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산 김덕권 칼럼] 이적초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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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김덕권 칼럼] 이적초앙
  • 김덕권
  • 승인 2017.08.17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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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산김덕권 칼럼니스트

이적초앙

이적초앙(以積招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악업(惡業)이 쌓이면 재앙을 초래한다.’는 말이지요. 지난 8월 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결심공판에서 끝내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최순실 게이트’ 특검이 징역 12년형을 구형한 데 대한 부당함의 항변이자 오해와 불신을 풀어달라는 재판부를 향한 호소였습니다.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재판장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전직 임원 4명에 대한 결심(結審)공판에서 특검은 이 부회장에게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징역 12년형을 구형했습니다. 또 최지성 전 삼성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에게 각각 징역 10년,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에게는 징역 7년을 구형한 것입니다.

특검이 공식수사 만료날인 지난 2월28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구속 기소한 지 5개월여 만의 일입니다. 기소 혐의 내용은 뇌물공여를 비롯해 횡령, 재산 국외도피, 범죄수익은익, 국회 위증 등 5개 혐의라고 합니다.

최순실 사태의 주체는 삼성이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최순실 게이트의 본질’을 명쾌하게 정리한 것이 있습니다. 시사저널 인터뷰에서 한 그의 발언을 들어 볼까요?

“재벌의 탐욕이다. 최순실 배후에 재벌이 있다. 재벌이 박근혜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사람을 찾아 돈으로 매수한 거다. 이게 사건의 본질이다. (중략) 삼성이 왜 잘 알려지지 않은 최순실에게 35억 원을 줬겠나. 미르재단이나 K스포츠재단을 설립하기 전에 삼성이 단독으로 건넸다. 대통령과 가까운 비선실세를 매수한 거다.”

‘삼성이 최순실을 매수하여 대통령을 농락했다’는 것은 ‘삼성이 국정을 농단할 정도의 어마어마한 탐욕집단’이라는 의미가 아닐까요? 이 나라 최고의 재벌이 이런 수모를 겪고 있다는 것은 심은 대로 거둔다는 인과의 진리를 몰라서 그럴 것입니다. 세상만사가 인과의 법칙을 벗어나는 일은 하나도 없습니다. 무슨 결과든지 그 원인에 정비례합니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것이 우주의 철칙입니다. 콩 심은 데 팥 나고, 팥 심은 데 콩 나는 법은 없습니다.

이와 같이 천만 사가 다 인과 법을 떠나서는 존재하지 않는 것입니다.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모두 내가 지어 내가 받는 것인데 누구를 원망할 수는 없습니다. 털끝만큼이라도 남을 해치면 반드시 내가 그 해를 받습니다. 설사 이생에서 묘하게 빠져나갔다 하더라도 내생, 내 내생 언제든지 받고야 마는 것이 인과의 법칙입니다.

나를 위하여 남을 해침은 곧 나를 해침이고, 남을 위하여 나를 해침은 참으로 나를 살리는 길입니다. 그런데 이재용 부회장은 이 인과법을 모르는 모양입니다. 재판장 앞에서 회한(悔恨)의 눈물을 흘릴 일이 아닙니다. 인과를 믿지 않으면 세상은 어지러워집니다. 그리고 감각적이고 순간적인 삶을 사는 처량한 인생으로 전락하는 것이지요.

또한 인과응보는 ‘선인선과 악인악과(善因善果 惡因惡果)’입니다. 그러므로 악과를 받지 않기 위해서는 선인(善因)을 심어야 합니다. 이런 생각을 하지 않고 만약 “나는 선인도 많이 심었으니 나도 모르게 악업(惡業)을 조금 지은 정도는 괜찮을 거야”라고 안일하게 생각하면 전적으로 오산입니다. 왜야하면 복은 복대로 받고 죄는 죄대로 받기 때문이지요.

다산 정약용(丁若鏞 : 1762~1836)의 짧은 글 중에 꿀벌과 나비이야기가 있습니다.「다산(茶山)에는 꿀벌 한 통이 있다. 내가 벌이란 놈을 관찰해보니, 장수도 있고 병졸도 있다. 방을 만들어 양식을 비축해두는데, 염려하고 근심함이 깊고도 멀었다. 모두 함께 부지런히 일을 하니, 여타 다른 꿈틀대는 벌레에 견줄 바가 아니었다.

내가 나비란 놈을 보니, 나풀나풀 팔랑팔랑 날아다니며 둥지나 비축해둔 양식도 없는 것이 마치 아무 생각 없는 들 까마귀와 같았다. 내가 시를 지어 이를 풍자하려다가 또 생각해보았다. 벌은 비축해둔 것이 있어서 마침내 큰 재앙을 불러들여(蜂以積著之, 故終招大殃), 창고와 곳간이 남김없이 약탈자에게로 돌아가고 무리는 살육자들에게 반쯤 죽는다.

그러니 어찌 저 나비가 얻는 대로 먹으면서 일정한 거처도 없이 하늘 밑을 소요(逍遙)하고 드넓은 들판을 떠돌며 노닐다가 재앙 없이 마치는 것만 같겠는가?」

어떻습니까? 다산은 근면하고 계획성 있는 꿀벌과 놀기 바쁜 나비를 대비했습니다. 그런데 꿀벌을 칭찬하지 않고 나비가 더 부럽다고 합니다. 부지런히 애써서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꿀벌보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천지를 소요하며 거침없이 살다가 재앙 없이 마치는 나비의 삶이 한결 가볍고 부럽다는 뜻이 아닌가요?

어찌 이 나라 최고의 재벌이 무에 그리 욕심이 나서 대통령과 독대(獨對)까지 하며 그 엄청난 혐의를 뒤집어쓰고 회한의 눈물을 흘릴까요? 억지로 애쓴 일들은 결국 남 좋은 일만 시켜줍니다. 현재에 만족하고 남을 배려하며 벌어놓은 재산을 세상을 위해 베풀었다면 과연 오늘날의 치욕은 아마 없었을 것입니다.

사람이 주는 상벌(賞罰)은 유심(有心)으로 주는지라 아무리 밝다 하여도 틀림이 있습니다. 그러나 진리가 내리는 상벌은 무심(無心)으로 주는지라 호리(毫釐)도 틀림이 없어서 사람이 선악 간 지은대로 역연(亦然)히 보응(報應)을 합니다, 진리는 능소능대(能小能大)하고 시방(十方)에 두루 하기 때문에 우리는 진리를 속일 수도 없고, 그 보응을 피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지각(知覺)이 있는 사람은 사람이 주는 상벌보다 진리가 주는 상벌을 더 크고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것이지요.

설사 이재용 부회장이 그 엄청난 죄를 부인한다 하더라도 진리는 소소영령(疏疏靈靈)하여 언제나 그 보응을 받게 되는 것을 깨닫고 최후의 결과를 겸허하게 기다리면 좋겠습니다. 배가 조금 고프면 어떻습니까? 조금 덜 가지면 어떨까요? 어제 세계 최고의 부자 빌게이츠는 또 5억불이라는 거대한 돈을 세상에 조건 없이 내 놓았다고 합니다.

그렇게 꿀벌처럼 죽기 살기로 끌어 모아 보았자 더 힘센 놈에게 다 빼앗기고 맙니다. 내가 기쁜 삶을 살 때 내 삶의 주인이 되는 것입니다. 아무리 재벌이라도 저 나비가 ‘이적초앙’의 진리를 깨닫고, 있으면 있는 대로 먹으면서 일정한 거처도 없이 하늘 밑을 소요하고 드넓은 들판을 떠돌며 노닐다가 재앙 없이 마치는 것만 할 까요!

단기 4350년, 불기 2561년, 서기 2017년, 원기 102년 8월 17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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