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와 백로.(출처=http://cafe.daum.net/ilovebrahms)
까마귀와 백로.(출처=http://cafe.daum.net/ilovebrahms)

좋을 때는 자기 간이라도 내 줄 것처럼 온 세상을 받아 드릴 것 같이 너그럽게 포용하다가도 자기 생각에 동조하지 않거나 자신의 마음에 벗어나면 돌아서서 온갖 험담을 늘어놓고 옹졸해 지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많이 본다.

고려 말 조선 초에 걸쳐 문신이었던 ‘이직’이 지은 시조 편에 “까마귀 검다하고 / 백로야 웃지 마라 / 겉이 검은 들 속조차 검을소냐 / 겉 희고 속 검은 이는 너뿐인가 하노라”란 시조가 있다.

이직은 16세의 나이로 문과에 급제할 정도로 영리하고 총명했다. 나중에 이성계를 도와 조선 개국에 공을 세웠으나 두 임금을 섬기지 않는다는 고려충신파와의 사이에 비아냥거림의 시조이다.

또한 백로는 겉이 희다. 그러나 속까지 희지는 않을 테고, 까마귀는 비록 겉이 검으나 속까지 검은 것도 아닐 것 같다. 겉은 검어도 속은 백로보다 똑똑하고 영리한 것이 까마귀 아닐까?

우리가 사는 사회에 겉은 백로처럼 희고 속은 까마귀처럼 검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정치인, 기업인, 사회단체, 각종 친목모임등에서 보면 자기만 잘났고, 자기말만 옳고, 남의 말이나 의견은 묵살하고 온갖 비열과 비굴한 것은 혼자 다 하면서 자신은 백로인 냥 행세하며 위선을 떠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겉 희고 속 검은 것 보다 겉은 검어도 속은 흰 양심으로 살면 대우받는 것은 당연하다. 주위를 살펴보면 겉은 고급차에다 번드레하게 꾸미면서 말은 청산유수같이 잘하고 성인군자처럼 행세하며 돌아서서 온갖 남의 험담과 이권을 챙기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백로는 한쪽다리로 서 있어도 몸은 똑바로 지탱하며 자신의 몸 균형을 잃지 않는다. 정신이 똑바르지 않고는 자신의 몸을 지탱할 수 없듯이 겉이 희면 속도 희게 살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는 것이 세상사이고보면 아쉬운 부분이 많다.

월세 방에 살아도 자동차는 벤츠이다. 카드할부를 쓰면서도 옷은 이태리 브랜드로 치장하면서 칼국수를 먹어도 이쑤시개를 다섯 개씩 쥐고 나선다. 목욕하면서 비누칠할 때 샤워꼭지를 틀어 놓는 못난 행동을 우린 흔히 보고 산다.

기차역 부근에서 소주 열병씩 땅바닥에 깔아놓고 털썩 주저앉아 마시면서 트럼프가 나쁘다느니, 김정은이가 나쁘다느니 하면서 횡설수설하는 노숙자도 사람은 분명한데 그들 입에서 왜 미국대통령이 나오나? 배꼽 잡을 일이다.

지금 자신의 당면과제인 숙소부터 마련하는 것이 순서인데 어째서 멀고먼 보이지도 않는 미국 대통령을 욕할 시간이 없지 싶다. 그들은 겉도 검을 뿐만 아니라 속까지 검게 보인다. 들추어내기 불필요한 사안임은 분명하지만 노숙자 삶의 궤적과 현실을 책망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제천시가 지금 그 꼴이다. 대립과 분열, 반목으로 시민정서는 바닥수준을 엉금엉금 기어가고 있으며 서로 헐뜯고 할퀴고 지나간다. 내가 잘났고 너는 못났다. 너는 무식하고 나는 똑똑하다. 아부와 아첨이 과장과 국장자리로 넘어간다. 친구는 국장, 동창은 과장이다. 끼리끼리 잘도 해먹는다.

풀어야할 숙제를 어떻게 할 텐가? 과연 누가 슬기롭게 극복할 것이며 14만도 안 되는 소도시의 분열을 봉합하고 진정성 있는 시민의 참된 행복시대 문을 활짝 열어줄까? 겉은 검어도 된다. 속만 흰 사람, 제발 나오라고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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