 있다. 아직 가슴에서 진정시키지 못한 뜨거운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꺼내는 것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

<열여덟 어른>은 보육원에서 자라서 ‘고립’에 가까운 생활을 하고 있는 박도령 작가 본인의 그 뜨거운 가슴 속 응어리들을 용기를 짜내어 우리에게 건네는 이야기이다. 일부러 투박하게 표현한 듯 한 이 작품의 ‘솔직한 뜨거움’에는 가슴을 델 수밖에 없다. 완성도나 기교를 생각하기도 전에, 가슴에 데인 상처가 너무나 아프다.

1년에 두 번 옷을 사 입기에 매일 같은 옷을 입어야 했던...그러기에 원을 나온 이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한 번에 옷부터 신발까지 살 수 있는 사치가 꿈이었다는 그들.

1년에 의례적으로 찾아오는 이들에게 처음에는 너무나 감사하고 가지 말라고 울었던...그 때뿐인 쇼에 지쳐 선물 받고, 사진 찍고, 그리고 빨리 가 버리라며 마음을 닫아 갈 수 밖에 없었던 그들.

만 18세가 되면 보육원을 나가야만 하는 그들에게...그들의 원장님은 자신의 자식에게는 대학교도 못 나와서 사회에 나가면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가출을 막고...어른들은 그저 믿지 못할 사람이다.

가슴이 답답해질 수밖에 없다. 사회의 편견 때문에 자신을 숨기는 데 익숙한 그들을 우리는 안 보이기에 주변에 없다 여긴다. 보육원의 아이들에게 어떤 지원이 얼마나 되고 있는지 관심조차 없는 차가운 심장을 느낀다. 우리 사회의 복지는 ‘최저 임금이 대한민국을 망하게 한다’라는 밑도 끝도 없는 주장마냥, 세금으로 그들에게 베푸는 은혜는 일반인들의 기준보다 높지 않아야 한다 여긴다.

보호종료아동이 되어 보육원을 퇴소하는 이들은 퇴소 직후 청년 저소득층이 되고 그대로 빈곤층으로 전락, 종국에는 자살하거나 노숙자로 삶을 마감하는 경우가 많다. 퇴소 직후 청년저소득층이 되는 경우가 40%가 넘는다는 통계자료도 있지만 실제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사람들까지 합하면 통계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또래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에 차별이 있다고 말하기 전에, 18세 이전 그들에게 사회적 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하였는지 이야기하길 바란다. 뿐만 아니라 국외 입양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미혼모 출산(2018년 보건복지부 통계자료 참조)에 대한 지원은 사회적으로 너무나 효과가 저조한 저출산 대책 수정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한국은 물질적, 이데올로기적 이득을 꾀하기 위해 산업화된 국제입양을 제도화했다. 자국 아동을 지원하고 보호하기 위한 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서구의 양부모에게 입양수수료를 받음으로써 이중으로 경제적 이득을 취했다. 미혼모와 그 자녀들을 제거함에 따라 단일민족과 정상가족이라는 유교적 가부장제에 기반을 둔 이데올로기적 판타지를 유지할 수 있었다."

- 전홍기혜, 이경은, ,제인 정 트렌카 저 『아이를 파는 나라』 -

정책이란 모름지기 당사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부터 선행되어야 한다. 당사자가 아닌 정책을 시행하는 이들만이 포상금을 받는 제도는 없어져야 한다. 사회적으로 보호가 필요한 이들에게 필요한 정책을 ‘시혜’라 여기며, 우리와 다른 이들이라고 색안경을 쓰고 바라보는 일부터 그만두어야 한다. 힘들고 어려운 이들에게 공감하지 못하고 차가운 시선을 가진 우리에게, 사회는 ‘나’에게도 예외를 두지 않을 것이다.

- MINI INTERVIEW -

1. '보호종료아동'에 대해 피상적이 아니라 제대로 알려 하기 시작한 것이 "꽃길만" 토크콘서트 이후라는 것에 스스로도 놀랍고 부끄러웠습니다. 연극을 보며 스스로 선택하지 못한 상황에 대한 너무나 솔직한 감정들을 마주하며 너무나 안타까웠고, 세상의 '편견'에 그들이 단단해지도록 지탱해주고픈 관심어린 애정의 마음이 느껴져 조금은 따스하기도 했습니다. 숨기고픈 아픈 과거를 어렵고 딛고 일어서 꿋꿋하게 앞을 바라보며 다른 이들의 안위를 위로하고픈 작가와 아프도록 솔직하게 관객들에게 그들의 목소리를 들려주고픈 연출님과의 작업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부분들이 듣고 싶습니다.

‘열여덟 어른’ 무대사진 /ⓒAejin Kwoun
‘열여덟 어른’ 무대사진 | 성진의 뼛가루를 뿌린 나무 아래...기일에 모인 두 사람...성진의 죽음의 이유에...안타까움이 가슴을 찢는다... /ⓒAejin Kwoun

・박도령 작가 겸 배우

보육원의 삶과 보호 종료 후 우리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하면 더 공감되고, 생생하게 전할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라오면서 겪었던 에피소드나 느낀 점을 관객 여러분이 공감하실 수 있도록 각본 안에 녹여내는 일에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유나영 연출

원작자 박도령 작가를 가장 의식하며 각색, 연출한 것 같습니다. 작가를 지켜본 (보호 종료 후) 5년 동안 느꼈던 감정이나 모습 등을 극 중 성진과 배역에 많이 입혔고, 그가 차마 써내려가지 못한 부분들을 과감히 삽입해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2. 한때는 '이혼'을 이유로 한 한부모가정의 아이들도 세상에서 따가운 이목을 받았지만, 요즘은 이혼건수의 상당한 증가로 흔한 상황으로 이야기되고 있습니다.(2018년 혼인건수는 전년대비 2.6%감소, 이혼건수는 전년대비 2.5%증가...혼인건수 25만 7천 6백건, 이혼건수 10만 8천 7백건으로 같은 해 단순비교 시 거의 50%가 이혼을 하고 있습니다.)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인식과 배려의 변화는 '가족은 피로 이어져있다'는데 대한 굳은 인식에 대한 변화부터 시작해야 한다 여깁니다. 또한 자비를 베푼다는 복지의식부터 바뀌어 함께 아이들을 보듬어 간다고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보호종료아동'과 함께 하려는 작은 움직임들이 계속되고는 있지만, 좀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한 것도 사실입니다. 당사자로서 가장 우선적으로 바뀌어야만 하는 부분이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할 것이기에, 쉽지는 않겠지만 작가님이 생각하는 가장 우선적으로 바뀌어야 하는 부분들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박도령 작가 겸 배우

제가 각본에서도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강조했듯, 보호종료아동을 바라보는 사회의 편견이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보육원에서 퇴소했다고 하면 다들 좀 불쌍하게 생각하는 반응이더라고요. 그냥 일반 청년들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얘네는 좀 못 배웠을 것이고 좀 뒤쳐졌을 것’이라는 인식과 편견이 많은 것 같습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그런 것을 조장하는 느낌도 있어요. ‘보호종료아동’은 덜하지도 더하지도 않은 일반 청년일 뿐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아름다운재단 <열여덟 어른> 캠페인에 참여하게 된 것도 있고요, 연극을 통해 ‘편견’ 해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3. 처음으로 알게 된 진솔한 이야기에...관객들 뿐 아니라 연출님과 배우님들도 강한 내면의 흔들림을 느끼셨을 듯합니다. 연출님과 배우님들이 가장 인상 깊다 여기는 대사와 그 이유를 들려주세요.

‘열여덟 어른’ 유나영 연출 /ⓒAejin Kwoun
‘열여덟 어른’ 유나영 연출 /ⓒAejin Kwoun

・유나영 연출

경험하지 못했지만 알아야 할 것들이 분명히 삶에 존재합니다. 그래서 연극이, 나아가 예술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열여덟 어른’ 민철 역 정석희 배우 /ⓒAejin Kwoun
‘열여덟 어른’ 민철 역 정석희 배우 /ⓒAejin Kwoun

・민철 역 정석희 배우

스스로 공감이 많이 갔던 대사였기 때문에, 더욱 더 제 자신의 이야기처럼 얘기할 수 있었습니다.

‘열여덟 어른’ 윤호 역 이영중 배우 /ⓒAejin Kwoun
‘열여덟 어른’ 윤호 역 이영중 배우 /ⓒAejin Kwoun

・윤호 역 이영중 배우

보육원 출신 윤호가 사회에 나와 가정을 꾸리고, 아이도 생겼다.

어려서부터 사랑 받는 게 부족했던 윤호가 아빠가 되어서는 본능적으로 아들에 대한 사랑을 느끼는 이 대사가 인상 깊었다.

‘열여덟 어른’ 성진 역 박도령 배우 | 자신의 이야기이서일까? 그의 한 마디 한마디에...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Aejin Kwoun
‘열여덟 어른’ 성진 역 박도령 배우 | 자신의 이야기이서일까? 그의 한 마디 한마디에...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Aejin Kwoun
‘열여덟 어른’ 이은혜 배우 | 그녀는 누구였는지...잘 모른다...혼자라 여겼던 그의 죽음을...슬퍼하고 오래도록 기억해 주는 이 하나 있었으면 했던...환영이었을는지도 모른다... /ⓒAejin Kwoun
‘열여덟 어른’ 김예림 배우 | 그녀는 누구였는지...잘 모른다...혼자라 여겼던 그의 죽음을...슬퍼하고 오래도록 기억해 주는 이 하나 있었으면 했던...환영이었을는지도 모른다... /ⓒAejin Kwoun

4. 작가와 연출님 그리고 배우님의 차후 작품도 따라가 보고 싶습니다. 작품계획이 궁금합니다.

・박도령 작가 겸 배우

당장은 집필 계획이 없습니다. 하지만 추후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유나영 연출

모파상 단편집을 각색한 작품<숨은 그림 찾기>입니다. 인간의 내면을 파헤친 블랙 코미디입니다.

・이영중 배우

한국 문화 예술위원회에서 진행하고 있는 ‘청년 예술가 지원 사업’에 선정되었습니다. 그래서 러시아 작가 안톤 체호프의 단막극으로 4월에 관객 분들 앞에 설 예정입니다.

'열여덟 어른' 포스터 /(제공=극단 '토끼가 사는 달')
'열여덟 어른' 포스터 /(제공=극단 '토끼가 사는 달')

선진국 중 최악의 저출산 국가 대한민국, 부모가 있든지 없든지간에 상관없이 아이들은 모두가 행복해질 권리를 가지고 태어났다. 행복지수 세계 1위인 덴마크는 밥벌이를 하기 위해 싫은 일을 억지로 하지 않는다. 어떤 일이 있어도 일정한 기본 소득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에게 일정한 기본소득이 보장되길 바란다.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모든 이들이 개인의 형편과 소득으로 ‘인간’의 높이를 판가름하는 일이 없어져야만, 모든 아이들이 가슴에 아픈 멍 자국 없이 행복하게 자랄 수 있다 여기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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