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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論] 선거법 개정취지 훼손하는건 명칭이 아니라 위성정당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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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論] 선거법 개정취지 훼손하는건 명칭이 아니라 위성정당 그 자체다
  • 온라인뉴스 기자
  • 승인 2020.01.13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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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의 비례위성정당 창당에 제동을 하는 선거관리위원회의 결정이 나왔다. 선관위는 13일 전체 회의에서 정당 명칭으로 '비례○○당'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국당이 추진하고 있는 '비례자유한국당'과 '비례한국당', '비례민주당' 등 창당준비 단계에 있는 3곳이 대상이다. 선관위는 "정당의 동일성을 오인·혼동해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이 왜곡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정당법 41조는 '창당준비위원회 및 정당의 명칭은 이미 신고된 창당준비위원회 및 등록된 정당이 사용 중인 명칭과 뚜렷이 구별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당은 선관위 결정이 "좌파 독재정권의 폭거이자 야당 탄압"이라고 반발했다. 그렇다고 비례 의석만을 목적으로 하는 신당 창당의 길이 완전히 봉쇄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은 선관위 결정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나 행정 소송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선관위가 기존 정당과 구별되는 명칭을 사용하는 위성정당 문제까지 결론을 낸 것은 아니어서 한국당의 비례정당 창당이 당장 중단될 것 같지도 않다. 그런데 이런 법적 논란과는 별개로 비례위성정당 창당이 민주주의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과연 적절한지는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거대 양당 중 한국당만 비례정당을 만들 경우 그 당이 비례대표 47석 중 25석 내지 30석을 차지할 것이라고 한다. 지금으로서는 그럴 것 같지 않지만 다급해진 더불어민주당까지 가세하면 공직선거법 개정의 취지와는 정반대로 거대 정당의 의석 독식 현상이 지금보다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소수 정당은 쪽박까지 깨지는 상황을 걱정할 처지이다. 정의당의 심상정 대표는 한국당의 비례정당 창당에 대해 "꼼수로 거대 양당 체제에서 누려왔던 기득권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여론도 대체로 부정적이다. 한국당은 위성정당의 출현으로 연동형비례대표제(연비제)가 무력화됐고 결국 제도가 폐지됐던 알바니아, 레소토, 베네수엘라의 상황을 4월 총선에서 재연함으로써 새 선거법의 후진성을 입증하겠다는 명분을 내걸고 있다. 하지만 거대 양당의 절제로 연비제가 성공적으로 안착한 뉴질랜드의 사례도 있다. 어느 쪽이 바람직한지는 말하지 않아도 명약관화하다.'

선거법 개정은 대통령제 아래서 양당제의 효용성이나 군소정당 난립 등에 대한 고려에도 불구하고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에서 기인한 폐단을 줄여보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득표율과 의석 비율 간 괴리로 민의가 균형 있게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1년여간 진행된 논의는 거대 양당의 반발과 망설임 때문에 용두사미가 됐다. 비례대표 의석수는 원안(75석)에서 크게 후퇴해 지금과 같은 47석으로 주저앉았고 그나마 준연비제(연동률 50%)를 적용하는 의석조차 30석이라는 '캡'(cap)이 씌워졌다. 쪼그라질 대로 쪼그라진 결과여서 결국 민주당과 한국당이 기존과 비교해 약간 손해 보는 정도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이다.'

또 이번 개정 선거법은 최종 목적지가 아니라 투표의 등가성과 선거의 비례성을 강화하는 긴 여정의 중간기착지로 봐야 한다. 민주주의란 '제도'라기보다 '과정'이다. 당장 손해라고 나름대로 의미 있는 방향성을 제시한 제도를 희화화하거나 아예 형해화하는 것은 민주주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구나 정치적 셈법에 따른 정치공학적 판단이 민심의 역풍으로 무력화된 선례들을 되새겨봐야 한다. 묘수가 판 전체를 그르치는 패착이 될 수도 있다. 민주당도 제1야당과 합의를 거치지 않고 게임의 룰을 바꿨다는 개정 선거법의 한계를 깊이 인식하고 21대 총선이 끝난 뒤 야당과 함께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들을 보완함으로써 제도의 완성도를 높여가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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