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모태솔로 공익근무요원과 책으로만 연애를 배운 학구파 귀신들의 곡소리 나게 오싹한 ‘원귀 인연 맺어주기’ 프로젝트, 낭만희극 <조선궁녀연모지정>이 지난 5일부터 오는 16일까지 대학로 후암스테이지 1관에서 관객들에게 유쾌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서울특별시 은평구 진관동에 위치한 이말산 묘역길에 이상한 사고가 잇따르고, 은평구청은 이로 인해 매년 주최하는 은평구 걷기 대회를 취소한다. 행사를 담당하던 ‘현아’가 고민에 빠지자 ‘현아’에게 관심이 있던 공익근무요원 ‘대연’은 ‘현아’의 고민을 해결해주기 위해 홀로 묘역길에 오른다. 묘역길을 떠돌던 원귀 ‘연화’를 비롯해 조선시대 내시와 상궁 귀신들을 만나게 된 ‘대연’은 ‘현아’를 위해 그들의 한 풀어주기 프로젝트에 돌입하게 된다.
극발전소301의 연출부이자 극단 몽중자각의 대표로 활발히 활동 중인 김성진이 극을 쓰고 연출한 퓨전 사극 로맨틱 코미디 <조선궁녀연모지정>은 은평구에 실제 위치한 이말산 ‘내시묘역길’을 소재로 극적 상상력을 더했다. 한 번도 연애를 해 본 적 없는 공익근무요원이 산 속에서 한 번도 연애를 해 본 적 없는 귀신들을 만나 원귀의 사랑을 되찾아주려 고군분투하며 벌어지는 한바탕 소동들이 유쾌하게 전개된다.
200년 동안 구천을 떠돈 조선시대 구중궁궐 출신의 귀신들은 생각보다 현대의 시대에 잘 적응한다. 편의점에서 1+1 행사를 이용해 물을 공수하고, 글로벌 시대에 맞춰 적당한 외래어도 구사한다. 제각기 개성 넘치는 매력의 캐릭터들이 힘을 모아 원귀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머리 싸매고 연애이론서들을 섭렵하고 어설픈 역할극으로 실습을 하는 모습은 너무도 진지하고 열정적이어서 시종일관 큰 웃음을 선사한다.
크게 웃고 떠드는 과정 속에 과거 궁궐 안 이뤄질 수 없었던 비극적 사랑이야기가 극중극으로 재현되며 관객들에게 긴장감을 더해 준다.
무섭거나 음침하고 해를 끼치는 귀신과는 전혀 다른 '선한' 귀신의 존재는 이제 관객들에게도 익숙한 소재일 것이다. 그리고 시대의 충돌과 절충,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 또한 신선하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그러한 익숙하고 평범한 소재들을 극 안에 녹아내어 김성진 연출만의 독특한 시선과 전개로 자연스러운 감정의 이어짐을 통해 연극이 본래 가지고 있는 유희와 자아의 인식을 부각시키며 신선한 공연으로 만들어 내었다.
젊은 세대는 사랑을 모른다고 쉽게 말들을 한다. 하지만 그들도 구태의연한 신파에 눈물을 흘리고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에 가슴을 두근거린다. 다만 ‘기대’라는 것을 버렸기에 ‘포기’가 빨라진 것뿐이다. 그렇기에 작품 <조선궁녀연모지정>의 조건 따위 따지지 않는 사랑에 대한 도전은 어설픈 위로나 충고 따위가 없기에 더욱 공감을 가져온다. 어쩌면 우리는 그렇게 모든 것을 버리고 사랑하기는 힘들 것이기에 바보 같은 그들에게 대리만족을 느낄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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