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연극에 비해 제작비가 많이 소요되기에 어느 정도 상업적인 면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뮤지컬에서 가정 밖 청소년과 가출팸, 조건만남에 청소년 임신, 미혼임신과 동성연애와 함께 또 다른 가족 구조 등 민감하고 무거운 주제에 대해 너무나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공연을 이제까지 만나 본 적이 있나 싶다. 시린 세상과 어려운 인생을 함께 살아가는 그들이 선택하는 진짜 ‘home, sweet home’을 노래하는 창작뮤지컬 <스페셜 딜리버리>가 지난 1월 31일부터 3월 29일까지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2관에서 관객들에게 다양한 삶에 대한 고민과 가족에 대한 의미를 새로이 그려주고 있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가출 후 팸생활을 하며 조건만남으로 살아가는 거리의 10대 ‘강하리’가 어느 날 우연히 정사랑과 그의 룸메이트 20년 절친 라라와 마주친다.
‘정사랑’은 어린 시절 데뷔하여 아이돌의 인기를 누렸지만 어느새 잊혀진, 옛 인기에 기대어 그저 연예인으로 살아가고 그런 사랑을 라라는 우정과 애정을 듬뿍 담아 지켜봐 준다.
라라가 운영하는 ‘클럽 라라랜드’에 쓰러진 강하리를 정사랑이 데려오고,
사랑, 하리, 라라가 터프한 세상, 마음이 쉴 수 있는 각자의 Home, Sweet, My Home을 만들어가는 모험을 시작한다.
인물이 잘 보이고 사건이 잘 흘러가는 것 외에 소극장에서 만날 수 있는 ‘매력’을 보여주기 위해, 연극만이 가진 무대언어와 무한한 상상력으로 속도 변화와 감정 고저를 만들고, 소박하지만 재미있는 공간을 만들어 단조로워도 상상력은 넘치는 무대를 만들겠다고 뮤지컬 <스페셜 딜리버리>의 오준석 연출은 소망하고 있다. 그리고 원작을 다시 쓰고 직접 출연한 유정민 작가는 안락한 가정을 꿈꾸지만 가정을 가질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가정, 사랑, 관계의 가치에 질문을 던진다. <스페셜 딜리버리>의 무대의 그들이 소망한 그대로 펼쳐진다.
이 공연은 가출팸(가출 청소년 패밀리)의 이야기에서 영화 ‘꿈의 제인(2016)’이, 미혼임신의 이야기에서 ‘마돈나(2015)’가, 성소수자의 입양 이야기에서 서울인권영화제에서 만났던 ‘대디 앤 파파(2002)가, 그들이 새로운 가족이 되어가는 감동에서는 ’어느 가족(2018)‘, ’행복목욕탕(2016)‘ 영화들이 뇌리를 스치게 만든다. 그렇게 많은 이야기들이 녹아 있는 공연 <스페셜 딜리버리>는 2016년 초연, 2018년 스탠딩 낭독 공연을 거치며 세 인물의 스토리를 보다 탄탄하게 더해가며 사회에서 소외받았던 외로운 인물들에 대한 공감을 더하였다. 그리고 작곡가 조선형은 3번째 무대에 오르는 작품을 위해 다시 한 번 새로운 곡을 추가하여 작품의 색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며 소극장 뮤지컬 특유의 매력을 배가시켜 작품의 예술성과 재미를 한껏 키웠다.
동물행동을 연구한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 원포인트”에서 “유전자가 살아남기 위해 발현시키는 이기주의는 한 개체의 이기적인 행동의 원인이다”라고 이야기한다. 이는 ‘연가시’가 살아남기 위해 숙주의 생존본능마저 억제하는 것 마냥 단순히 ‘유전자’가 살아남기 위해 종족을 번식하도록 신체를 조절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또한 “암컷은 착취당하는 성이다”라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산부인과 의사에 의하면 ‘여성이 임신 기간을 가지지 않아, 생리를 멈추는 일 없이 계속하게 되면 자궁과 나팔관은 혹사를 당하게 된다’고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혹사는 여성에게 자궁에 관련된 여러 가지 질병을 야기시켜 고통스럽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인구보존'이라는 사회에서 지우려는 짐과 생리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수단만으로써 임신을 해야만 하는지는 의문이다.
극 중 '하리'와 같은 처지의 위기청소년에 대한 사회안전망 구축은 현 정부의 혁신과제이기도 하다. 극심한 빈곤, (가족)가속 해체, 학교부적응 등으로 인한 위기청소년들의 가출과 비행은 사회의 위험요인들로 의해 더욱 그들을 헤어나기 힘든 구렁텅이에 빠지게 만든다. 그러한 위험요인 중 약물남용, 윤락행위, 폭력행위 등의 악순환 고리는 대부분이 그들을 보호하지 못한 사회의 어른들의 책임일 것이다.
사랑을 주고 싶지만 줄 이가 많지 않은 ‘사랑’, 꿈을 꾸는 것조차 사치인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른들의 보호가 필요한 ‘하리’, 가족을 만들고 싶은 ‘라라’. 어쩌면 이 세 사람은 서로가 필요한 부분을 서로가 맞춰줄 수 있는 단순한 이유로 함께 하게 된 것일는지 모른다. 그래서 또 어쩌면 ‘저출산’에 대해 근시안적인 지원만을 계속하며 ‘정상가족’에게만 사회적 비용 보조를 하는 답답한 정책에서 ‘대안가족’은 현실적인 탈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꿈을 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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