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동 학고재 갤러리에서 의미있게 열리다.>

▲ 작품 <섬광>옆에 포즈취하는 송창 작가/사진=이흥수 기자

[뉴스프리존=이흥수 기자]지난 16일(수요일) 삼청동 학고재갤러리에서 민중미술작가 송창 개인전 ‘꽃그늘’에 대한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송창 작가의 시대별 작품 세계에 대한 세세한 설명과 다양한 기자들과의 질의 답변 시간을 가졌고,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작품의 이모저모를 알 수 있었다.
“한국 현대사의 모든 비극은 분단에서 비롯되어 제 작업에서 항상 중요한 화두였고 소재자  영원한 테마일” 거라고 분단미술 30년에 대한 확고한 가치관을 작가는 밝혔다.

 꽃그늘은 꽃과 그늘이 아니라 그것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밝고 어두운 것이 함께 존재함을 의미한다. 송창은 1980년대 초반부터 임술년 동인으로 활동하며 민중미술의 중심에서 사회의 어둡고 부조리한 부분을 포착하여 작품 속에 담는 활동을 펼쳐왔다. 회화를 전공했지만 사진, 판화, 설치 등 다양한 매체 사용을 통해 강력한 시각적 표현을 이루어 내며 진지한 메시지를 전해왔다.

일견 그가 전하는 메시지는 침울하고 날카로운 듯이 보이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좋은 사회에 대한 희망을 담고 있다. 작가는 희망이 등대가 되어 현실의 행위를 평화와 안정의 세계로 인도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그것은 우리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번 전시는 학고재 전관에서 이루어지는 대형 전시다. ‘분단을 그리는 작가’로 알려진 작가가 삼십여 년간 분단의 풍경을 작품화한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동시에, ‘분단’이라는 주제를 다루기 이전에 군사 정부 아래 급속하게 이루어진 도시화를 기록한 작품도 볼 수는 기회다.

▲ 16일 학고재 갤러리를 찾은 기자들에게 작품 설명을 하고 있는 송창 작가/사진=이흥수 기자

본관은 꽃을 사용한 2010년 이후의 신작을 위주로 작품을 선보인다. 꽃 작업은 연천 유엔(UN)군 화장장 시설에 조화가 흩뿌려진 모습을 우연히 목격한 뒤 시작한 것이다. 죽음의 구조로 끝날 수밖에 없는 전쟁을 비판하며 사라지고 잊혀진 사람들에게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 신관은 분단을 다룬 2010년 이전의 대표작을 전시하는 동시에 ‘매립지’ 시리즈 등 초기 작품을 전시한다. ‘매립지’ 시리즈 중 가장 잘 알려진 <난지도-매립지>(1984)도 볼수 있다.

신관 지하 1층에서는 1990년대 실크스크린 작업을 볼 수 있다. 실크스크린의 밑바탕이 되는 사진은 일본군 부산 도착 시가 행군, 서울역 앞 미군의 첫 입성 행군, 휴전선 협상 회의 등 우리 근현대사의 주요 장면을 포착한 것이다. 한국 전쟁 중 태어난 작가는 전후 변화가 빠른 속도로 일어나는 사회 속에서 성장했다. 변화의 장면은 역동적이기도 했지만 혼란스럽기도 했다.

그는 이 혼란의 원인과 해결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역사를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한 채 과오를 반복하는 것이 혼란의 원인이며 역사적 성찰이 이를 해결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크스크린 작품은 이러한 작가의 생각을 반영한 것이다. 국내에는 없는 사이즈의 실크 틀과 감광기를 사용하기 위해 일본으로 출정까지 다녀온 작업 과정은 이 주제에 대한 작가의 열정을 보여준다.

본관에서는 송창의 2000년 이후 최근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작품들은 살펴보면 대체로 회화에 공력을 더욱 기울여 농밀하고 묵직한 느낌이 든다. 특히 기념비적 주제를 다룬 몇 작품들에서 그런 면모가 두드러진다.

그 예인 <그곳의 봄>(2014)과 <등록문화재 408호>(2014)는 한국전쟁 때 서부전선에서 전사한 유엔군의 시신을 화장하던 화장장 시설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화장장에 흩뿌려져 있던 조화를 작품으로 끌어들인 것이 눈에 띈다. 조화를 통해 전쟁을 비판하며 사라지고 잊혀진 사람들에게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 <꽃그늘>(2017)은 이번 전시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조화 설치 작품으로 전쟁의 죽음, 아픔, 슬픔, 애도를 더욱 입체적으로 느끼게 한다.

송창은 사회적 문제에 대해 예술적 관점에서 끊임없이 접근하고 고찰해야 한다는 작가로서의 소신이 있다. 이러한 본인의 성향과 의지, 작가로서의 사명감이 그를 자연스럽게 민중미술 대열에 합류하게 했다. 현실 참여적 성향의 동료들과 교류했고 ‘임술년’이라는 그룹을 만들어 함께 활동하기도 했다.

송창은 전쟁의 아픔과 민족상잔의 비극, 그로부터 비롯된 여러 사회적 문제들을 외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화폭에 담고자 한다. 군사문화와 조국 분단의 현실을 작업의 주제로 삼아, 국가권력이 사회와 개인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에 관해 고민한다. 

송 작가는 1982년 민중미술 단체 ‘임술년’을 박흥순, 이명복, 이종구, 전준엽, 천광호, 황재형 등과 창립하며 활발한 활동을 시작했다. 1986년 그림마당 민에서의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서울시립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도쿄도미술관 등 국내외 다수 기관에서 전시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호암미술관 등 유수의 기관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송창 개인전 <꽃그늘>은 경복궁역 국립민속박물관 앞쪽에 위치한 학고재 갤러리에서 8월16일부터 9월24일까지 총40여점을 전시하고 있다. 요즘의 시대적 상황에 맞는 의미있고 뜻깊은 전시가 될 듯 하다.

▲ 작품에 열중하는 관람객/사진=이흥수 기자
▲ 삼청동 학고재갤러리/사진=이흥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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