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앞두고 이명박근혜 정권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4관왕의 쾌거를 이루고 세계적인 찬사를 받으면서 자유한국당이 봉 감독과 관련한 공약을 봇물처럼 쏟아내면서 조롱을 받고 있다.

황교익(왼쪽) 씨와 강효상
황교익(왼쪽) 씨와 강효상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는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봉준호 감독과 출생지 같다고 지연을 디미는 강효상 의원님. 학연으로 국가기밀문서를 유출케 하여 공무원 인생 망친 고교 후배는 잘 챙기고 있는지요"라로 강 의원을 일침했다.

앞서 대구 달서구병이 지역구인 강효상 자한당 의원은 지난 11일 대구 신청사 옆 두류공원에 '봉준호 영화박물관'을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이날 원내대책회의 공개발언에서 봉 감독이 대구 출신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CJ그룹의 지원도 함께 언급했다.

강 의원은 "봉준호 감독은 대구 출신"이라며 "저도 동시대에 그 이웃 동네에서 학교를 같이 다녔다. 대기업인 CJ그룹의 지원이 없었더라면 오늘날과 같은 쾌거가 있었을까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라고 연결고리를 지었다.

봉 감독이 이번에 아카데미 4관왕에 오른 가운데 강 의원의 이같은 발언은 영화 기생충에 '기생'하려는 지나친 '숟가락 얹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구 지역 출마를 준비 중인 다른 자한당 의원들도 이 같은 '봉준호 띄우기'에 너도 나도 합류했다.

대구 남구의 배영식 예비후보는 영화‧카페거리를 조성하고 심지어 봉준호 동상과 영화 기생충 조형물설치, 봉준호 생가터 복원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까지 했다.

김규환 의원은 '고향 사람 모두가 응원하고 있다'는 글을 올렸고, 곽상도 의원은 봉 감독이 대구 남구에서 자란 점 등을 언급하며 영화관 등 문화시설 확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대구 중‧남구 장원용 예비후보는 “봉 감독 업적을 기리는 기념관을 그가 태어난 남구 대명동에 건립하고, 봉 감독이 3학년까지 다닌 대명 5동 남도초등학교 인근 대명 2공원을 ‘봉준호 공원’으로 개명해 제2, 제3의 봉 감독을 배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는 공까지 걸었다.

네티즌들은 자한당의 전신이 새누리당이라는 사실을 상기했다. 이들은 봉 감독과 '기생충'에서 섬뜩한 하류층 아버지 역할을 맡은 송강호 배우가 박근혜 정부 때 문화계 블랙리스트였다는 점을 다시 떠올리며 '언감생심' 총선용 공약에 불과하다고 비꼬았다.

코앞에 다가온 4.15 총선 전에 문화계 유명 인사들을 지역 연결고리로 어떻게든 띄워보려는 정치적인 공략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앞서 CJ 그룹 이미경 부회장도 박근혜 정부 당시, 영화 '광해'와 '변호인'에 투자했다는 이유로 경영 퇴진 압박을 받았던 바 있다.

전우용 역사학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자기들 정권이 봉준호를 포함한 문화예술인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괴롭힌 일에 대해 머리 숙여 사죄하는 게 먼저”라며 “아베가 김구 동상 세우겠다는 것과 다른 점이 뭔지(모르겠다)”고 비꼬았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블랙리스트가 계속됐다면 '기생충'은 오늘날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라며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에 대해 "한국 민주주의 승리"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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