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별만 알았지, 꽃이 마르면 어떤 모습인지 몰랐지."

‘여자는 울지 않는다’를 함께 만든 사람들_김하늬 음향오퍼, 박주영 조연출, 형사2(문경태), 남편(한상우), 피해자(김유민), 남편(장석환), 의부(강승민), 형사1(박진호), 김광보 대표, 청우 단원, 박혜선 연출, 여자(이희순), 엄마(문경희) /ⓒAejin Kwoun
‘여자는 울지 않는다’를 함께 만든 사람들_김하늬 음향오퍼, 박주영 조연출, 형사2(문경태), 남편(한상우), 피해자(김유민), 남편(장석환), 의부(강승민), 형사1(박진호), 김광보 대표, 청우 단원, 박혜선 연출, 여자(이희순), 엄마(문경희) /ⓒAejin Kwoun

[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민감하고 민감한 성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주변인의 심리를 생략의 과정과 절제된 대사를 통해 세심하고 진지하게 고민하고 표현한 연극 <여자는 울지 않는다>가 지난 3일부터 19일까지 대학로 예술공간 혜화에서 사회 속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지를 고민하게 만들며 가슴 깊은 속 울림을 전하고 있다.

여자의 남편이 연쇄성폭행 용의자로 몰렸다. 그리고 남편의 알리바이를 증언한 여자는 과거에 성폭행 피해자이기도 했다. 남편이 범인일까? 여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걸까? 그녀의 과거가 현재에 영향을 미친 걸까? 사회적 문제 때문일까? 여자가 뭔가 잘못 한 걸까? 여자는 결국 모든 것이 가능성으로만 남은 상황에서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완결 지으려 한다.

‘여자는 울지 않는다’ 공연사진 /(제공=극단 청우)
‘여자는 울지 않는다’ 공연사진_형사2(문경태), 형사1(박진호) | 성폭행에 대해 조사를 하는 형사들...그들은 성감수성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반드시 필요할 것 같다. /(제공=극단 청우)
‘여자는 울지 않는다’ 공연사진 /(제공=극단 청우)
‘여자는 울지 않는다’ 공연사진_남편(장석환), 남편(한상우), 여자(이희순) | 별을 좋아해서 지하에서도 별을 보고 싶다던 그는...내가 알고 있던 그는... /(제공=극단 청우)
‘여자는 울지 않는다’ 공연사진 /(제공=극단 청우)
‘여자는 울지 않는다’ 공연사진_여자(이희순), 엄마(문경희), 의부(강승민) | 그녀에게 두 사람은...어떤 존재일까? /(제공=극단 청우)
‘여자는 울지 않는다’ 공연사진 /(제공=극단 청우)
‘여자는 울지 않는다’ 공연사진_여자(이희순), 피해자(김유민), 남편(한상우) | 누가 피해자이고, 또 누가 가해자일까? 피해자이면서...가해자일수도... /(제공=극단 청우)

연극 <여자는 울지 않는다>는 과거에 성폭행 피해자였던 여자의 남편이 연쇄성폭행 용의자로 몰리면서 진실과 거짓, 믿음과 비밀 속에서 진행되는 심리극이다. 아픔을 잊으려는 피해자와 자신의 행동을 묻으려는 가해자 사이에 대한 질문들이 쌓이고 이는 한 인간의 삶이 안은 오랜 고통과 그 고통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하는 의지가 더해 여운을 남긴다.

- MINI INTERVIEW -

1. 작품 <여자는 울지 않는다> 속 여자를 보면서, 어릴 적 트라우마를 겪은 이들은 어떠한 치유과정을 거치더라도, 비슷한 아픔을 겪었던 이들의 눈에는 아직은 아픈 그 이면이 보이는 듯한 그 섬세한 표현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머니와 어쩌면 같은 과정을 거치는 듯하지만 새로운 선택을 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여자의 모습은 결론은 정확히 모를지언정 시원함을 느꼈습니다. 작품 <여자는 울지 않는다>의 짧은 공연시간 동안 섬세한 감정 표현을 위해 어떤 부분들에 더 공을 들이며 진행하셨을지 그리고 층층이 숨겨진 내면으로도 느껴진 무대미술에 대해서도 듣고 싶습니다.

・박혜선 연출

대사에는 절제된 여자의 고민과 괴로움을 시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여자의 한숨, 시선과 절망을 마주하고 싶지 않은 절규 등이 절제된 언어 사이사이에서 언뜻 언뜻 보이도록 구성했고, 배우들은 이성적인 감정 컨트롤과 터트림 사이에서 조심스럽게 인물에 접근해 갔습니다. 아무래도 성폭행 피해자이자 2차 가해자가 될 수도 있는 상황에 놓인 여자의 선택에 대한 이야기이자 사회적 이슈가 되는 주제이다 보니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여자는 울지 않는다’ 무대사진 | 층층이 원근감을 보여주는 무대는 무대 위 인물들의 깊이 숨겨진 여러 속마음을 보여주는 듯 하다. /ⓒAejin Kwoun
‘여자는 울지 않는다’ 무대사진 | 층층이 원근감을 보여주는 무대는 무대 위 인물들의 깊이 숨겨진 여러 속마음을 보여주는 듯 하다. /ⓒAejin Kwoun

무대는 극장의 열악함을 좀 숨기고, 여자의 생각 속에서 나타나는 인물인 피해자와 과거 남편이 다양한 등・퇴장로를 확보하도록 하였습니다. 겹쳐진 프레임으로 기둥과 기둥 사이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올 수 있도록요. 다층적인 내면을 은유한 건 덤으로 얻어졌습니다. 상부 조명보다 사이드 조명에 의존을 많이 하면서, 심리 표현이 깊어지기도 했습니다.

2. 단어 하나하나, 어투 하나하나 신경 쓰고 말하는 듯한 작품 <여자는 울지 않는다> 속에서 연출님과 배우님들이 가장 인상 깊게 여기는 대사, 그리고 그 이유를 들려주세요.

‘여자는 울지 않는다’ 박혜선 연출 /ⓒAejin Kwoun
‘여자는 울지 않는다’ 박혜선 연출 /ⓒAejin Kwoun

・박혜선 연출

여자가 자신이 이루었던 모든 것을 버리고, 태아의 미래에 떳떳해지기 위해, 엄마와는 다른 삶을 위해, 피해자들과의 진실한 공감을 위해 버려야 하는 것이 그녀의 인생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기에 스스로가 선택한 인생을 살 수 있게 될 것 같아서요.

‘여자는 울지 않는다’ 여자 역 이희순 배우 /ⓒAejin Kwoun
‘여자는 울지 않는다’ 여자 역 이희순 배우 /ⓒAejin Kwoun

・여자 역 이희순 배우

진심으로 현실을 바라보고, 자물쇠로 걸어잠궜던 여자 내면의 진실의 방문을 열어 직시하고 그 안을 바라보려고 하는 여자에게, 응원을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또한 제 안의 자물쇠를 저 또한 열 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열고자 하는 소망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대사였습니다.

‘여자는 울지 않는다’ 남편 역 한상우 배우 /ⓒAejin Kwoun
‘여자는 울지 않는다’ 남편 역 한상우 배우 /ⓒAejin Kwoun

・(현재)남편 역 한상우 배우

여자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극 중 장면에서 긴장감을 높여야 하는 중요한 장면이어서 특별히 기억에 남습니다.

‘여자는 울지 않는다’ 남편 역 장석환 배우 /ⓒAejin Kwoun
‘여자는 울지 않는다’ 남편 역 장석환 배우 /ⓒAejin Kwoun

・(과거 속)남편 역 장석환 배우

여자의 현 상황을 은유적으로 잘 나타내주는 대사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믿음과 진실은 차이가 있구나’라고 느낀 적도 많아서 대본을 읽을 때부터 인상 깊게 느꼈습니다.

‘여자는 울지 않는다’ 피해자 역 김유민 배우 /ⓒAejin Kwoun
‘여자는 울지 않는다’ 피해자 역 김유민 배우 /ⓒAejin Kwoun

・피해자 역 김유민 배우

수많은 아픔을 나타내는 대사들이 있지만, 가장 짧은 이 대사가 절대 잊을 수 없는, 상처받은 피해자들에게 감히 잊으라 말하는 사람들을 비웃듯이, 기가 찬다는 듯이, 이젠 눈물도 말라붙어 울 수조차 없어 웃으며 치는 이 대사가 항상 마음에 꽂힙니다. 가슴 아프면서도 너무 속 시원합니다!!!

‘여자는 울지 않는다’ 엄마 역 문경희 배우 /ⓒAejin Kwoun
‘여자는 울지 않는다’ 엄마 역 문경희 배우 /ⓒAejin Kwoun

・엄마 역 문경희 배우

누구에게나 해 뜨는 아침이지만 어느 누군가에게는 아무렇지도 않게 시작하는 그 날의 아침이 지옥일 수 있을 것입니다. 타인의 고통이 그저 타인의 것으로만 치부될 때, 절망은 언제나 고통 받는 사람들만의 몫으로 남을 것입니다. 극 속에서 엄마는 ‘해 뜨는 게 보기 좋은’ 사람들과 ‘해 뜨는 게 지옥인’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조차 속이며 잊은 듯 살아내는 대부분의 약자들의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득 그것은 아물지 않은 생채기로 다시 살아납니다.

‘여자는 울지 않는다’ 의부 역 강승민 배우 /ⓒAejin Kwoun
‘여자는 울지 않는다’ 의부 역 강승민 배우 /ⓒAejin Kwoun

・의부 역 강승민 배우

성감수성이 빈약한 장년 남성의 텅 빈 사과에서 이 시대 대한민국의 빈약함이 느껴졌습니다.

‘여자는 울지 않는다’ 형사1역 박진호 배우 /ⓒAejin Kwoun
‘여자는 울지 않는다’ 형사1역 박진호 배우 /ⓒAejin Kwoun

・형사1 역 박진호 배우

훈장이라는 단어를 선택한 형사1이 공권력으로써의 우둔한 모습인 동시에, 우리가 사는 시대에 살고 있는 남자들의 모습이라 생각합니다. 남자들...혼나야 하잖아요...여자 말 잘 들어야 합니다. 형사1은 아마 모쏠일 것입니다.

‘여자는 울지 않는다’ 형사2 역 문경태 배우 /ⓒAejin Kwoun
‘여자는 울지 않는다’ 형사2 역 문경태 배우 /ⓒAejin Kwoun

・형사2 역 문경태 배우

형사2는 과거에 친했던 여자 선배인 여자가 용의자인 남편의 알리바이를 거짓증언 했다는 것을 부정하지만, 한 편으로는 또 인정하고 있는 대사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대사에 두 가지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여자가 위증을 한 것과 형사들이 여자를 수사할 때 거짓으로 덫을 놓아 수사한 것. 여자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면? 형사들이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면?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고 상처받는 사람들이 좀 더 적어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하지만 거짓말이 없었다면 이 작품도 없었을 것입니다.

3. 극단 청우와 연출님, 배우님들의 차기작 활동소식이 궁금합니다.

‘여자는 울지 않는다’ CAST_ /ⓒAejin Kwoun
‘여자는 울지 않는다’ CAST_형사2(문경태), 남편(한상우), 피해자(김유민), 남편(장석화), 의부(강승민), 형사1(박진호), 박혜선 연출, 여자(이희순), 엄마(문경희) /ⓒAejin Kwoun

・박혜선 연출

제 극단인 사개탐사의 작품을 준비 중입니다. 단원들과 워크숍을 통해 작가들이 준비해 준 창작극 개발을 준비 중입니다. 그리고 공동창작을 통해 여름에는 권리장전에서 신작을, 가을에는 단단페스티벌에서 또 다른 신작을 올릴 예정입니다. 사개탐사 단원들과 극단으로 자생할 수 있는 레퍼토리를 개발하는 게 앞으로 몇 년간 제 목표가 될 것입니다.

・장석환 배우

1월 24일부터 2월 2일까지 세종S씨어터에서 “레일을 따라 붉은 칸나의 바다로”라는 작품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김유민 배우

4월 2일부터 5일까지 서울시극단 창작플랫폼 이소연 작가님과 김정 연출님의 “최후가 마녀가 우리의 생을 먹고 자라날 것이며”에 출연 예정입니다.

・문경희 배우

여름에 창작산실 지원작 “이카이노의 눈” 공연에 출연 예정입니다.

・박진호 배우

4월 9일부터 12일까지 세종S씨어터에서 신해연 작가님과 김광보 연출님의 “악어시”라는 작품에 참여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강승민 배우

차기작은...배우의 신비감을 위해 아직 밝힐 때가 아니라서...아직은 비밀입니다.

대학로 젊은 연극인들이 1회용 소모품으로 전락되는 현실을 반대하는 이삼십 대 연극인들이 뜻을 모아 1994년 창단한 창작집단 ‘극단 청우’는 전문연출인 김광보 대표를 중심으로, ‘네가 있던 풍경’, ‘기억의 자리’ 등에서 따뜻한 시선을 보여준 이보람 작가와 ‘가지 앞의 생’, ‘리얼게임’ 등 현실과 비현실 속 경계를 그만의 색깔로 연출하고 있는 박혜선 연출과 함께 만든 창작 신작 <여자는 울지 않는다>는 짧지만 깊은 울림으로 사회 속에서 자신의 깊은 아픔을 숨기고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시간이 되기를 소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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