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가장 빛나는 순간은 ‘지금 현재’
색면 틈새로 은유... 문파인아츠 초대전

근대미술이전 주류를 형성했던 재현회화는 특정시점을 고정해서 한 작업이었다. 사진기와 활동사진의 등장은 미술에서 ‘시간성’의 표현이라는 과제를 안겨주었다. 근대이후 대상의 움직임을 화면에 지속시키는 세잔느와 피카소로 대표되는 비재현적 미술의 출발 배경이다. 시간의 변화를 순간에 표현하고자 한 인상주의 모네의 작품도 같은 맥락에 놓여 있다. 현대미술작가들은 시간성에 대한 다양한 사유와 개념들을 작품속에 녹여내고 있다. 권순익 작가도 시간성을 나름의 방식으로 풀어내는 대표적 작가다. 3월 4일 ~18일 서울 강남 문파인아츠(대표 박미경)에서 열리는 그의 초대전은 이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자리다.

권 작가는 연필 심의 재료인 흑연을 주재료로 작업을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색면과 색면사이(틈)를 흑연으로 메우고 있다. 학창시절 누구나 연필을 계속 문지르다 보면 검은것에서 빛이 나는 것을 경험했을 것이다. 작가는 흑연의 수없는 문지름으로 색면사이를 채우고 있다.

이번 전시에 출품되는 ‘積·硏(적연)-틈’시리즈는 색을 쌓고(積) 흑연을 갈아(硏) 시간의 틈을 보여주는 작업이다. 과거와 미래를 상징하는 색면 틈새로 현재라는 흑연의 빛이 발하고 있다.

라즈니쉬는 과거와 미래 사이 영원으로 통하는 틈이 현재라 했다. 권 작가에게 현재는 끊임없이 흑연을 비벼 칠해 나가는 행위다. 흑연을 문지르며 빛을 내는 과정은 흡사 동양적 정신수련의 세계를 연상시킨다. 틈 부분에 흑연을 문지름으로써 ‘지금' 에 충실해 반짝 반짝 빛나는 현재를 살아가자는 작가의 메시지가 읽혀진다. 과거의 지나간 삶에 대한 집착이나 미련들, 미래에 대한 근심과 걱정들이 부질없음을 말해준다.

작가의 흑연작업은 어린 시절 문경 탄광촌에서 접한 ' 빛을 가진 어둠'’인 흑연의 영향도 컸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세종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한 권순익 작가는 국내 뿐만 아니라 베네수엘라 국립 현대 미술관, 줄리아 현대 미술관, 뉴욕 및 싱가포르 갤러리 등에서 개인전을 가진 중견아티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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