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애자 장편소설 〖모델하우스〗제6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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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애자 장편소설 〖모델하우스〗제62회
  • 한애자
  • 승인 2017.08.22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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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춘은 잠시도 혼자 있으면 안절부절 못하며 불안했다. 그래서 엄마의 손길과 채성을 붙잡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주는 언제나 사람들의 추종과 찬사가 있어야만 했다. 이때 지선에게 휴대폰이 울렸다.

“아, 여보세요!”

“어머 당신이군요. 그래 취재는 잘 진행되고 있어요? 식사와 잠자리도 괜찮고요? 아, 다행이군요. 지금 장 선생님과 집에서 식사하고 있어요. 왜 전번에 새로 전근 오신 그 미술선생님 말이에요. 그런데 그 여기자 은 기자도 잘 있고요? 아, 네. 그리고 이번에 크리스마스 때 잠깐 귀국하시는 것 잊지 않으셨죠. 아이들이 몹시 보고 싶어 하고 아빠를 위한 연주회도 준비하고 있어요. 네. 모두들 건강하고 잘 지내고 있어요. 네, 또 연락할께요!”

남편의 전화를 받는 지선은 미소를 지으며 매우 행복해 보였다.
“은 기자는 여자분 같은데…, 다른 여자랑 함께 동행하는 것 좀 의심스럽지 않아요?”
“의심?”
“나 같으면 신경이 곤두서 있을 거예요. 남녀 관계란 모르는 일이라고요!”
“모르죠. 남편도 남자이고 인간이니까!”

지선은 근심어린 표정이라기보다 그 점에 대해서 자신과 무관한 듯 그런 표정이었다. 그것은 전혀 흩어지지 않은 그대로였다. 여전히 평온하고 침착해 보였다. 여자라면 누구든 약간은 마음이 불안해질 텐데 전혀 내색이 없었다.

“그런 일로 신경을 쓰자면 한이 없지요. 모든 걸 믿어야 평안해요.”
애춘은 수준 낮게 허풍을 떨며 신경을 건드렸나 싶어 살짝 말의 방향을 돌렸다.

“저도 독서의 여인이 되어 민 선생처럼 지성미를 가지고 싶은데 말이죠!”
“걱정거리, 불안, 그것들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또한 독서예요. 말하자면 피난처가 되기도 하지요. 책 속에 빠져들어 이 세상사를 잠시 잊고 또 다른 세계를 접하다보면 거기에서 문제해결의 지혜를 공급받기도 하지요!”

“그래서 지혜를 얻는단 말이군요. 역시 민 선생님은 달라요. 이렇게 모든 면에서 뛰어나니까 민 선생님을 시기하며 좋지 않게 말하기도 하나 봐요. 아마 나와 어울린다고 민 선생님을 좋지 않게 평가하고 있을 거예요. 알아요?”

“전 사람들의 소리에 별로 신경 안 써요. 내 갈길 가는데도 바쁜데 말이죠!”

애춘은 문화적 차이를 느꼈다. 그것은 자신과는 상반적인 성장과정을 겪어왔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책을 읽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사십대 후반에 가면서 그 차이가 현저히 나타납니다. 책을 읽은 사람은 인생에 대한 깊은 이해력과 통찰력을 가지게 되지요.”
“맞아요! 그런데 혹시 선호하는 여인상이 있나요?”

“저는 한 때 존 F 케네디의 아내 재클린 여사를 흠모했어요. 그 여인은 책을 많이 읽고 심미안이 있었으며 세기의 리더들을 움직이게 하는 힘을 소유했으니까요. 한마디로 지성미와 우아한 아름다움을 가진 여인이었지요. 퍼스트레이디의 자격이 있는 여인이지요!”
“패션으로 유명하며 오나시스 선박사장과 재혼한 그 재클린 여사?”

“그렇지요. 미국인들은 그녀처럼 옷을 입었고 그녀처럼 말하고 행동하고자 했답니다!”
“대단한 미인이라 들었습니다.”

“아닙니다. 그녀의 얼굴은 지극히 평범한 여인이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을 끊임없이 계발시켰고 남자들은 얼굴이 아름다운 여인만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죠. 남편의 수준을 능가할 만한 똑똑한 여인이 되려고 많은 독서와 자기계발에 열심을 다한 여인이었죠. 재클린의 매력이 바로 거기에 있지요! 그녀의 지성미에 까다로운 후르시쵸프도 잠잠해졌고 드골도 그녀를 주목했으며 세기의 킹카들을 사로잡은 여인이었죠!”

애춘은 잠잠히 지선의 말을 경청했다. 이런 귀한 교훈을 누구한테서 듣는단 말인가! 자신답지 않게 반감 없이 다소곳이 배우는 자세였다. 처음으로 숙연해지며 자신을 돌아보는 경건함에 잠겼다. 지선은 자신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주는 듯했다.
“아, 제가 너무 장광설을 늘어놓았군요!”

“아닙니다. 정말 감동적입니다!”

지선은 너무 유식한 척 상대방을 가르치려는 교만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정스럽고 자연스런 언어였다고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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