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영화제를 거쳐 골든글로브 수상에 이어 각종 영화제에서 빛나는 성과를 올리고 있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상 6개 부문 최종 후보에 올라 한국영화의 역사를 새로 쓰게 됐다.

영화사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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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 101년 역사상 국산 영화가 아카데미상 최종 후보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4일, 외신에 따르면 ‘기생충’은 아카데미상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각본.편집.미술.국제영화상 등 총 6개 부문 최종후보에 올랐다.

작품상에 오른 ‘기생충’은 ‘포드 VS 페라리’, ‘아이리시맨’, ‘조조래빗’, ‘조커’, ‘작은 아씨들’, ‘결혼이야기’, ‘1917’, ‘원스 어폰 어타임 인 할리우드’ 등과 경합하게 됐다.

감독상 후보에도 오른 봉 감독은 ‘아이리시맨’의 마틴 스코세이지, ‘조커’의 토드 필립스, ‘1917’의 샘 멘데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쿠엔틴 타란티노 등 세계적 명장들과 경재을 벌이게 됐다.

이외 편집상 후보로 양진모 편집자, 미술상 후보에 미술 담당 제작 스태피인 이하준.조원우 씨가 후보자로 이름을 올렸다.

한편, 봉 감독은 아카데미 후보 지명과 관련해 미국 일간지 LA타임즈와 인터뷰를 가졌다.

인터뷰에서 봉 감독은 "바쁘고 정신이 없다. 숙련된 팀들이 도와주고 있긴 하지만 처음 겪는 일들이라 한국의 팀들이 행복해 하면서도 당황스러워하고 있다. 내가 발을 잘못 내딛으면 꿈에서 깨어날 것 같은 기분이다. 그리고 그 꿈이 깨면 '기생충'을 만들기 하루 전날일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오스카 후보 발표 소식을 어디서 들었냐"는 질문에 봉 감독은 "아파트 소파에 누워있었다. 알람 소리에 눈을 떴고 '기생충'의 오프닝 장면처럼 태블릿PC를 와이파이에 연결해 후보 발표 방송을 보기 위해 유튜브를 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발표자 중 한 명이 배우 '존 조'더라. 존 조는 정말 훌륭한 배우다. 몇 년 전에 만난 적이 있는데 정말 멋진 사람이다. 존 조의 주연작인 '서치' 역시 굉장히 재미있게 봤다. 존 조와 아는 사이라 그의 발표를 보는 것이 더 친근하고 기분이 좋았다"며 "'기생충' 후보를 발표 할 때 한국 이름 호명이 필요했는데, 존 조의 발음이 정확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오스카의 배려라고 생각했다"고 말해 배우 존 조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LA비평가 협회상에서 '기생충'을 제치고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한 '페인 앤 글로리'의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을 향해 가장 먼저 일어나 기립 박수를 쳤던 것에 대해서도 봉 감독은 "나는 내가 가장 먼저 기립박수를 친 줄 몰랐다. 나는 다른 사람들도 모두 그럴 거라 생각했다"면서 "페도로 알모도바르는 내가 존경하는 제작자다. 나는 항상 그의 영화를 사랑했다. 칸에서부터 오스카까지 그와 여정을 함께 할 수 있어 큰 영광이다"라고 답했다.

봉 감독은 "이 모든 일들은 아시아 영화와 한국 영화로서는 매우 드물고 소중한 이벤트"라며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기생충'이 오스카 후보 지명전에도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거다. 박스오피스 흥행을 하면서도 후보에 올랐다는 게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한국 영화 최초 후보 지명이라는 역사적 기록을 세운 것에 대해 "나는 우리나라를 대표하기 위해 영화를 제작하지는 않는다. 영화로 추구하는 것들은 나의 개인적인 강박관념에 의한 것"이라고 답했다.

봉 감독은 "하지만 지금 일어나는 일들은 한국 영화계에서도 대단한 일이다. 한국 언론들도 흥분하고 있다. 한국의 젊은 영화 제작자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기 바란다. 내 개인적인 이유로 만든 영화가 산업 전반에 기여할 수 있다는 건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미술상과 편집상 후보 지명으로 기술적 분야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그들이 인정받는 것을 보게 돼 너무나 기쁘다. 오스카 후보 지명 중 그 두 부문이 가장 기뻤다"고 말했다.

배우들이 오는 20일 열리는 미국 배우 조합상(SAG) 앙상블상 후보에 오른 것과 관련해 "그것은 우리에게 정말 기분 좋은 소식이었다. 이번 투어에서 송강호 씨와 주로 함께 했지만 'SAG 어워즈'에서는 많은 배우들과 함께 참석할 것 같다"면서 "이렇게 팀 전체가 그들의 다양한 업적을 인정받고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기쁘다"고 말해 제작진과 배우들에 공을 돌렸다.

한편, 제92회 아카데미상 수상식은 미국 서부시간 기준 다음달 9일 오후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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