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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다.. 참 아쉬운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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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다.. 참 아쉬운 신문
  • 강기석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장)
  • 승인 2020.02.17 1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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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경향신문에 ‘민주당만 빼고’라는 칼럼을 쓴 고려대 임미리 교수와 경향신문 편집인을 고발했다가 취하한 것을 무척 아쉽게 생각한다. 내가 보기에 그런 칼럼이 3류신문이나 조중동에 실렸다면 (아무리 조중동이라도 그런 수준의 글을 실어줄 리 없겠지만) 민주당은 아마 고발까지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나마 중립과 공정을 지켜보려고 애쓰는, 몇 안 되는 신문 중 하나로 여겨왔던 경향신문마저 그런 글을 실으니 부화가 치밀어 앞뒤 가리지 못한 것이 아닌가 싶다.

내가 ‘표현의 자유’라는 지고지선한 가치를 우습게 생각하기 때문에 민주당의 고발 취하를 아쉽게 여기는 건 아니다. 경향신문 편집국장 출신이며 글쟁이임을 자부하는 내가 임미리 교수와 경향신문을 괴롭힐 기회를 잃었기 때문에 아쉬워할 리는 더더욱 없다. (그렇다면 천벌을 받을 일이다)

내가 아쉬워하는 것은 소송이 진행되면서 현행 선거법이 여러 층위에서 표현의 자유(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여러 문제점들을 드러내고 이를 교정할 수 있는 기회를 잃은 것이다. 물론 표현의 자유를 둘러 싼 다른 많은 선거법 위반 소송이 있겠지만 힘 있는 언론사가 한 정당과 맞붙어 치열한 법리 다툼을 벌이는 것과는 그 집중도와 주목도가 천양지차일 것이다. (나는 경향신문의 승소를 1백% 확신한다)

그보다 더 아쉬운 것이 신문의 윤리에 대한 토론의 기회를 잃은 것이다. 내가 배우기로는 같은 언론이라도 신문과 방송은 정치적 사안을 보도하고 비판하는데 있어 다른 기준의 적용을 받는다. 방송은, 과거 국가적으로 쓸 수 있는 전파가 제한적이었던 이유 때문에, 중립성 객관성 균형성, 공정성을 강하게 요구받는다. (종편처럼 이를 어길 경우 가차없이 전파 사용권을 회수해야 한다)

임미리교수의 페이스북 갈무리

반면 신문은 얼마든지 정파성을 띨 수 있다. 신문 역사 자체가 특정 정당, 정파의 기관지로 시작됐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정파성이 허용된다 해도 신문이 자기가 지지하는 정파에 유리하게 하기 위해 편향된 뉴스, 왜곡 뉴스, 허위 뉴스까지 아무 제약없이 무한대로 생산 유포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신문이냐 방송이냐를 떠나 언론의 기본이다.

하지만, 신문이 아무리 주의를 기울인다 해도 자기가 서있는 입장(정파성) 때문에 독자가 편향됐다고 느낄 수 있는 뉴스를 제공할 때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뉴욕타임스 같은 미국의 주요 신문들은 대통령선거 때가 되면 사설을 통해 자기 신문이 어떤 당, 어떤 후보를 지지하는지 공개하곤 한다. “우리가 비록 의식적으로 나쁜 뉴스를 제공하진 않지만, 우리가 제공하는 뉴스는 우리의 이런 정치적 스탠스에서 취재하고 보도하는 것이니 독자들이 알아서 판단하시오” 라는 팁을 제공하는 것이다.

나는 우리나라 신문도 그리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 선언을 한 후에 내부 칼럼진은 자기 신문 입장에 충실한 칼럼을 쓰고, 외부 필진도 그런 칼럼을 쓰도록 해야 한다. 혹 자기 신문 입장에 맞지는 않지만 그래도 자기들이 필요해 외부 필진의 글을 실을 경우 그런 사실을 글 말미에 반드시 밝혀야 한다. 그러하지 않는다면 소비자를 뭐가 뭔지 모르게 만들어
사기치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생각한다.

경향신문의 문제는 바로 거기서부터 비롯된 것 같다. 많은 경향신문 독자들이 경향신문에 거는 기대치가 따로 있는데 느닷없이 임미리 교수 같은 이가 쓴 글이 등장하니 독자들 중에서도 특히 민주당이 당황한 것이다.

경향신문은 「‘표현의 자유’ 짓밟은 민주당의 오만을 규탄한다」는 분노에 가득 찬 사설에서 “신문의 칼럼란은 원래 권력층에 날선 비판이 오가는 공간”이라고 말하고 있다.

맞는 말이긴 한데, 경향신문은 어떤 권력층을 주로 비판하고자 하는 지를 좀 더 분명히 하는 것이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집권 여당인지, 집권 여당보다 더 센 검찰인지, 재벌인지, 20대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고도 무사하게 21대 총선을 준비하는 자유한국당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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