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1일까지 학고재 갤러리 전시

입체적 평면성, 수묵 선맛이 나는 유화, 디지털식 시간성 구현

한국화 붓터치로 또 하나의 세계미술 주류 형성 가능성 보여줘

 

마른 도미
마른 도미

[뉴스프리존=편완식 기자] 배가른 도미가 화폭에 펼쳐져 있다. 타원형의 생선을 그냥 화폭에 옮겼다면 단순히 평면성만 강조됐을 것이다. 평면성을 쪼개니 오히려 입체성이 드러났다. 이런 아이러니는 한국화 모필 필선의 극치를 보여준다. 게다기 미처 다 펼쳐지지 않은 눈이 있는 부위는 볼록하다. 작가는 입체성을 드러내는 포인트로 삼은 듯하다. 깊이있는 공간감을 선사하고 있다. 투시도를 보는 것 같다. 한국화의 간판 스타 김선두 작가가 보여주고 있는 성취다. 서양미술의 평면성과 입체성을 한국화의 붓터치로 한 쾌에 아우르는 모습이다. ‘미술판 BTS와 봉준호’를 떠올리게 만든다. 김선두 작가의 이같은 야심찬 작업이 3월1일까지 학고재 갤러리에서 선보인다.

별을 보여드립니다-해바라기
별을 보여드립니다-해바라기

장지 위에 분채를 수십 차례 올려 깊은 색을 우려내고 있는 작가는 이번엔 유화작업에도 도전했다.유화로 그린 ‘별을 보여드립니다-해바라기’작품은 서양화의 붓과 물감을 썼지만 수묵필법의 맛이 나 새로운 버전의 유화라 할수 있다. 어딘지 모르게 한국적 장단이 어른거리는 BTS의 음악을 연상시킨다. 봉준호 영화를 보면서 세계인들이 ‘뭔가 괜찮은데’라고 반응을 보이는 맛이기도 하다. BTS 배후에 미학적 안목이 뛰어난 방시혁이 있듯이, 영화 기생충엔 봉준호가 있다. 같은 방식으로 한국미술의 배후엔 김선두가 존재한다. 그런 방식으로 한국미술은 세계미술의 주류에 서야 한다.

느린풍경-덕도길
느린풍경-덕도길

이런 모습은 작품 ‘느린풍경’에서도 볼 수 있다.  화면 속 반사경이 지나온 길과 나아갈 길을 동시에 비추고 있다. 작가는 그동안 시간성을 꾸준히 추구해 왔다. 초기에는 화폭 가장자리에 월화수목금이라는 한자을 써 놓기도 했다. 사실 모더니즘 이전의 회화에서 시간은 원근법에 따라 하나의 점으로 고정된 영원히 변하지 않는 절대적 찰나의 시간이었다. 인상주의 화가들은 시간의 흐름으로 파생된 빛의 변화를 색채로 보여주려 했지만 이 역시 시간을 정지의 상태로 만드는 것이었다. 이처럼 회화는 언제나 과거가 흔적으로 존재하는 정지의 순간만이 존재하는 시간이었다. 미니멀리스트에 이르러 작품과 관객과의 몸의 경험인 상대주의적 시간성이 나타난다. 이는 순간적 체험이 아닌 시간의 지속으로 이어지는 경험이다.며, 비디오 아트는 시간의 늘임과 줄임을 통해 기존의 시간성이 가지는 고정관념을 파괴했다. 디지털 매체는 시간성의 조작을 더욱 용이하게 해줬다. 과거 현재 미래로 흐르는 시간을 비선형적으로 만들어 버리는 사건성의 시간성이다. 들뢰즈는 디지털 이미지는 과거, 현재가 혼합되는 크로노스의 시간과 아이온(시간의 계속, 영원) 의 시간 사이에 존재하는 잡종화되어 있는 시간성이라고 했다. 시간의 무한한 변용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김선두 작가는 반사경이라는 매체를 통해 지나온 풍경(과거와 현재)과 다가올 풍경(미래)을 동시에 보여줌으로써 들뢰즈식 잡종화된 시간성을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시대 시간성마저 소화해 내고 있는 것이다. 영상작업 도전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세계미술,이 시대의 미학 중심부에 들어서고 있는 셈이다. 김선두 작가의 행보에 미술계가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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