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이 '신천지 코로나 확산'에도 침묵할 수밖에 없는 이유

박원순 서울시장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어떻게든 신천지 교인 명단을 확보해야 한다고 당국에 촉구했다.

박 시장은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신천지 특성상 그들이 제공한 명단에만 의존할 수 없다"며 "정부는 신천지에 대한 압수수색 등 강제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한시라도 빨리 전수조사를 위한 신도 명단을 확보해야 한다"고 썼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신천지 지도부를 소환하고 전체 신도 명단 확보와 위치 추적, 신천지에 대한 강력한 조사와 통제가 필요하다"라며 "재난 대처는 과한 것이 모자란 것보다 낫다. 비상한 시기에는 비상하게"라고 밝혔다.

송 의원은 “신천지의 감염의심 환자들이 질병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다른 교회에 예배를 가는 것은 '코로나19'를 의도적으로 확산시키려고 잠입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라며 “명백한 범죄행위이자 반사회적 행위"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대량 질병의 본거지로 지역확산의 책임이 가장 큰 신천지에 대해서만큼은 황교안 대표는 물론 미래통합당은 철저히 침묵하고 있다. 왜일까? 오래전부터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의 신천지의 커넥션 의혹은 꾸준히 회자됐다.

17대 총선이 있던 2004년에는 신천지 이만희 교주가 한나라당 선거 유세에 신자들을 동원했다는 의심을 사기도 했다. 박근혜·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은 물론 곽상도·김진태 의원 등 많은 인물들이 신천지와 연결된 의혹으로 의심의 눈총을 받았다.

사진: 신천지 교주 이만희와 악수하는 이명박 .  자료사진
사진: 신천지 교주 이만희와 악수하는 이명박 . 자료사진

이렇게 정치권에서 신천지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과거 미완으로 남은 신천지 땅 1조 8천억 거액 대출사기 사건에 연루된 곽상도 미래통합당 의원이 재소환 됐다.

아시다시피 곽 의원은 문 대통령을 비롯한 손자와 사위 딸까지 근거 없는 의혹만으로 물고 늘어지면서 청와대 흠집 내기의 선봉에 서있는 인물이다. 대출사기사 건에 연루된 자신의 비리 의혹으로 더욱 집요하게 청와대 공격수로 나서고 있는지도 모른다.

곽 의원은 코로나 감염 확산을 두고 현 정부가 무능해 일어난 문제로 돌리면서 자신과 연루설이 있는 지역 전파의 주범인 신천지 책임론에 대해서는 일언반구가 없다.

그는 페이스북 등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경거망동과 중국인 입국 금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코로나 재앙을 가져왔다”라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공교롭다면 이번 코로나 사태의 시발점인 신천지 대구 교회가 곽 의원의 지역구다.

곽 의원은 국가적 재난인 코로나 확산에 대해 정파를 떠나 초월적 대처는커녕 이를 이용해 문재인 정부 비난으로 물타기 하려다 신천지와 자신의 연루설이 터져 나오면서 오히려 통합당에 역풍이 될 수도 있는 처지다.

현재 언론에서는 보도가 되지 않고 있지만 며칠 전부터 신천지와 연관된 곽 의원의 지역 토착비리 의혹이 인터넷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지난 2019년 9월 신천지 관련단체인 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HWPL)의 9.18 평화 만국회의 제5주년 기념식 행사에 김진태(강원춘천)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이 축전을 보내 지역 교계를 중심으로 논란이 됐다.

당시 김진태 의원실은 "최근 이 행사에 축전을 보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초대장에는 신천지라고 명시되어 있지 않아 의원실 직원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라며 "신중하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 의원의 지역구인 강원지역 교계 관계자는 "김 의원 명의의 축전 내용을 보면 '이만희'라는 신천지 교주 인물을 거론하면서 존경의 의미까지 더한 부분을 볼 때 단순 실수로 인정하기 어렵다"라고 꼬집었다.

축전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HWPL 평화 만국회의 제5주년 기념식이 대한민국을 비록한 세계 각국 도시에서 개회됨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분쟁 원인에 대한 실질적 문제를 다뤄서 이를 예방, 중단, 해결하는 방안을 심도있게 논의하여 세계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 행사를 주최하신 HWPL 이만희 대표님께 진심으로 존경과 감사를 드립니다. 뜻깊은 자리에 참석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전하며 함께 하신 모든 분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2016년 11월23일 국민일보 '새누리당-신천지 커넥션 의혹'이란 보도 내용에 따르면 신천지 신도가 새누리당 대표인 이정현 의원실의 비서로 근무했다.

당시 네티즌들은 신천지가 최순실의 부친 최태민의 ‘영세교’와 연결돼 있어 최순실을 통해 새누리당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신천지와 새누리당이 관련돼 있다는 의혹이 처음 제기된 건 2007년이다. 신천지는 당시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 간 대통령 후보 경선 때 ‘신천지 대외 활동 협조 안내 공문’을 신도들에게 내려보내 한나라당 당원 등록과 동원을 지시했다.

신천지는 당시 공문에서 ‘한나라당 특별 당원으로 한시적으로 가입하여 (이방 사람들의 핍박을 이기기 위해) 준비하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다. 2006년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은 탈북한 황장엽 씨가 개최한 행사 때 이만희 신천지 교주 와 한 자리에 앉아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사진: 2006년 당시 박근혜  의원이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가 개최한 행사에 참석해 신천지 교주 이만희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국민일보
사진: 2006년 당시 박근혜 의원이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가 개최한 행사에 참석해 신천지 교주 이만희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국민일보

2012년 2월 한나라당이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변경하면서 신천지와 새누리당의 연루 의혹이 다시 불거져 나왔다. ‘새=신(新)’ ‘누리=천지(天地)’를 뜻하는 만큼 새누리는 곧 신천지를 의미한다는 주장이었다.

새누리라는 당명은 박근혜 의원 중심의 당 지도부가 만들었다고 밝혔지만 신천지에서 12년 활동하며 섭외부장까지 지낸 김종철 씨는 2017년 CBS 팟캐스트 '싸이판'에 출연해 "신천지 이만희 교주가 한나라당 당명을 새누리로 지어 줬다"라고 폭로했다.

새누리당과 신천지 연루 의혹은 그해 대선 때 뜨거운 쟁점으로 다시 떠올랐다. 당시 박근혜 대선후보 캠프의 본부장을 맡았던 이경재 의원이 2004년 ‘신천지 21주년 체육대회’에 참석해 축사한 영상이 인터넷으로 퍼졌기 때문이다. 이경재 의원은 “축사는 의례적인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진용식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장은 의미 심상한 발언을 던졌다. 그는 “반사회적 종교집단은 정치권과 결탁해 표심을 몰아주고 인력을 동원하며 정치권이 필요로 하는 것을 공급해 왔다”라면서 “이 같은 공생관계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단 사이비 집단이 정치권력과 유착하기 위해 신도들을 동원한 사례가 드물지 않기 때문이다.

신천지가 미래통합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나 새누리당에 유착된 의혹은 수없이 많다. 따라서 과거 뉴스에 보도된 사례만 봐도 이들이 왜 신천지에 유독 침묵하는지 알 수 있다.

모든 지역 전파의 근원이 신천지에서 발생했는데도 미래통합당은 신천지에 대한 발언은 금기어가 됐는지 '꿀 먹은 벙어리'다. 파고들면 그들과 유착한 치부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두려움에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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