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지휘를 이용해 강원랜드 채용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해 채용 청탁을 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이 13일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선고공판 출석하는 권성동 = 강원랜드에 영향력을 행사에 채용 청탁을 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이 13일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선고공판 출석하는 권성동 = 강원랜드에 영향력을 행사에 채용 청탁을 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이 13일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최근 KT 특혜채용과 관련해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됐던 김성태 자한당 의원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데 이어 권 의원까지 무죄가 나오면서 정치인들의 ‘특혜채용’을 바라보는 재판부의 시각과 검찰의 기소의지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검찰이 입증을 못한 것이 아니라 안한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검찰개혁의 목소리가 더 높아지고 있다.

권성동 의원이 항소심 선고 후 기자들과 만나 "야당 유력 정치인에 대한 정치탄압"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데 대해 안미현 전주지검 검사는 권 의원을 향해 “사람이길 포기하지 말라”고 일침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는 이날 업무방해와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된 권 의원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형사 재판은 결국 검사가 입증 책임을 지는 것으로, 검사가 법관의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하지 못했다"고 무죄 이유를 밝혔다

안 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사람이길 포기하지 마시길...'이라는 제목으로 "검찰에서 신청한 증인들은 모두 받아주질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느 정도 재판 결과가 예상되었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이 사건은 2018년 10월 안미현 검사가 춘천지검 검사로 있을 때 수사외압을 폭로해 공론화 됐다. 그가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를 진행할 때 최종원 당시 춘천지검장이 수사 조기 종결을 지시했고, 그 배후에 권성동, 염동열 자한당 의원, 모 고검장, 검찰 수뇌부 등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안 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공판중심주의를 지향한다면서 증인의 진술을 직접 법정에서 들어보시라는 요청을 거절한 재판과정을 보면, 권의원은 소환 시도도 힘들었고, 기소 과정도 힘들었고, 재판과정도 힘들었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권의원이 힘든 게 아니라 수사하고 재판에 관여한 검사가 힘들었고, 강원랜드 채용절차에서 탈락한 지원자들이 그 과정을 지켜보며 답답하고 울화통이 터져 힘들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내가 대검과 충돌한 지점은 증거가 부족함에도 권 의원을 기소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더 증거를 확보할 수 있도록 계좌영장, 압수영장을 청구하게 해 달라는 것, 권 의원과 보좌진을 조사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덧붙여 "증거를 모으게 해 달라는데 증거가 부족해서 증거를 수집하기 위한 수사가 안 된다니 이게 무슨 말인가?"라고 개탄했다.

안 검사는 "재판은 실체적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보는데 과연 권의원 재판은 그러하였는지 의문"이라고 되물으며 권 의원을 향해 "재판과 무관하게 누구보다 잘못을 한 당사자 자신은 자기의 죄를 잘 알터"라고 꼬집었다.

안 검사는 강원랜드 채용비리의 점수 조작 등에 관여한 강원랜드 관계자들에 대해 지금까지의 재판결과를 요약해 올렸다.

강원랜드 인사팀장이 작성한 청탁자 파일에 권성동 의원과 같은 혐의로 실형 선고받은 김흥집 강원랜드 사장과 염동열 의원, 문화관광체육부 A 사무관, B 강원랜드 감사위원장 모두 기재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무죄 선고받은 권성동 의원이 있었다.

파일에는 강원랜드 관계자로 사장(김흥집) 징역 3년 실형, 인사팀장 징역 1년 실형, 주요 청탁자로 염동열 의원 징역 1년 실형, 문광부 사무관 A 징역 2년 실형, 강원랜드 감사위원장 B 징역 1년 실형, 권성동 의원만 무죄로 기재되어 있었다.

안 검사는 이런 결과를 두고 "과연 염동열 의원과 달리 권성동 의원은 청탁대상자가 의원과는 무관한 자들이어서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일까?"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안 검사는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 수사과정에서 청탁대상자 중 가장 좋은 자리로 부정채용된 사람은 곧바로 과장직으로 채용된 권 의원의 비서관 C"라고 지적했다.

안 검사는 "C는 2013년 12월 24일까지 권 의원의 비서관으로 근무하다 불과 3일 후인 2013년 12월 27일 강원랜드 과장직으로 최종 합격(부정채용)하였고, 이러한 부정채용은 강원랜드 사장(김흥집)의 유죄 판결문에서도 인정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안 검사는 이같은 사실을 페이스북에 올리고 정치 탄압으로 호기를 잡는 권 의원을 향해 "옛말에 '부끄러운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며, 옳고 그름을 아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라 했거늘"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안 검사는 "어찌 정치탄압을 운운하며 아직도 자신이 한 잘못에 대해 부끄러움도 모르고 옳고 그름이 뭔지 모르는 언행을 일삼나"라며 "부디 사람이길 포기하지 마시고, 이제라도 자신으로 인해 합격했어야 했음에도 억울하게 불합격한 분들께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오현주 정의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청탁받은 사람은 있는데 청탁한 사람이 없다는 법원의 논리는 실망을 넘어 참담함을 자아낸다”며 “이쯤되면 검찰은 희대의 청년사기극인 강원랜드 채용비리를 눈감고 수사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또한 이러고도 재판부는 공정과 정의로운 판단이라는 말을 입에 올릴 수 있는가. 사법부는 도대체 누구의 눈치를 보고 있나. 사법부가 진정 두려워해야 할 것은 국민들의 서슬 퍼런 분노라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라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2018년 2월 최흥집 강원랜드 전 사장의 대포폰을 확보했다. 최 전 사장은 검찰에서 윗선의 부당한 개입이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MBC 뉴스 갈무리
MBC 뉴스 갈무리
MBC 뉴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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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취재결과 이 대포폰에는 '현직 고검장을 통해 검찰 수사를 종결시키자'거나 '권성동 의원과 사건 관련 통화를 여러 번 했다'는 취지의 대화가 담긴 통화 녹음 파일이 들어 있었던 걸로 확인됐다.

안미현 검사는 이후 최흥집 전 사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해 이 부분에 대한 본격수사를 벌이려 했지만 대검이 이를 번번이 막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안 검사가 올린 두 차례의 영장 청구 보고를 대검은 별다른 설명도 없이 잇따라 반려했다. 안 검사는 결국 최흥집 전 사장에 대해 네 번째 영장 청구 계획을 보고하고 나서야 대검의 승인을 얻어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최 전 사장을 구속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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