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가 3월 1일에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한 가운데, 그가 발표한 정치 로드맵이 과연 새로운 것인가에 대해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안철수는 신당 창당을 발표하면서 ‘작은 정당, 공유정당, 네트워크 정당’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 후 수많은 평가가 나왔는데, 대체적으로 ‘아직도 모호성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말이 지배적이었다. ‘작은 정당’을 표방했지만 ‘작은’이란 관형어가 주는 의미가 애매하고, 또 실제로는 큰 정당을 이루고 싶다는 욕망의 표현 아니겠느냐는 조롱 섞인 비판도 나왔다.

안철수 딴에는 작은 정당으로 큰 힘을 발휘하겠다는 뜻이겠지만 그런 식의 표현으론 국민들에게 공감을 줄 수 없다. 안철수가 말한 거대 양당의 폐해를 과연 작은 정당이 막아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오히려 거대 양당을 이길 수 있는 새로운 큰 정당을 만들어야겠다는 표현이 더 솔직했을 것이다.

안철수는 또 “공유 정당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역시 피부에 와 닿지 않는 표현이다. ‘공유’란 함께 나누는 것인데, 사실상 하나마나 한 말이다. 주변 사람들과 공유하지 못하면서 도대체 누구와 무엇을 공유한다는 것인지 실소가 인다.

주지하다시피 안철수는 지금 곁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공유를 잘 했다면 그랬을까? 오직 자기가 아니면 안 된다는 독불장군식 아집이 주변 사람들이 모두 떠난 기제로 작용했다는 것을 안철수 자신만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안철수가 말한 ‘네트워크 정당’도 이미 민주당이 실현하고 있다. 인터넷 플랫폼을 통한 네트워크 정당은 오래 전 문성근 ‘백만민란’ 대표가 시도한 바 있고, 지금은 민주당이 일부를 차용해서 실현하고 있다. 당원 모바일 정책 결정이나 투표가 좋은 예다.

이렇듯 안철수는 뭔가 새로운 것을 내놓을 듯하면서도 알고 보면 전혀 새로울 게 없는 말만 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김종배 시사평론가가 KBS ‘사사건건’에 출연해 "안철수는 이월상품을 신상품으로 팔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겠는가.

안철수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예를 들며 마치 자신이 마크롱이라도 된 듯 말했지만 경우가 다르고 상황도 다르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마크롱을 그렇게 좋아했으면 프랑스로 유학가지 왜 독일에 머물렀는지도 의문이다.

귀국 후 문재인 정부에 독설을 퍼붓고 있는 안철수의 사나운 입도 그나마 남아 있는 중도층을 의아하게 하고 있다. 안철수는 “문재인 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자기 편 먹여 살리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가 국민분열에 앞장선다고 비판했으나 정작 자신이 분열을 획책한 것이어서 모순이다.

문재인 정부가 무슨 돈으로 누구를 먹여 살렸다는 것인지 기가 막히다. 서민들에게 주어진 복지가 자기편 먹여 살린 것인가? 청년들의 일자리를 위해 투자하는 게 자기편 먹여 살리는 것인가? 그래놓고 자신은 4차산업에 투자하겠다고 하니, 혹시 자기 편 먹여 살리려고 그런 것인가?

안철수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가지고도 “국민의 생명을 못 지키는 정부는 존재 가치가 없다”며 문재인 정부를 공격했다. 중국에 확진자가 2만 명에 가깝고 300명 이상 사망한 것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확진자가 20명 내외고 아직 사망자도 없다.

그 정도면 문재인 정부가 방어를 잘한 것인데도 마치 문재인 정부가 잘못 한 양 정치공세를 퍼붓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때 신종인플렌자가 발생해 수백 명이 죽었을 때, 박근혜 정부 때 메르스가 발생해 수십 명이 죽었을 때 안철수가 뭐라고 비판했는지 조사해 볼 일이다.

안철수 딴에는 2016년의 향수를 잊지 못하고 자신이 나서면 중도층이 대거 지지해 줄 거라 착각하고 있지만 현실은 전혀 딴판이다. 우리나라 정치 현실상 선거가 다가올수록 유권자들은 양 진영으로 모이게 되고 무당층은 아예 투표를 하지 않아 안철수 신당이 지역구에서 당선자를 내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다. 오죽했으면 자신도 지역구에 출마하지 않을까.

소위 안철수 신당이 총선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몇 석 얻을지 모르지만 그것 가지곤 국회에서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작파할 것이다. 결국 안철수는 자한당으로 가 차기 보수 대선 후보를 노릴 것이지만 과연 황교안과 유승민이 가만히 있을까?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안철수 혼자 김치국 먼저 마시고 있으니 한심하다 못해 불쌍해 보이기까지 한다.

결국 내년 총선은 진보층에서는 민주당, 정의당, 호남신당(박지원+정동영+손학규)이 3파전을 할 것이고, 보수층에선 자유한국당, 우리공화당, 새로운 보수당, 김문수 신당, 정광훈 신당 등이 경합을 벌일 것이다. 보수 통합은 물건너 가고 선거연대 정도 할 것이지만 그 효과가 미미할 것이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안철수 신당은 보수표 일부만 갉아 먹어 오히려 민주당에 유리하게 될 것이다. 불의에 중도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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