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외교협회 초청 강연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미국외교협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박원순 페이스북
박원순 서울시장이 미국외교협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박원순 페이스북

[뉴스프리존=김은경 기자] 미국을 방문 중인 박원순 서울시장이 2022년 북경 동계올림픽기간까지 한반도 일대에서 군사훈련을 포함한 일체의 긴장고조와 적대행위들을 잠정적으로 중단할 것으로 제안했다. 

박 시장은 13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미국외교협회  '평화를 향한 서울의 전진'을 주제로 내건  초청강연에서 이같이 밝혔다.  미국외교협회는 미국의 외교 안보 정책에 영향력을 끼치는 싱크탱크이다. 

박 시장은  '평화가 모든 것은 아니지만, 평화 없이는 모든 것이 아무것도 아니다' 라는 서독의 전 수상 빌리 브란트가 한 말을 인용하며 남북이 여전히 휴전중인 전시상황인 것을 지적했다.

박 시장은  "'DMZ에서 약40km, 자동차로 1시간 이내의 거리에 2500만 수도권 시민의 터전, 서울이 있다''며 "'긴장과 갈등 무력충돌은 서울시민의 안전을 물론이고 경제번영까지도 위협하고 있으며 이것이 바로 '코리아디스카운트'이며 곧 '서울디스카운트' 이다 '' 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시장으로서 서울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남북평화를 위해 모든것을 다 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발목잡힌 평화'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한반도의 평화생태계를 복원하고, 이를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공공외교와 도시외교 차원에서 완성될 수 있다''고 주문했다.

또 박 시장은 ''서울시는 UN지속가능발전 목표(UN SDGs) 실현과 인도적 차원에서 대동강 수질개선 협력사업, 2032년 서울-평양 공동 올림픽 개최는 물론, 다양한 인도적 지원과 문화·체육 분야의 교류를 추진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이미 서울시의회의 동의를 거쳐서 남북교류협력기금 약 4,027만 달러를 확보해 놓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대북협력 사업의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에 그는 "미국 정부가 이런 제재의 한계 속에 놓인 민간교류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보다 진전될 수 있도록 좀 더 분명하게 나서주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다음은 박원순 시장의 연설문 전문.

“Frieden ist nicht alles, aber ohne Frieden ist alles Nichts!”
-Peace is not everything. But without peace, everything is nothing.

“평화가 모든 것은 아니지만, 평화 없이는 모든 것이 아무것도 아니다.” 

서독의 전 수상 빌리 브란트가 한 말입니다.
지난 세월, 한반도는 이를 온 몸으로 겪어 왔습니다. 

70년 전, 우리는 한국전쟁이라는 비극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동맹국 미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의 참전용사들과 그 가족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우리는 전쟁을 멈출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전쟁의 상처는 긴 휴전과 이념의 대립이라는 가시지 않는 고통과 깊은 상흔을 남겼습니다.
지구상 마지막 남은 분단국가로서 한반도는 전쟁상태를 종식하지 못한 채 서로를 적대하고 반목하며 때로는 군사적 충돌로 전쟁 일보직전 상황까지 가며 생채기를 더했습니다. 
이제 비극은 끝나야 합니다.

1. 서울의 고민

우리는 이 땅에 다시는 그 어떤 전쟁도 허용할 수 없습니다.
DMZ에서 약40km, 
자동차로 1시간 이내의 거리에 2천 5백만 수도권 시민의 터전, 서울이 있습니다. 
긴장과 갈등 무력충돌은 서울시민의 안전을 물론이고 경제번영까지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코리아디스카운트이며 곧 서울디스카운트이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화는 선택이 아닌 평화로 가는 유일한 대안입니다.
분단이 시민들의 안녕과 서울의 성장과 번영을 저해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서울시장으로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것입니다.

2. 발목 잡힌 평화

저는 한반도의 평화생태계를 복원하고, 이를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공공외교와 도시외교 차원에서 완성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시는 UN지속가능발전 목표(UN SDGs) 실현과 인도적 차원에서 대동강 수질개선 협력사업, 2032년 서울-평양 공동 올림픽 개최는 물론, 다양한 인도적 지원과 문화·체육 분야의 교류를 추진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이미 서울시의회의 동의를 거쳐서 남북교류협력기금 약 4,027만 달러를 확보해 놓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인도적이고 평화적인 대북협력 사업조차 추진하기 힘든 실정입니다.
특히 유엔 안보리 제재결의안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이뤄지는 대북협력 사업까지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일례로, 작년 5월 저는 UN WFP(유엔세계식량계획) 데이비드 비슬리 사무총장을 직접 만난 자리에서  영유아, 임산부 등과 같은 북한의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요청 받고, 대한민국 지방정부 역사상 최초로 
UN WFP에 100만 달러를 공여하였습니다. 

그런데 WFP공식 계좌(CITI BANK 런던)로 송금을 하려고 하니, 이미 제재 면제 승인을 받은 WFP의 인도적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대북제재와 세컨더리 보이콧을 걱정하는 국내 은행들이 송금을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남북간의 스포츠 교류마저도 직접 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그래서 작년 11월에는 국제친선탁구대회를 러시아와 공동으로 열어 북한을 간접적으로 초청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16세기 조선시대의 영웅 이순신장군의 유적이 있는 나선-녹둔도 북방유적 발굴사업도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지만, 북한과 공동작업을 할 수 없어 러시아를 통해 우회적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인도적 지원, 스포츠교류, 역사적 발굴사업, 어느 것 하나 발목 잡히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완전한 단절. 
어쩌면 과거보다 훨씬 더 관계가 악화됐습니다.
 
이렇게 시민들이 염원하는 평화로 가는 여정은 힘들기만 합니다.
이런 작은 평화의 손짓마저도 힘겨운데
어떻게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올 수 있겠습니까.

3. 평화를 향한 서울의 제안1 - 대북제재의 변화

저는 한반도와 동아시아, 더 나아가 세계 평화를 위해 제안합니다.

미국정부가 이런 제재의 한계 속에 놓인 민간교류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보다 진전될 수 있도록 좀 더 분명하게 나서주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그동안 최선을 다해 대북 제재에 대한 UN 결의를 일관되게 존중하고 실행하며 미국과 빈틈없이 협력해왔습니다. 
그러나 수단이 목적이 되어선 안됩니다. 

“두려움 때문에 협상하지 맙시다. 
그렇다고 협상하는 것을 두려워하지도 맙시다”
1961년 케네디 전 대통령의 취임연설입니다.
지금 바로, 그의 통찰을 기억해야 할 때입니다.

역사상 제재만으로 굴복한 나라는 없습니다. 
그동안 제재를 통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었다면, 이제는 제재의 변화를 통해 북한의 바람직한 변화를 유인해야 합니다.
이제야말로 대북제재를 보다 더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러분의 지혜와 슬기를 모아주시기를 간곡히 요청 드립니다.

4. 평화를 향한 서울의 제안2 - 방위비분담금의 합리적 조정

작년 2월 하노이 회담 합의 결렬 이후 한반도에는 또다시 평화의 시간이 멈춰버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한 시간이 흐르고 있습니다.

다시 평화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 
2020년에는 비상한 각오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처럼 중차대한 시기에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5배 인상과 같은 과도한 요구는 한국 국민들에게 미국에 대한 반감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미군의 한반도주둔은 북한의 군사적 행동을 견제하고 균형을 잡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 우산 아래 한국은 경제적 번영을 이룩해왔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또한, 동북아 균형전략이라는 미국의 전략적 이해에도 부합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굳건한 한미동맹을 위해서라도 방위비분담금은 서로가 납득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조정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동맹이 상호적이라는 사실을 증명해야 합니다.
어떤 국가전략도, 안보기반도 양국 국민의 상호신뢰와 지지 속에서 유지되고 담보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저의 두 번째 제안입니다.

여러분께서도 한미동맹의 건강한 미래, 굳건한 한미관계의 바람직한 발전을 위해 힘을 모아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1871년, 독일의 첫 통일을 달성한 비스마르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역사를 스쳐가는 신의 옷자락을 잽싸게 잡아챘다” 
1990년, 다시 독일 통일을 이뤄낸 헬무트 콜 총리도 같은 말을 했습니다. 
2018년부터 한반도를 스쳐가고 있는 “신의 옷자락”, 어쩌면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를 그 “신의 옷자락”을 우리는 반드시 붙잡아야 합니다.

그 중심에 남북정상이 합의한 ‘2032년 서울-평양 공동올림픽’ 유치가 있습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이 한반도에 평화의 바람을 몰고 왔듯이 
2032년 서울-평양 공동올림픽은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를 불러올 것이라 확신합니다. 
한반도의 평화는 동북아시아의 평화로 이어질 것이고 이는 다시 세계 평화로 확산 될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서울-평양 올림픽 유치결정은 2021년,
혹은 2022년에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평양과의 공동개최를 위해서는 지금 당장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 평화분위기 조성이 필요합니다.

5. 평화를 향한 서울의 제안3 - 북한과 한-미 군사훈련 잠정중단

이에 저는 2020년을 서울평화프로세스의 원년으로 삼아, 국제사회에 세 번째 제안을 하고자 합니다.

올해 7월 일본 동경에서 열리는 하계올림픽의 평화적 개최를 위해 지금부터 2022년 북경 동계올림픽기간까지 한반도 일대에서 
북한과 한-미 정부 모두에게 군사훈련을 포함한 일체의 긴장고조와 적대행위들을 잠정적으로 중단하기를 제안합니다.

이러한 평화의 기조위에 남북단일팀으로 구성된 선수단이 동경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도록, 그리하여 이념과 갈등을 뛰어넘는 전 세계인의 스포츠축제가 될 수 있도록 유엔과 국제사회가 협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평화생태계를 살리고 유지하려는 서울의 노력에 동참해 주십시오.

저는 평화야말로 모든 갈등을 해결하는 출발선이자 종착점이라는 확고한 믿음이 있습니다. 
2020년 한반도 상황의 창의적 전환을 위해 서울이 시작하겠습니다. 

10월 중순을 서울평화주간으로 선포하겠습니다.
이미 유치가 결정된 노벨평화상수상자회의를 통해 한반도에서 세계로 강력한 평화의 메시지를 발신하겠습니다.
또한 서울평화포럼 개최를 통해 세계의 현인들이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를 실현할 지혜를 나누겠습니다.
동시에 1985년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에 울려 퍼졌던 감동적인 휴머니즘의 노래, 라이브 에이드(Live Aid)를 2020년 서울의 상암 월드컵스타디움에서 평화의 노래로 재현하겠습니다.
그리고 평화를 애호하는 국제 시민사회와의 개방적 연대와 협력을 강화하겠습니다.

서울이 세계의 평화와 인류의 번영에 기여하는 보편적 가치를 실천하는 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여러분도 평화를 향한 서울의 초청에 응해 주시기 바랍니다. 
서울평화프로세스의 실현을 위해 지혜를 나누어 주시고, 응원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6. 서울의 도전

거대한 꿈과 불굴의 의지, 포기하지 않는 도전정신이 오늘날 세계 최강의 미국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미국은 인권과 평화, 민주주의의 보편적 가치를 전 세계에 전했습니다. 
우리 대한민국 역시 일제로부터의 해방, 독재 극복, 그리고 놀라운 경제성장을 미국의 협력과 동맹의 기반 위에서 이룰 수 있었습니다.
그 위대한 정신과 강력한 동맹은 지금도 그렇고 미래에도 지속될 것입니다.
이를 기반으로 열어갈 한반도 평화는 곧 동북아 평화로 그리고 세계 평화로 이어질 것이라 확신합니다.
저를 포함해 한국의 어느 누구도 이를 의심하지 않을 것입니다.

여러분들께서 평화를 향한 서울의 도전에 관심과 격려, 우정 어린 조언으로 함께 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2020년이 평화의 원년으로 기록될 수 있도록 평화를 향해 함께 나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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