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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고 위험한 환경에서 그 사람의 진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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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고 위험한 환경에서 그 사람의 진가를..
질풍지경초
  • 김덕권
  • 승인 2020.01.23 0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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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얼마 안 있으면 총선(總選)이 다가옵니다. 저야 원래 중도(中道)를 지향하는 사람이라 객관적으로 총선을 바라보고 있지요.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걱정이 듭니다. 왜냐하면 우리 덕화만발 가족 중에 한 분은 자유한국당의 후보로 경선을 치릅니다.

또 한 분은 해군제독 출신으로 정의당의 ‘국민안보 특별위원장’으로 영입되어 비례대표로 출사표를 던진 것입니다. 어쨌든 두 분 다 <덕인회> 중심인물이라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꼭 당선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옛말에 <질풍지경초(疾風知勁草)>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후한서(後漢書)》 〈왕패전(王覇傳)〉에 나오는 말입니다. 광무제(光武帝) 유수의 말에서 유래한 ‘질풍지경초’는 역경을 겪어야 비로소 사람의 진가를 알아볼 수 있다는 말입니다.

광무제(光武帝) 때의 명장 왕패(王覇)는 영천(潁川)의 영양(潁陽) 사람으로 아버지가 군의 결조연(決曹掾)을 지냈으며, 왕패 역시 젊어서 감옥을 관리하는 하급 관리를 지냈으나 관직에 불만이 많았습니다. 왕패의 아버지는 아들의 재능을 인정하고 그를 장안(長安)에 보내 공부를 하도록 해 주었습니다.

후한(後漢)의 제위를 찬탈하고 신(新)을 세운 왕망의 개혁 정치가 완전히 실패로 돌아가고 오히려 사회경제가 피폐하게 되자, 각지에서 왕망 정권에 반대하는 반란군이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그러자 남양(南陽) 출신 호족으로 한 왕조의 핏줄인 유연(劉縯)과 유수(劉秀) 형제들도 한 왕조의 부흥을 내걸고 군사를 일으켰지요.

훗날 광무제가 된 유수가 영천을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이때 왕패는 빈객(賓客)들을 거느리고 와 유수를 만나 말합니다. “장군께서 일으킨 것은 의로운 군대입니다. 우리는 모두 자신의 역량을 알지 못하지만 모두 장군의 명성과 덕망을 우러르고 있으며 장군을 따르기를 원합니다.”

유수가 말합니다. “내가 꿈꾸었던 것은 어진 인재들과 함께 공업(共業)을 이루는 것이었소. 어찌 다른 뜻이 있겠소?” 이렇게 하여 왕패 등은 유수를 따라 나서게 됩니다. 그 후 곤양(昆陽) 전투에서 승리를 거둔 후 왕패는 고향으로 돌아와 부친에게 유수를 도와줄 것을 청합니다.

그의 부친이 말합니다. “나는 이미 늙어서 군대 생활을 이겨 낼 수 없으니 네가 가서 힘이 되어 주어라.” 왕패는 다시 유수를 따라 낙양(洛陽)으로 쳐들어갑니다. 유수가 대사마(大司馬)가 되자 왕패를 공조영사(功曹令史)로 삼아 하북(河北)으로 건너가 큰 공을 세웁니다. 이때 왕패를 따랐던 수십 명이 몰래 대열을 떠나기 시작하였습니다. 유수는 개탄하며 왕패에게 말합니다.

 “영천에서 나를 따랐던 사람들이 모두 떠나고 그대만이 남았소. 우리 계속 노력해 봅시다. ‘세찬 바람이 불어야 강한 풀을 알 수 있는 것’이오.(霸從至洛陽. 及光武爲大司馬, 以霸爲功曹令史, 從度河北. 賓客從者數十人, 稍稍引去. 光武謂霸曰, 潁川從我者皆逝, 而子獨留. 努力. 疾風知勁草.)”

그렇습니다. 세찬 바람이 불 때라야 강한 풀을 알 수 있습니다. 어렵고 위험한 처지를 겪어봐야 그 사람의 진가를 알 수 있는 법이지요. 우리네 인생은 역경과 난관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인간 세상은 염량세태(炎涼世態)라서 잘 나갈 때는 사람들이 구름같이 몰려듭니다.

하지만 몰락할 때는 썰물처럼 빠져 나가기 마련이지요.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 : 1786~1856)가 그린 <세한도(歲寒圖)>를 보면 공자의 이런 말씀이 적혀 있습니다. 「세한연후(歲寒然後) 지송백지후조야(知松柏之後彫也)」

그 뜻은 ‘날씨가 추워진 후라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다른 나무보다 뒤늦게 시든다는 것을 안다’는 것입니다. 마찬 가지로 집안이 가난할 때라야 좋은 아내가 생각나는 것입니다. 그리고 세상이 어지러울 때라야 충신을 알아볼 수 있는 것이지요. 어쩌면 지금 아픈 것은 우리가 아름다워지기 위함이 아닐까요?

아름다운 종소리를 더 멀리 퍼뜨리려면 종(鐘)이 더 아파야 합니다. 셰익스피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플 때 우는 것은 삼류이고, 아플 때 참는 것은 이류이며, 아픔을 즐기는 것이 일류인생이다” 라고 했습니다.

어떻습니까? 무릇 크고자하는 사람은 아파야 합니다. 그리고 마땅히 사람의 일을 하는 것입니다. 고통 없이 영광은 없습니다. 그래서 결심은 특이하게 하고, 처신은 평범하게 하는 것입니다. 또한 무슨 일이나 방심하면 이루지 못합니다. 부디 <질풍지경초>의 교훈을 잊지 마시고 두 분 다 이번 총선에 승리하시기를 진리 전에 축원 드리네요!

단기 4353년, 불기 2564년, 서기 2020년, 원기 105년 1월 23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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