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사현정

파사현정(破邪顯正)이란 말이 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입니다. 그릇된 생각을 버리고 올바른 도리를 행함을 이름이지요. 사악(邪惡)하고 그릇된 것을 깨뜨리고(破邪) 바른 것을 드러낸다(顯正)는 깊은 뜻을 지닌 이 말이 얼마나 좋은가요?

그럼 사악함은 무엇을 가리킬까요? ‘간사하고 악함’을 가리키는 이 말은 첫째, 자기의 이익을 위하여 나쁜 꾀를 부리는 등 마음이 바르지 않다는 것이고, 둘째는 원칙을 따르지 아니하고 자기의 이익에 따라 변하는 성질이 있는 것을 가리킵니다.

원래 파사현정은 중도(中道) 또는 공(空)을 드러낸다는 불교용어입니다. 수(隋)나라 길장(吉藏 : 549~623)이 지은 『삼론현의(三論玄義)』에 나오는 말로, 파사(破邪)와 현정(顯正)이라는 이문(二門)의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파사는 중도를 추구함을 목적으로 합니다. 그리고 현정은 ‘파사즉현정(破邪卽顯正)’, 즉 파사 자체가 올바름을 드러내는 것이 현정이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파사현정은 부처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악한 생각을 버리고 올바른 도리를 따른다는 의미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는 타파하고 배척할 생명체는 없이 모두 존귀한 존재입니다. 하지만 자비가 널리 번지는 것을 막는 사악한 마군(魔軍)이는 타파해야 하는 존재가 아닐까요?

초기불교의 《아함경(阿含經)》에서 고타마 부처님은 <37도품(三十七道品)>을 설하셨습니다. ‘깨달음(道 · 菩提)에 이르는 37가지의 법'을 말하지요. 여기서 파사현정은 삿된 것은 파괴하고 올바른 것은 드러내는 수행법은 ’37도품‘에서 ’사정근(四正勤)‘에 해당합니다.

4정근은 크게 나누면 선은 드러내고 악은 제거한다는 의미입니다. 4정근을 다시 4부분으로 나누면, ‘드러난 선은 더더욱 키우고 드러나지 않은 선은 드러나게 하며, 드러난 악은 제거하고 드러나지 않은 악은 드러나지 않게 하는 노력’을 말합니다.

불교의 목적은 행복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허무해 지는 것이 목적이 아니지요. 그 중에도 가장 큰 행복은 바로 열반(涅槃)입니다. ‘열반’이란 마음의 오염된 상태가 다 제거된(滅盡)의 상태입니다. 그래서 ‘멸진열반(滅盡涅槃)’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물론 불교에서 추구하는 행복이란 세속의 이기적인 행복과는 다릅니다. 모든 존재는 고통은 피하고 행복은 추구하는 것이 공통사항입니다. 사람도 그렇고, 동물들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왜 행복을 그렇게 바라고 추구하는데 고통이 온 세상에 가득할까요?

누구나 다 행복을 바라지만,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기 때문에 고통이 가득한 것입니다. 마음이 오염돼서 악에 물들게 되므로 그 결과로 고통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그 오염된 마음을 정화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즉, 그 마음을 정화시키는 것이 수행입니다.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바로 수행입니다. 마음을 다스려야 하나의 대상에 계속 집중할 수 있습니다. 마음을 다스리지 못해서 고통이 발생합니다. 우리의 마음은 다스리지 않으면 그냥 마음에 끌려 다니게 됩니다. 충동적으로 끌려 다니지요. 그래서 화를 쉽게 내고 그 결과 나쁜 일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그럼 충동적으로 끌려 다니는 이 마음을 어떻게 다스리는 것인가요? 마음을 요란하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음을 어리석게 하는 것이며, 마음을 그르지 않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걸 우리는 삼학수행(三學修行)이라 합니다. 정신수양 · 사리연구 · 작업취사 이것이 삼학입니다.

마음을 그냥 내버려두면 온갖 고통이 발생합니다. 마음이란 너무나 충동적입니다. 그래서 이 마음을 미친 원숭이나 힘센 코끼리로 비유합니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날뛰는 게 마음입니다. 또 화가 났을 때는 힘센 코끼리처럼 온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살인까지 합니다.

4정근도 삼학수행도 다 마음을 다스리는 훈련으로 파사현정하는 방법입니다. 지난 1월 25일 기독교의 한 목사가 주도하고 있는 광화문 집회를 정치세력화해, 기독교 정당을 통해 원내 진출을 도모한다고 기염을 토했습니다. 이것이 현정(顯正)일까요? 파사(破邪)의 대상일까요?

거짓과 탐욕, 불의와 부정이 판치는 세상을 바로 잡아야 합니다. 파사현정을 구현해야만 이 세상에 사악함이 사라집니다. 우리 정당한 일은 아무리 하기 싫어도 죽기로써 행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부당한 일은 아무리 하고 싶어도 죽기로써 아니하는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염원하는 파사현정의 길이 아닐 런지요!  

단기 4353년, 불기 2564년, 서기 2020년, 원기 105년 2월 6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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