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살해에 이란 정부가 중동 내 미국 자산을 공격하며 보복할 경우 이란의 문화유적들을 표적으로 재보복하겠다고 위협하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6일 테헤란에서 열린 솔레이마니 장군  장례 의식에 운집한 군중 [AP=연합뉴스]
6일 테헤란에서 열린 솔레이마니 장군 장례 의식에 운집한 군중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통한 이런 과격한 발언들은 테러리스트들이나 과거 탈레반의 문화유적 파괴와 다를 바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영국 BBC가 6일(이하 현지시간)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트윗에 “이란 내 52곳을 겨냥해 반격하겠다”라며 “52곳 가운데는 매우 높은 수준의, 그리고 이란과 이란 문화의 중요한 곳이 있다. 그 표적들을 매우 빠르고 강력하게 타격당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52란 숫자는 이란 이슬람혁명 때였던 1979년 11월 4일 테헤란 주재 미국 대사관을 반미 성향 대학생들이 급습해 444일 동안 억류한 미국 외교관과 대사관 직원 숫자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폭격 대상 52곳의 하나로 문화유적을 지목한 데 대해 이란 정부가 "문화유적을 공격 표적으로 삼는 것은 전쟁범죄"라고 강력히 비난하며 트럼프를 향해 '양복 입은 테러리스트'라고 비판했다.

앞서 이란은 미군의 드론 폭격으로 살해당한 군부 실세 거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죽음에 보복을 다짐했다. 또 이란 당국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솔레이마니 암살을 지시한 데 대해 비난을 쏟아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 자신의 트위터에 "트럼프는 솔레이마니 장군을 죽여 이미 국제법을 심각하게 위반하더니 이제는 문화 유적을 표적으로 삼았다"며 "이는 전쟁범죄"라고 비판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어자리-자흐로미 이란 정보통신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적인 트윗에 트윗으로 되받아쳤다. 그는 "(트럼프는) ISIS, 히틀러, 징기스칸과 똑같다. 그들은 모두 문화를 증오했다"라며 "트럼프는 양복 입은 테러리스트"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그 누구도 이란 국민과 문화를 공격할 수 없다는 역사를 곧 깨닫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엔 결의 2347호는 불법적인 문화유산 파괴를 규탄하고 있다.

오드리 아줄라이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미국과 이란 모두 세계자연유산과 세계문화유산을 보호하겠다는 1972년 국제협약에 서명했으며 무력분쟁 중이라도 문화유산을 보호하겠다는 1954년 협약에도 서명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유네스코가 이스라엘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탈퇴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조금 심하다고 느꼈는지 미국은 국제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행동할 것이라고 위협 수위를 완화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비쳤다

과거 문화 유적지 파괴의 예로 과격한 테러리스트 집단인 이슬람 국가(IS)가 장악한 시리아의 팔미라 같은 광범위한 지역들에서 문화유적이나 모스크, 사원, 교회들이 공격을 받았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은 바미얀 지역의 세계 최대 불상을 파괴해 세계인의 분노를 샀다.

따라서 아무리 상대의 보복을 전제로 위협 수위를 끌어올린다고 해도 문화유적을 파괴하는 행위를 서슴지 않겠다고 공언한 것은 문명국가의 지도자임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페르시아 왕국의 역사를 간직한 이란은 유네스코(UNESCO)세계문화유산 24곳을 보유한 국가이다. 또 유네스코에 등재돼 있지 않은 수많은 중요한 유적들이 널려 있다.

대표적인 것이 기원전 6세기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고대 페르시아 아캐메니드 제국의 수도 페르세폴리스와 17세기 초 세워져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광장 가운데 하나인 이스파한의 나크시-에 자한 광장, 1785년부터 1925년까지 이란을 통치한 카자 왕조의 궁전이었던 테헤란의 골레스탄 궁전 등이 있다.

이란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 문화 유적을 공격 표적으로 삼겠다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전략을 두고 미 행정부와 의회 내에서도 반대 의견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이란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가운데 하나인 이스파한의 나크시-에 자한 광장. 사진/연합뉴스
이란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가운데 하나인 이스파한의 나크시-에 자한 광장. 사진/연합뉴스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범죄를 저지르겠다고 위협한 것”이라며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의 성명과 동조하는 입장을 밝혔다.

도미니크 랍 영국 외무장관도 6일 문화유적들은 국제법에 의거해 보호되어야 하며 영국은 이것이 존중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난 5일(현지시각) CNN이 미 행정부 소속의 고위 관계자들 발언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문화 유적 위협을 비판하는 보도를 냈다.

한 관계자는 "시민들이 사랑하는 문화 유적을 일부러 파괴하는 것만큼 사람들을 결집하는 일이 없다"면서 "이슬람국가(ISIS)의 종교적 유적지 파괴나 1차 세계대전 도중 파괴됐던 루뱅 도서관 등 역사는 그러한 유적을 공격 목표로 삼는 것이 비도덕적일 뿐만 아니라 자멸을 가져온다는 교훈을 준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미국이 이란 문화 파괴를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이란 문화를 수용할 수 있는 지도자를 원한다"라고 강조했다.

1954년 헤이그협약은 "문화적 재산에 대한 직접적 적대행위"를 전쟁범죄행위 규정해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미국은 이 협약의 가입국이다. 지난 2017년 IS 및 시리아와 이라크 무장단체들이 문화유산을 파괴하자 미국을 포함한 유엔 안보리 회원국들이 이를 비난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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