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교민’, 동포(同胞)애로 따뜻하게 맞을 수는 없을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의 진원지인 중국 우한에서 귀국할 교민을 수용할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앞에서 밤샘 농성을 이어가던 주민들이 30일 오전 해산했다. 정부는 이들의 해산을 위해 결국 경찰력을 동원했다. 경찰은 경찰인재개발원 진입로를 가로막았던 농기계를 모두 밖으로 빼내고 의경을 배치하는 등 교민 수용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이곳은 전날부터 지역 주민들이 트랙터 등 농기계로 진입로를 막고 주민 30여명이 정부의 격리장소 철회를 요구하며 밤새 자리를 뜨지 않고 항의시위를 계속했다.

이에 29일 밤 9시 경 김계조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과 오세현 아산시장이 현장을 찾아 이들을 설득했으나 이들은 고성을 보내며 강력하게 항의하는 등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진천의 인재개발원 앞을 막고 있는 진천군 덕산면 충북혁신도시 주민들도 이틀째 항의 집회를 이어가고 있으나, 경찰은 오전 일찍부터 기동대원 등 경력과 경찰 버스를 투입해 인재개발원 입구를 점거, 시위대를 막고 있다고 한다. 이곳도 주민 30여 명이 전날부터 농기계 등으로 인재개발원 입구를 점거했다.

특히 이곳은 주민들이 항의하는 과정에서 현장을 찾은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에게 물병과 종이컵, 나무젓가락 등을 던지고 김 차관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며 폭력을 행사, 경찰이 제지에 나섰지만 주민 반발이 워낙 거세 쉽사리 진압하지 못했다는 '폭력 난무' 소식도 들린다.

이들은 항의 과정에서 “교민 몇 명 살리자고 주민들을 죽이려 하느냐” “우한 교민 격리수용을 결사반대한다”며 정부의 우한 교민 격리수용을 놓고 철저한 님비현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들과는 또 반대로 전염병이란 재난지역에선 탈출(?)하는 교민들을 태우고 올 비행기 승무원으로 대한항공의 노조 간부를 포함한 노조원 33명이 자원했다는 따뜻한 소식도 있다.

우한에 가는 전세기는 직항 노선을 갖고 있는 대한항공 여객기 4대, 대한한공 노동조합은 정부 요청으로 30일과 31일 하루 2편씩 총 4편 편성하는 전세기에 노조 간부들이 승무원으로 탑승한다고 밝혔다. 자원자들은 노조 객실지부 간부인 객실지부장과 객실사무차장, 대의원들이다.

애초 우한 행 전세기에 탑승하는 승무원은 탑승 교민과의 접촉으로 감염 우려가 높은 만큼 객실 승무원들이 탑승을 꺼릴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노조 간부들이 자원, 이 문제는 시원하게 해결되었다.

이 또 전세기에는 보호용 마스크가 대량 실린다고 한다. 우한 시민들에게 보내기 위해 민간단체와 기업이 함께 마련한 긴급 구호품이다. 마스크만 전염 방지용으로 200만 장, 그리고 방호복과 방호 안경 각 10만 개를 우선 준비했으나 실제로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

현재 중국의 우한에는 마스크가 부족하여 약국 등에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외신들의 보도이고 보면 이 구호품들은 중국 우한 시민들에게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우리는 지금 감염병이란 특수재난 상황에서 두 개의 민심을 본다. 그러면서 여기서 가짜뉴스가 얼마나 우리 자신과 우리의 공동체를 파괴하고 있는지도 확인한다.

실제 정부는 우한 교민들의 수용을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이 상당부분 가짜뉴스 등에 의해 부풀려진 위험성에 의존한 것이라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앞서 각종 유튜브 등과 일부 언론들은 정부가 천안 지역에 있는 국가시설로 격리장소를 하려다가 천안 주민들이 결사반대하고 천안의 국회의원 3명이 모두 민주당 소속이기 때문에 격리장소를 바꾼 것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으며, 이 뉴스들이 SNS를 통해 급격히 퍼졌다.

그러나 정부는 이에 대해 “귀국 교민 숫자 변경 때문”이라며 이들 여론에 신속 해명에 나섰다.

즉 정부는 “외교부의 당초 협의 시 150명(1.24.) → 50명(1.26.) → 694명(1.27.) → 720명(1.29. 현재)으로 변경되어 수용인원 때문에 수용 장소를 바꾼 것일 뿐 정치적 의도는 전혀 없다”고 전한 것이다.

또 정부는 “천안 우정연수원은 단국대 거점병원과 가깝고 질병관리본부와 20분 거리에 있으며 1인1실 기준 300명 가량 수용 가능한 중소규모의 연수원으로 최초에 전세기 희망자가 100명 내외일 때 검토 되었다가 700명까지 늘자 탈락한 곳”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은 800명이 수용 가능하고 진천 공무원인재개발원은 500명 가량 수용할 수 있는 1인1실에 화장실까지 있어 수용에 적합하다”면서 “천안주민들이 반대하자 아산‧진천으로 변경 지정했다는 루머는 가짜뉴스”라고 알리기도 했다.

그렇다면, 교민들을 귀국 시켜 한 곳에 집단 수용할 경우 그 인근 지역이 바이러스 오염지역이 될 가능성은 있을까? 그래서 지금 이들 지역 주민들이 반대하는 것일까? 현재 이 지역 주민들은 바로 이점 때문에 ‘노인들이 많이 산다’ ‘주변에 학교가 많아 어린이들과 청소년이 위험하다’ 등의 이유를 대고 있다.

하지만, 복지부가 밝힌 우한 교민 격리 프로세스를 살피면 이는 말 그대로 ‘우려’일 뿐이다. 복지부는 우한 교민 전세기 귀국을 발표하면서 이런 우려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해명했다.

0. 탑승 전 37.3도 이상의 발열자는 탑승이 불가합니다.
1. 비행기에서 검역을 한 번 더 합니다.
2. 탑승 후 발열자는 비행기에서 격리하고 공항에서 바로 격리병원 이송합니다.
3. 나머지 전원 전세버스에 탑승합니다.
4. 연수원으로 직행합니다. 휴게소도 안 갑니다.
5. 숙소 건물로 입장합니다.
6. 입장 후 인원 확인합니다.
7. 입장 완료 후 출입문 폐쇄합니다.
8. 14일간 관찰합니다. 14일 후 검사합니다.
9. 이상 없으면 다시 버스를 대절, 귀가시킵니다.
10. 교민들 퇴소 후 연수원 전체를 소독합니다.

이 같은 프로세스를 알리면서 이들 교민이 진천‧아산 시민과 접촉할 일이 전혀 없을 것임을 강조했다. 또 이 질병은 “비말감염으로 기침할 때 나오는 침에 바이러스가 묻어나오지만 침은 2m 전방에서 떨어지며, 공기 중에 노출된 바이러스는 곧 죽어버린다"고 알려주고 있다.

더구나 “위험증상자는 일차적으로 중국당국이 출국을 시키지 않는데다 바이러스가 공기 중으로 날아다닌다는 것은 가짜뉴스”라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가짜뉴스의 횡횡을 막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나아가 이런 가짜뉴스에 현혹되거나 부풀리는 것도 안 된다. 현재 우한 상황이라며 사람이 길거리에 쓰러지거나 의료진이 쓰러진 영상 또는 사진들을 분석한 언론보도는 이들 영상이나 사진이 우한과는 관계가 없음도 확인시키고 있다.

우리는 동포(同胞)라는 말을 즐겨 쓴다. 교민, 교포 보다 애정이 담긴 언어다. 이는 같은 배에서 나온 형제자매란 뜻이 담겨 있어서다. 우한 교민들은 우리의 동포다.

그래서다. 입장을 바꿔 내가 내 가족이 우한에 있는데, 거기서 지금 귀국을 하는데 내 조국의 어느 마을에서 오지 말라고 한다는 소리를 들으면 어떨까. 누구라도 억장이 무너질 것이다. 이에 부탁을 드린다. 아산 진천 주민 여러분들도 입장을 바꿔 고립과 공포에 지친 동포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어 주시기를…

발암물질 등 공해 물질을 배출하는 시설을 반대하는 집단 반대는 ‘님비현상’이라고들 하나 손가락질이 아니라 동조를 받는 일이 많다. 하지만, 이번 우한 교민 반대는 진짜 ‘님비현상’이다. 충절의 고장 아산과, ‘생거진천’의 땅 진천을 우리에게서 멀어지게 할 수도 있다는 점 명심해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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